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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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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을 앞둔 김진표 국회의장이 후배 정치인들에게 "욕 먹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제도를 바꾸고, 저출생 해결의 물꼬를 트기 위한 개헌 등에 용기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김 의장은 22일 국회 사랑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년 전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공직 50년의 모든 경험과 역량, 정성을 다해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국회'를 만들고자 최선을 나름 다해왔다"며 "다만 개헌과 선거제도 등 개혁과제의 마지막 결실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을 정치의 길로 이끈 김대중 대통령,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게 만든 노무현 대통령의 꿈인 국민통합과 협치, 정치개혁을 이어가지 못했다며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평균 40%가 사표... 선거제 개편 없인 협치 불가"

김 의장은 "그동안 매 국회마다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과 정치양극화 완화를 위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논의가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고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며 "오히려 그 사이에 분열적인 진영정치와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폐해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제 개편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공론화를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말을 물가로는 끌고 갔다"면서도 "결국 말에게 물을 먹이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김 의장은 특히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 표만 이기면 모든 것을 다 갖고, 그렇지 않으면 다 잃어버리니까 선거제 개편을 하지 않으면 협치가 일어나기 힘들다"며 "(한 선거구에서 단 한 명만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도 하에선 전체 유효 득표의 평균 40~50%가 늘 사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제1당이 의석 수로는 엄청난 차이가 났지만, 득표율에선 2당에 대해서 5.4%만 더 얻었을 뿐"이라며 "선거 끝나고 한 달도 안 됐는데 각 정당 지지율이 왜 뒤집히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1당도 너무 안심해선 안 되고, 2당도 너무 실망할 필요가 없다. 국민들은 어떤 정치인들보다도 평균적으로 높은 정치 의식 수준을 갖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맞추려면 선거제 개편이 꼭 필요하다. 4인 중대선거구제로 간다고 가정해보자. 서울에서 48명을 뽑는다고 하면, 현재 정치 지형을 살펴볼 때 한 선거구에서 어떤 경우에도 4대 0은 안 나온다. 그러면 대화와 타협하는 길이 살아나고, 사표 비율은 5% 이하로 떨어진다. 이게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은 후보자 선출이고, 그래야 의회가 제대로 구성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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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김 의장은 22대 국회의원들에게 '욕 먹을 용기'를 주문했다. 그는 쟁점 법안의 본회의 상정 등으로 거대 양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일에 관한 소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국회의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대화와 타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법도 의장 당적을 버리라고 한 것"이라며 "의장도 욕먹는 일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답변했다. 이어 "시간이 흘러가면 저를 욕했던 양당도 저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느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의장은 또 "정치인이 학자도 아니고, 시민단체도 아닌 것은 선택하고 결정하는 직업"이라며 "그 선택과 결정에는 책임이 따르고, 책임에는 욕 먹는 일을 수반한다. 22대 의원들께 '욕 먹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꼭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직후 만난 선배 의장들이 "현재의 정치 상황을 개탄하면서 너무 눈 앞의 자기 이익과 당리당략에 몰입하고 있는데 그걸 국민들이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왜 그런 바보 같은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안타까운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의회주의자 김대중, 모욕 감수... '큰 정치' 있어야"
 
김진표 국회의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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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도 이견 없이 김대중 정부 때 가장 의회정치가 꽃피웠다더라. 5년 내내 여소야대였고 총리를 한 번도 자기 사람을 쓸 수 없는 정치여건 속에서도 금융개혁, 재벌개혁, 노동개혁까지 했다. 그래서 외환위기를 빨리 극복하고 한국의 미래가 꽃 필 수 있는 기본 토대를 만들었다. 김대중 대통령도 여사님의 옷 로비 사건 특검하지 않았나. 그걸 옳다고 생각해서 받았을까? 평생 의회주의자로, 국회가 결정한 것을 거부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모진 모욕을 감수하면서도 했다.

그 다음 누가 두번째로 잘했나 했더니 '물태우'라는 얘기 들었던 노태우 정권 때 의회정치가 가장 꽃피웠다. 5공 청산 마무리할 때 김원기, 김윤환, 김용채 세 원내대표 간에 여러 가지 밀고당김을 했지만 결국 당시 5공 실세들을 정계에서 은퇴시키는 결단을 이루면서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없이 문민정부로 넘어가는 기틀을 만들었다. 이런 큰 정치를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이 있어야 한다."


김 의장이 거듭 '협치'를 말하는 이유는 저출생이라는 국가 과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정치는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고, 미래세대가 사라진다면 정치가 할 일도 사라지는 것"이라며 "저출생 극복 없이 미래를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개헌 또한 "권력 배분의 문제 갖고는 국민 90%의 공감을 못 받아낸다"며 "'꼭 헌법을 고쳐서 저출생을 극복하자'는 공감대를 만들어서 3년 뒤 대선에서 개헌하자. 이것이 지금까지의 개헌에 관한 실패를 극복하는 길"이라는 말을 남겼다.

태그:#김진표, #저출생, #선거제개편, #개헌, #정치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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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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