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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헬기 추락 사고 사망에 공식적인 애도를 표했다.

미국 국무부는 20일(현지시각) 매슈 밀러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란에서 발생한 헬기 추락 사고로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교부 장관, 다른 정부 대표단 일원이 사망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애도를 표한다"라고 밝혔다고 AP,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새 대통령을 선출함에 따라 우리는 인권 및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이란 국민 및 그들의 투쟁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 이후 단교하며 외교 관계가 없는 상태다. 또한 미국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를 이끌고 있다. 

미 국방 "이번 사고에 역할 없어"... 음모론 '차단'

미국은 강경 반미 노선을 펼친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애도하면서도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밀러 대변인은 "라이시 대통령은 수천 명이 숨진 이란 최악의 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다"라며 "이란의 일부 반정부 단체가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을 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미국은 그들이 왜 그렇게 느끼는지 이해한다"라고 지적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란 국민들이 그들의 시민권을 위해 싸울 때 그들을 편에 설 것"이라며 "역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이란의 모든 행동에 대해 계속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로 라이시 대통령이 타고 있던 헬기의 부품 수급이 어려워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는 반발에 대해서 "터무니 없는 소리"라며 "우리가 볼 때 사고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안전 문제는 전적으로 그들의 책임이며, 그 같은 주장에 근거가 없다"라며 "다만 이란 정부가 이런 문제로 미국을 탓하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예멘 후티 반군 등을 언급하며 "이란은 역내 테러 네트워크를 지원한 책임이 있다"라며 "라이시 대통령은 자기 손에 피를 잔뜩 묻힌 사람이었다는 것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라이시 대통령 장례식에 미국 정부가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은 할 말이 없다"라며 "애도를 표하는 것이 전형적인 관례"라고 답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도 "매우 불행한 사고로 이란 대통령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라면서도 "지금으로는 사고 원인에 대해 어떠한 통찰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이란 정부가 조사하고 나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그 추락 사고에서 한 역할은 없다"라고 일각에서 제기한 음모론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또한 "우리의 군사 태세에 관해 발표할 것도 없다"라면서 "이것은 우리가 계속 주시해야 할 사안이지만, 현재 광범위한 역내 안보 영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이란, 국가 애도기간 선포... 오는 22일 테헤란서 장례식
 
이란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헬기 추락 사고로 실종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무사 생환을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등이 탑승한 헬기가 산악 지대에 추락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4.05.20
 이란 테헤란에서 시민들이 헬기 추락 사고로 실종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무사 생환을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 등이 탑승한 헬기가 산악 지대에 추락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4.05.20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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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중국과 러시아는 애도만 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라이시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은 이란 국민에게 엄청난 손실"이라며 "중국도 좋은 친구를 잃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라이시 대통령은 뛰어난 지도자"라며 "그는 러시아의 진정한 친구로서 양국이 좋은 이웃 관계로 발전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라고 말했다. 

라이시 대통령은 전날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 주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뒤 타브리즈의 정유 공장을 둘러보기 위해 헬기를 타고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그가 탑승한 헬기는 동아제르바이잔주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 추락했으며, 라이시 대통령을 포함한 탑승자 9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앞으로 5일간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또한 이란 정부는 프로축구를 포함한 모든 체육 경기를 연기하고, 7일간 모든 문화·예술 활동도 중단하기로 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장례식은 오는 22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다. 이란은 헌법에 따라 부통령 가운데 선임인 모하마드 모흐베르가 대통령직을 승계했으며, 오는 6월 28일 새 대통령을 뽑는 보궐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태그:#이란, #미국, #라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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