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철도 2호철 계획 재검토 여부'를 놓고 광주광역시가 뜨겁습니다. 지난 9월 3일자 <광주지하철 2호선 논란... 윤장현 시장 이러면 안 된다> 기사에 대해 김기홍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이 반론을 보내와 9월 14일자 <지자체 잡아먹는 도시철도... 광주 2호선 전면 재검토해야>로 글을 실었습니다. 이에 김석현 기자가 재반론을 보내왔습니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찬반 논쟁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기홍 사무처장의 반론에 감사드린다. 꺼져가던 광주도시철도2호선(아래 2호선) 관련 논쟁의 불씨를 살려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씨의 반론은 허점투성이다. (관련기사:
지자체 잡아먹는 도시철도... 광주 2호선 전면 재검토해야)
우선 '지자체 잡아먹는 도시철도'라는 살벌한 타이틀 아래 '2호선은 지자체 파산으로 가는 폭주기관차와 같다'고 단언한 김씨의 반론에는 광주1호선과 용인∙의정부∙부산김해경전철 등의 사례만 잔뜩 제시되어 있을 뿐, 눈을 씻고 찾아봐도 2호선에 대한 진단은 없다.
다시 말해 김씨의 반론은 광주1호선과 용인∙의정부∙부산김해경전철 등이 실패작이니 광주2호선도 보나마나 실패작이 될 것이라는 지극히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며,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을 뿐이다.
김씨의 논법을 따르자면 "직선형의 서울메트로1호선과 순환선인 서울메트로2호선의 2012년도 1일 평균 승객수는 각각 30만 명과 154만 명이다. 그러므로 순환선인 광주2호선 승객 수는 직선형인 1호선 승객 수의 5배가 넘게 될 것이다'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래서 김씨에게 묻겠다. 귀하는 이 주장에 동조할 수 있는가?
이번에는 김씨가 상세하게 언급한 1호선 운영적자 문제를 확인해보자.
김씨의 주장인즉슨, 2013년도 1호선 운영에 들어간 총비용에서 운수수입을 차감하여 산정한 805억 원이 실제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와 도시철도공사 측이 당기순손실이 365억 원에 불과하다고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왜곡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내용은 공식 결산서에 명확하게 제시된 것처럼 '영업손실이 756억 원에 달한다'라고 표현하거나 '당기순손실액 365억 원에 영업외수익으로 잡힌 보조금 390억을 반영하면 실제 적자금액은 756억이다'라고 했어야 회계원리 및 사실관계에 부합된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그러나 '2009년 적자가 793억 원인데 2013년 적자는 805억 원이니 광주시 적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대목은 정말 당황스럽다. 왜냐고? 앞에서 제시한 김씨의 자의적인 셈법에 의거해 산정한 연도별 1호선 적자의 변화추세는 아래 표에 나타난 것과 같다. 그런데 표에 제시된 금액은 실질가치(real value) 기준이 아니라 명목가치(nominal value) 기준이다. 즉 물가상승률 등을 따지지 않고 단순 수치만 따져 계산했다는 점이다.
김 사무처장 주장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점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하면 2009~2013년 사이의 적자가 감소했음을 한 눈에 명백하게 볼 수 있을 터이니 결코 '2009년 적자가 793억인데 2013년 적자는 805억이니 광주시 적자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식의 논지를 펴지는 않을 것이다.
2호선 성패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개통 후에 이용하게 될 승객수이거니와, 김씨가 언급한 23만이라는 수치의 출처는 329쪽짜리 '2010년도 한국개발연구원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아래 KDI 보고서)'와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가 금년 1월에 발간한 무려 527쪽에 달하는 보고서이다. (이 두 보고서 중 전자는 고가전철을 전제로 작성된 반면에 후자는 저심도 지하철을 전제로 작성된 것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보고내용의 근간이 된 타당성조사에 적용한 분석방법 및 분석결과는 대동소이하므로 이후부터 'KDI 보고서'로 통칭).
한편, 김씨의 반론 중 "광주시의 주장에 따르면 일일 수요가 23만 명이 발생하고" 부분과 "우리나라에서 추진된 도시철도 사업이 실제 수요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부풀려져" 부분을 병치시켜놓고 보면 김씨가 예상하는 2호선 1일당 승객수는 대략 5만 명 정도임을 짐작할 수 있다.
금년 4월에 개최된 한 토론회에서 김씨가 2호선 1일당 승객이 5만에도 못 미칠 것으로 단언한 사실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명백하게 확인된다. 김씨가 2호선을 "지자체 잡아먹는 도시철도" 혹은 "지자체 파산으로 가는 폭주 기관차"로 표현한 근저에는 이처럼 2호선 1일 승객수가 5만 명 이하일 것이라는 자의적 전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누군가가 'K씨가 자전거를 훔쳤다.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도둑이다. 고로 K씨는 도둑이다'라는 논지를 폈다고 하자. 이 논지가 참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전제에 해당하는 첫 문장의 내용이 명백하게 입증된 것이어야 한다.
입증되지 않은 전제를 바탕으로 입론하는 것을 '선결문제 요구의 오류(petitio principii)'라 하는데, 김씨가 바로 이 오류를 범하고 있다. 2호선이 광주광역시 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김씨의 주장 역시 '2호선 1일 승객수가 5만에 불과할 것이다'라는 입증되지 않은 명제에 기초하여 입론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김씨는 또다시 광주1호선 혹은 타지역 실패사례들이 그 증거라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 주장 역시 앞에서 지적한대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으니 어쩌랴.
현재 시점에서 참고할 수 있는 최선의 2호선 관련 연구결과는 KDI 보고서이다. 그리고 KDI 예비타당성조사는 대규모 재정사업이 반드시 통과해야 할 좁은 관문이다. 물론 KDI가 수요예측에 실패한 경우가 없지는 않지만, 재정사업의 타당성분석에 관한 한 KDI 예비타당성조사가 최선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김씨가 반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치인과 공무원, 건설업자들의 튼튼한 카르텔로 인해 사업이 강행되는 것"을 방지하는 가장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바로 KDI 예비타당성조사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온갖 꼼수를 부려가며 KDI 예비타당성조사를 피했던 까닭도 그것이 그만큼 엄밀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런 KDI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제시하고 있는 2호선 1일평균 예상 승객수는 대체로 25만 명 수준이다. 2호선 완공 후 1호선의 1일평균 예상 승객수는 9만 명 정도로 현재보다 4만명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이런 예측이 실현되면 1호선의 적자가 대폭 감소하고, 2호선에서는 적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운영비용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규모의 편익이 발생한다. 그 혜택의 대부분은 자가용 승용차 대신 도시철도를 이용하게 될 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2호선으로 인해 시대의 화두가 된 경제민주화가 실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KDI 보고서가 있음에도 김씨는 근거없이 1일 수요 5만 명을 주장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지자체 파산을 거론한다. 2호선은 광주 인구밀집지역 대부분과 전남대학교 및 조선대학교를 지나갈 계획이다. 그런데 이 두 대학교와 부속학교의 학생 수만 6만 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하루 승객수가 5만 명도 안 될 것이라고? 그 대표적 근거는 1호선 사례라고? 타산지석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타산지석을 핑계로 아전인수 하지는 말아야 한다.
필자 주장의 요체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기고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니, 김씨 등이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면밀한 경제성분석을 통해 2호선 계획이 경제적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음이 명확하게 입증된다면 그 계획을 폐기하는 것이 옳다. 실패한 사업의 전형처럼 언급되는 광주도시철도 1호선의 경우에도 현재 시점까지 투입된 재정부담액을 매몰 비용으로 간주한 상태에서 경제성분석을 다시 시행하고, 만일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즉시 운행을 중단하고 노선을 폐쇄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다. 지금 광주시가 하는 것처럼 단기간의 토론을 통해 건설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나설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