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의 총선 후보 선정이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대표 선발과정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비록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정무적 판단을 충분히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의 컷오프 소식은 참으로 안타깝고 슬프다. 그의 탈락 사유는 '병역 기피'이다.
우리 사회는 병역에 관한 다양한 해석과 고민을 오랫동안 이어왔다. 나처럼 대다수 청년은 군에 입대하여 더 나은 삶을 그렸지만, 또 어떤 이들은 병역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실현하자며 우리 사회에 외로운 제안을 해왔다. 그들은 현행법에 따라 처벌받으면서도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다.
우리 민주주의가 성숙하며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여지가 생긴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최근 사법부의 판결에서도 이 변화가 노정된다. 아주 더디지만 작은 진보적 가치들이 실현되었던 역사는 그렇게 우리에게도 그 자태를 드러냈다. 이 변화는 우리 병영 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으로 이어졌고 우리 군은 국제적으로 고도의 강군으로 평가받으며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하고 있다.
군 인권 신장의 은인인 임태훈 소장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 이후 병역법 위반으로 1년 4개월의 징역을 선고 받은 임태훈 소장이 2005년 출소 이후 군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은 실로 대단하다. 현대사에서 군사보안을 이유로 늘 '은폐', '조작의 주체'라는 혐의를 벗지 못했던 군이 국민과 소통하며 이 같은 불명예를 해소하도록 하는 역할을 임 소장은 해왔다.
특히 병영에서 자녀를 잃은 부모의 곁에는 항상 임 소장이 서 있었다. 그가 조사하여 국민께 알리는 사건의 내막들은 많은 경우 사실이었다. 그에게 많은 이가 돌맹이를 던졌지만, 그는 '군인권센터' 홈페이지 자료실에 열거된 다양한 문헌들과 자료들을 생산하며 지치지 않고 자기 소임을 이어갔다.
과거 민주화 운동 중 '국가보안법'이나 '반공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른 많은 이들이 이후 삶을 통해 자기를 증명하는 사례를 자주 본다. 임태훈 소장은 명실상부한 한국 군인권전문가이고 우리 군 인권 신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은인이라는 점이 무시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나는 20년 전 임태훈 소장과 군 인권 실태연구를 함께 조사한 적이 있다. 성격 차이로 연구 기간 내내 우리 둘 사이에 불화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가 군에 대해 이어가는 고민의 폭과 깊이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깊다는 점이다.
의심하기 어려운 군에 대한 그의 애정, 청년들에 대한 그의 사랑
이미 관련하여 옥고를 치른 그에게 차라리 우리가 먼저 질문하면 어떨까? 감옥에 갈 정도로 깊게 이어간 그 고민과 사유를 말이다. 당시의 앙금은 이제 없다. 아니, 이제 난 말이 아닌 실천으로서 군 인권에 대한 자신의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많은 이의 공감을 요청하며, 마침내 간과할 뻔했던 군 내 인권의 문제들을 해결한 그를 존경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어렵고 소중한 일들을 해냈고, 지금도 그 일을 하고 있다.
20년 전, 임 소장은 나를 참 싫어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군에 대한 그의 애정과 우리 청년들에 대한 그의 사랑만큼은 의심하기 어려웠다. 지난 13일, 임태훈 소장의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컷오프 소식을 언론을 통해 접하며 오랫동안 망각의 강 건너편에 두었던 2005년 가을, 임태훈 소장과의 치열했던 한 해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의 열정과 노력이 왜곡되거나 폄훼되지 않길 소망했다. 물론 이 또한 우리 인권사의 주요 지점으로 후속세대에게 큰 일깨움을 주겠지만 이렇게 인권과 평화의 심지에 어렵게 타오르는 노란 촛불이 꺼지지 않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