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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024년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024년 1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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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8월 31일, 1가구 1주택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올리는 종부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반대표를 던진 17명의 민주당 의원 중 하나였다(관련 기사 : 울먹인 장혜영, 포효한 용혜인 https://omn.kr/1v1j3).

2022년 7월 22일, 그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을 때도 종부세 문제를 두고 "어느 정도 조정은 할 수 있지만 우리의 방향성까지 흔들리진 않았으면 한다"며 여전히 원칙론을 견지했다. 다만 고 의원은 "프레임 전환은 필요하다"며 "계속 종부세에 갇히는 것은 저들의 논리를 따라가는 셈"이란 말을 남겼다(관련 기사 : 1인 시위까지 나선 고민정 "솔직히 윤 대통령이 잘하길 원한다" https://omn.kr/1zygo).

2024년 5월 24일, 그는 이날 공개된 <신동아> 인터뷰에서 "종부세 폐지했으면 좋겠다. 종부세가 상징처럼 돼버려서 민주당은 집 가지고 부자인 사람을 공격하는 세력처럼 됐다"고 했다. 확연히 달라진 태도였다. 

종부세는 2005년 도입 이래 항상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보수 진영은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실패 사례이자 '세금 폭탄'이라며 맹공했고, 합산방식이나 공시가격 기준 등을 두고도 시기를 떠나 찬반이 팽팽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2017년 33만 2000명 수준이던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가 2022년 119만 5000명까지 급증, 정권교체로 이어지자 일각에서는 '종부세 폐지 없인 정권을 되찾아올 수 없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종부세는 곧 노무현이고, 민주·진보진영의 상징이다. 고민정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던 2021년 가을 개정 때도 당 안팎에선 '민주당이 부자감세에 동참했다'는 반발이 거셌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종부세 폐지' 발언이 공개된 후, 고 의원에게도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긴 하다.

그는 24일 오후 기자와 한 통화에서 "(이번 발언으로) 우리 진영에선 엄청 반대하고 비판하겠죠"라고 했다. 그럼에도 도대체 무엇을 가리키고자 손가락을 뻗었을까. 

"선거 공약으로도 제안"... '종부세 폐지' 왜 나왔나

- 2년 전 인터뷰 때도 '방향성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당에서 종부세 완화 조짐이 있을 때 적극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21년 반대표뿐 아니라 2022년 9월 7일 일시적 2주택, 지방저가주택 등은 '1가구 1주택'을 유지하도록 완화할 때도 기권이었고. 왜 지금 폐지로 생각이 변했는지 궁금하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도 '종부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자'고 제안했다. 물론 안 받아들였지만. 그런데 얼마 전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가 (1가구 1주택) 종부세 폐지를 얘기했다가 바로 접지 않았나. 하지만 이 사안은 충분히 토론할 필요가 있다. 종부세 찬성·반대 다 합당한 이유가 있지 않나.

저는 원래 상한선을 올리는 것도 반대했다. 9억 원을 무너뜨리면, 심리적 마지노선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집값이 올라가는 건 물론이고 서민들한테도 안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11억 원으로 올라가지 않았나. 그 결과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2022년 119만 5000명에서 2023년 41만 2000명으로, 세수도 3조 3000억 원에서 1조 5000억 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전체 대상자는 128만 3000명→49만 9000명, 세수는 6조 7000억 원→4조 7000억 원). 게다가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고 있고. 

종부세를 실제로 내는 사람도 몇 안 되고, 세수 확보에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종부세의 존재만으로 집값이 잡히는 것도 아니라면 굳이 여기에 얽매여야 할까. 저는 문재인 정부가 '더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냥 (부동산 투기 목적의) 욕망으로만 봤던 게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 종부세가 부동산 투기 과열을 막는 면이 있고, 1가구 1주택에 한해서 폐지하자는 것과 다주택자를 포함해 전부 폐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다주택도 어느 정도인지, 어떤 종류인지 봐야하지 않나. 예를 들어 지금 농어촌에 있는 집은 1가구 1주택을 따질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법 개정, 시장 변화 등으로 다주택자 가운데 종부세 대상자도 2022년 90만 4000명에서 2023년 24만 2000명으로, 같은 기간 세액은 2조 3000억 원에서 4000억 원 수준으로 감소 – 기자 주). 저는 '어쨌든 논의를 좀 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거다. '우리는 무조건 종부세를 꼭 가지고 가야 한다'고 해야 하나. 또 지지층을 분석해보면 어느 정도 소득이 있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한다. 이 대목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종부세는 '징벌'로만 통용... 다른 세금 조정하자"
 
2023년 11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우체국에서 직원들이 각 가정으로 전달될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공시 가격 하락 등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강남우체국에 도착한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2023년 11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우체국에서 직원들이 각 가정으로 전달될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공시 가격 하락 등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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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이 누구를 대변할 것인가'라는 지점에서 종부세 완화 또는 폐지를 말하면 '중산층 이상만을 위한 부자정당으로 가겠다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 그런데 '서민을 위한 정당'은 김대중 대통령께서 시작한 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우리가 계속 거기에 머무르기만 할 건가. 새로운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그래서 논의가 필요하다. 저는 당에서도 계속 이 이야기를 해왔다. 또 한편으로는 민주당이 실제로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어가고 있는데 겉모습은 자꾸 아닌 것처럼 하는 게 이율배반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힘없고 약한 사람들의 방패막이'가 되자는 것과 '소득이 적은 사람들만을 위한 정당'이 되자는 것은 다른 의미라고 본다."

- 어떤 면에서 다른 의미라는 뜻인가.

"꼭 소득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약자가 아닌가? 집을 갖고 있다면 약자가 아닌가? 너무 옛날 방식으로 약자와 강자를, 선악의 구도를 구분하는 것 같다. 그래서 종부세에 대해서는 심각한 토론이 필요하다."

-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각종 감세 정책 등으로 세수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종부세를 폐지하든 완화하든 여파가 있지 않을까.

"과세 대상자나 세수 현황을 볼 때, 지금이야말로 종부세를 증세·감세의 문제가 아닌 영역에서 논의할 수 있는 시기다. 물론 세수를 줄게 할 수는 없다. 가령 저는 법인세 같은 건 올릴 수 있는 만큼은 올려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종부세를 폐지한다고 모든 세금을 다 폐지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취득세나 재산세, 아니면 양도세를 올리든 조정을 해야 한다. 다만 종부세가 '징벌적 제도'로 통용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 결국 '폐지' 주장 자체보다는 '토론'을 원한다는 말인데, 당장 반발이 거세지 않겠나.

"우리 진영에서는 엄청 반대하고 비판하겠죠. 그런데 '넘어가야 될 산'이다. 어쨌든 시대도 변했고, 산업도 변했고, 사람들의 재산 형성 과정과 방법도 변했고, 인식도 다 변했다. 정치만 하나도 안 변했다."

"정치만 하나도 안 변했다... 건강한 토론 이어지길"

고 의원은 25일 늦은 시각 페이스북에도 글 한 편을 남겼다. 그는 "민주당은 종부세를 목숨처럼 생각하면서도 그 경계를 허무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었다"며 "결국 종부세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여러 예외조건과 완화조치로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 지방재정의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을 이루기엔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치열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총체적인 재설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특히 "월세에서 전세로, 그리고 자가로 이동할 수 있는 '주거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며 "종부세를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성역으로만 여기지 말고, 젊은 세대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게 하기 위해선 어떤 제도 설계가 필요한지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부의 합리적 재분배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하는 일은 우리가 계속 지향해야 할 일임에도 변함이 없다"며 "상대방에 대한 혐오의 말이 아닌 건강한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토론은 조금씩 진행 중이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종부세는 자산불평등해소,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도입된 것이다. 진지한 반성과 성찰 없이, 또 당 차원의 토론이나 방침 없이 민주당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조심스럽다"며 반대 뜻을 표시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도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목표를 가진 정당이면, OECD 평균 아래인 조세부담율을 높이고 부동산 소유 양극화는 줄인다는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에 초점을 맞춘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마지막 방어선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종부세를 폐지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무주택 서민들로부터 실낱 같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가는 게 민주당이 할 일이란 말인가"라며 '폐지론'을 "망발"이라고 성토했다.

다만 "1주택 소유자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경감해주자는 제안에는 아무런 이의가 없다"며 "이것은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22년9월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찬성 178인, 반대 23인, 기권 4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022년9월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찬성 178인, 반대 23인, 기권 44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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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고민정, #종부세, #민주당,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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