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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궂은 운명의 장난 때문인지 대학가에는 중간고사 전주에 항상 벚꽃이 만발한다. 하지만 이번 해에는 기상청이 벚꽃 개화를 관측 시작한 이래 93년 만에 처음으로 3월에 벚꽃이 피었다. 그래서일까? 대한민국 곳곳 벚꽃이 핀 장소에는 사람들이 떨어지는 벚꽃만큼 무수히 많다.

한껏 봄 내음을 가득 두르고 벚꽃축제 장소를 찾아 SNS에 셀카보다 벚꽃을 더 많이 게재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3월과 4월, 온 관심이 벚꽃에 쏠린 것을 바라보면 씁쓸하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4월은 벚꽃의 계절

충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집으로 내려오면서 창밖에 비치는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추운 겨우내 벌거벗고 있었던 나무들이 거짓말처럼 벚꽃 잎으로 가득 둘러싸여 있던 것이다. 물론 벚꽃 나무는 봄을 더욱 분홍세계로 만드는 데 일조하며 사람들의 감정을 한껏 끌어 올리고 여름에는 푸른 나뭇잎으로 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만든다.

하지만 약 1시간 40분 동안 길게 늘어서 있는 벚꽃 나무의 향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중에는 감탄 대신 먹먹한 감정이 들었다. 우리나라에 벚꽃이 많은 이유는 일제 강점기 시대에 무궁화 대신 일본이 벚꽃을 대대적으로 심었기 때문이란다.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아직도 국내 곳곳에 무수히 남아 있는 셈이다.

벚꽃이 피는 시기는 대한민국 축제의 계절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우스겟소리, 역 앞에 벚꽃축제를 알리는 수많은 플래카드 등 대한민국에서 벚꽃의 개화시기를 알 수 있는 수많은 단서가 존재한다. 벚꽃축제를 손꼽아 기다리는 인파는 굉장하다.

벚꽃 개화시기가 적힌 지도는 수많은 좋아요와 리트윗을 통해 퍼져나가고 있으며, 벚꽃이 피면 지자체들은 축제를 서두르며 사람들의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벚꽃이 봄을 알리는 빼놓을 수 없는 대표물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나가는 이에게 무궁화의 개화시기를 묻거나 무궁화 축제가 있냐고 물으념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꽃?

무궁화의 개화 시기는 7월에서 10월이며 우리나라의 국화답게 다양한 축제 역시 존재한다. 그러나 벚꽃축제만큼 열광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무궁화는 벌레가 많은 꽃으로 각인되어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무궁화의 수액이 풍부하므로 진딧물이 많은 탓이다. 벌레를 싫어하는 나름의 이유로 무궁화를 기피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무궁화를 사랑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벚꽃축제에 비해 미미하고 조용하게 끝나는 그들만의 축제로 남는 것을 보면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국화'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꽃이자 그 나라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우리나라 국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것은 우리 문화 정체성이 확립되는 데 이바지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봄에만 쏠리는 관심이 올해는 무궁화가 피는 여름에도 집중되길 바라본다.


#벚꽃축제#벚꽃#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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