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단행된 검찰 고위급 인사를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가 4개월여 밖에 안 남은 데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발령났기 때문이다.
더구나 송 검사장은 한 때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며 '어차피 차기 총장은 송경호 검사'란 말이 돌 정도의 인물이었기에, 이번 인사가 더욱 파격적으로 비쳤다. 송 검사장 후임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설 대변인이었던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부임했다. 이번 인사에 대해선 보수언론인 <조선일보>조차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갑작스러운 검찰 인사가 김건희 여사 의혹 수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전망해 보고자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인 오동현 변호사를 지난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론 고려 않고 김건희 위한 정권 행보만 보여"
- 검찰 고위급 인사에 대한 총평해 주세요.
"뜬금없이 검찰 인사가 있었는데, 내용 보면 김건희 여사 방탄을 위한 윤석열 대통령과 신임 민정수석의 작품으로 보입니다."
- 왜 그렇게 보세요?
"최근 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소환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또 일선에서는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관련해서 불렀는데 나오지도 않는 걸 어떡하냐면서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왔죠. 그러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느낌이었거든요.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데 윤석열 대통령 보면 그 말이 진리에 가깝습니다. 총선 참패 후 민심에 귀 기울인다면서 2년 내내 거부하던 영수회담까지 하고 취임 2주년 기자회견도 했지만, 본질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찐윤체제를 더욱 공고히 구축했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뻔한 의도를 의심하고 생각하고 있죠. 그런데 지난 2년간 뒤돌아봤을 때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여론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김건희 여사만을 위한 정권의 행보를 보였습니다. 한마디로 김건희 여사가 최고의 존엄이고 국민 위에 있는 것이죠."
- 지난 7일 민정수석을 부활시켜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했어요. 이번 인사와 연관이 있을까요.
"민정수석실이 부활할 때 이 모든 게 예견된 일이었으므로 그 연관성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총선 참패 후 특검이 현실화되고 거부권 행사 역시 무력화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더욱 강고한 대통령 내외 호위체제 구성으로 내몬 것으로 보입니다.
갑자기 2년 만에 민정수석에 부활시키고 불과 6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런 고위층 인사가 이루어졌죠. 또 검찰 인사 발표 당시 이원석 총장이 지방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 이 총장의 의견은 전혀 반영 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아마 이원석 총장이 김건희 여사 수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배제시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인사가 나자, 이원석 총장이 물러날 거란 전망이 많았어요. 하지만 오늘(14일) 출근길에 이 총장이 "인사는 인사고 수사는 수사다"라고 밝히며 사임을 일축했어요.
"인사 발표 나고 대부분 이원석 총장이 사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는데 오늘 이원석 총장이 사임하지 않겠다고 얘기 했습니다. 아마 윤석열 대통령과 이원석 총장 간의 관계도 틀어진 부분이 있는 게 아닌가 해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임기 동안 본인이 검찰총장으로서의 자리를 지키겠단 것이고, (해당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인사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듭니다."
- 이번 인사를 두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대결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어제 발표가 나고 이원석 검찰총장의 참모, 측근들도 다 교체가 되고 아무래도 윤석열 대통령과 더 가까운 찐윤 검사들이 김건희 여사 수사 관련하여 전면으로 배치가 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측 친한 검사들은 대부분 보직이 변경된 것 같아요.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검사들이 전면으로 배치되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검사들은 실질적으로 수사 업무에서 배제된 게 아닌가 이런 평가가 많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도 이번 명단을 봤을 때 그렇게 보입니다."
- 한 전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전면전으로 가는 건가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질문에 '이제 정치인으로서 자리를 잡았다'란 식으로 평가 했지만, 그거는 정말 립 서비스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한동훈과 이원석, 교감 있었을 것"
- 이원석 총장 라인에서 김건희 수사를 하겠다고 하니 인사가 난 것이잖아요. 이원석 총장과 한 전 비대위원장의 교감이 있었을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아마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과 이원석 총장의 교감이 있지 않았나란 생각은 듭니다. 그렇지 않고 이원석 총장이나 중앙지검에서 독자적으로 김건희 여사의 수사 방향이라든지 소환 여부에 대해서 언론에 얘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 이원석 총장이 물러나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한 전 위원장과 상의 했을까요?
"상의하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드네요. 아무래도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위한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계속해서 저울질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부분도 현재 상황에 좀 영향 미치지 않았을까 합니다."
-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산고검장으로 부임하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입니다. 지검장에서 고검장으로 갔으니 승진 같아 보이지만 좌천이란 평가도 있던데.
"서울중앙지검은 가장 많은 검사를 거느린 최대 규모의 검찰조직인데 그 자릴 내놓으라고 한 뒤 부산고검장으로 보낸 건 누가 보더라도 더 이상 쓸모가 없다거나 또는 신뢰할 수 없다는 메시지로 읽는 게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정권의 치부인 김건희 여사 수사뿐만 아니라 중요한 수사들을 지금 담당하고 있는데 거기서 제외됐다고 보이거든요. 실질적으로 중요한 수사 담당하다가 수사와 관련된 업무 하지 못하는 고검장으로 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좌천된 걸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 송경호 검사장이 사표 낼 가능성도 있을까요?
"이원석 총장도 검찰총장 자리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했죠. 그렇다면 (송경호 검사장도) 일단 고검장으로 가서 당분간 자리 지키지 않을까란 생각은 듭니다."
-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총장할 때 대검 대변인이었던 이창수 전주지검장을 임명했어요. 윤석열 사단인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어떤 분인지에 대해서는 다들 많이 알고 계실 겁니다. 이창수 전주지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령 낸 것 자체가 윤석열 정권이 인사로 충성 시험하고 인사로 벌하고 인사로 입 막으며 인사로 상 준다는 거죠. 국가 권력을 사사로이 사용한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준 것 같습니다.
이창수 중앙지검장은 대표적 친윤 인사잖아요.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적인 인사들에 대한 중요 사건들을 도맡아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아마 김건희 여사 사건에 대비하기 위해 자기 최측근을 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그럼, 이번 인사를 용산의 검찰 장악으로 볼 수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인사로 완전히 찐윤 검찰 체제를 구축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검찰이 오직 인사에 살고 인사에 죽는 조직인데, 그런 부분을 이용하여 가장 중요한 사건들을 맡고 있는 조직에 최측근들을 다 배치한 거라, 검찰 장악을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김건희 의혹, 특검 필요성 더 커졌다"
- 이번 인사가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취임 2주년 기자회견 때도 윤 대통령은 김건희 수사 관련하여 특검을 거부한다고 명백히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이원석 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을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표하자마자 이런 인사가 난 걸로 봐서 김건희 여사의 수사가 제대로 검찰에서 이루어질지 상당히 의문이 있습니다."
- 그래도 이원석 총장이 수사는 수사대로 하겠다고 했잖아요. 그건 의미 없는 걸까요?
"검찰총장이 수사는 수사대로 하겠다고 얘기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수사 담당은 서울중앙지검에서 하잖아요. 중앙지검의 1, 2, 3, 4차장도 다 교체하고 실질적으로 수사 지휘 하는 중앙지검장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교체한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그런 의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과연 중앙지검에서 제대로 수사에 임할 수 있을지가 상당히 의문입니다."
-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걸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특검은 거부하고 검찰에서 제대로 된 수사를 할 것이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기자회견 후 며칠 지나지 않아서 이런 검찰 인사를 단행했거든요. 검찰 수사를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명백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특검의 필요성이 더 커진 것 같아요."
-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털털 털었는데 나온 게 없지 않았냐고 주장하고 있어요.
"시기적으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그 사건을 담당했던 사람들이 다 윤석열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측근들이잖아요. 그게 과연 문재인 정권에서 제대로 조사를 했는데도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죠.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거든요."
- 그러면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지지부진하면 오히려 22대 국회에서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훨씬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특검으로 진행이 되는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