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P 격노설' 관련해서 해병대나 국방부에 의중 전달하신 적 있으신가요?
"...."
- 채상병도 대전현충원에 묻혀 있는데 하실 말씀 있습니까?
"...."
묵묵부답이었다. 해병대 고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키맨' 중 한 명인 3성장군이자 국방대 총장인 임기훈은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어떠한 답도 하지 않고 보좌 인력에 둘러싸여 차에 오른 뒤 현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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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 '키맨' 임기훈 포착, 채상병 잠든 곳에서 'VIP 격노' 물었더니 <오마이뉴스>는 임기훈 국방대 총장이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지난 3일 그를 만났다. 현역 군인인 탓에 언론에 좀처럼 노출되지 않았던 임 총장은 지난해 8월 30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이후 약 9개월 만에 이 사건 관련 질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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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수림, 복건우, 소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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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훈 국방대 총장(중장)은 채상병 사망 및 수사외압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7~8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이었다. 공수처는 임 총장과 이종섭 국방부장관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박진희 군사보좌관(현 육군 56사단장)을 대통령실과 국방부를 이었던 핵심 라인으로 보고 소환을 검토 중이다. 소장이었던 그는 이후 중장으로 진급, 지난해 11월 국방대 총장 자리에 앉았다. <오마이뉴스>는 아래 질문들도 던졌지만 임 총장은 입을 열지 않았다.
-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 시절 채상병 사건 관련 국방부나 해병대에 대통령 의중 전달하신 적 있는지요?
"...."
- 박진희 (당시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전화 많이 하셨던데 무슨 통화를 하신 건가요?
"...."
- 국회에서 왜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통화한 적 없다'라고) 위증하셨습니까?
"...."
- 채상병 사건 관련해서 입장 한번 밝혀주십시오.
"...."
채상병 묘엔 없던 국방대 화환
<오마이뉴스>는 임 총장이 현충일을 앞두고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한다는 정보를 입수, 지난 3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현역 군인인 탓에 임 총장은 지난해 8월 30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이후 약 9개월 넘게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다.
임 총장은 이날 오전 9시께 녹색 제복을 입고 국방대 관계자 30여 명과 함께 현충문에 도착했다. 이어 현충탑으로 향한 그는 경례, 묵념, 분향을 차례로 한 뒤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헌신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썼다. 이어 국방대 관계자들과 현충문 앞 계단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기념촬영 전후로 <오마이뉴스>는 임 총장에게 위 질문을 던졌으나 그는 취재진과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차량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이 과정에서 국방대 관계자들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을 저지하며 "잠시 나가 달라", "(이동할) 차량 빨리 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 총장은 번호판에 '국'이라고 적힌 군용차량에 올랐고 차량은 급히 현장을 벗어났다.
임기훈 텔레그램 메시지 "당분간 통화·문자 어렵다"
이날 임 총장이 찾은 제2연평해전 전사자 등 일부 묘역엔 '국방대학교' 명의의 추모 화환이 놓였다. 하지만 채상병 묘역엔 가족, 그리고 해병 전우들이 놓은 꽃과 메시지들뿐이었다.
채상병의 묘역 근처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박아무개(70, 남)씨는 "직업 군인인 아들 셋을 뒀다"며 "채상병 사건에 마음이 쓰여 일주일에 한 번씩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묘 앞에서 묵념하며 "명복을 빕니다. 그저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라고 되뇌었다.
현충원에서 일하는 강아무개씨도 "이 사건은 진보, 보수의 문제가 아니고 옳고 그름의 문제"라며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이 국회에서 부결된 다음 날 채상병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 꽃과 술을 두고 왔다"고 했다. 이어 "젊은이가 이렇게 억울하게 죽었는데 (책임자들은) 이 사건을 그냥 방치하나. 정신 나간 사람들 아니냐"라고 말했다.
임기훈 국방대 총장은 당시 이종섭 국방부장관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박진희 군사보좌관(현 육군 56사단장)과 함께 대통령실과 국방부를 이었던 핵심 라인이다. 실제로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28일부터 8월 9일까지 총 28회, 43분 39초에 걸쳐 통화했다.
임 총장은 또 7월 30일~8월 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네 차례 통화하기도 했다. 특히 7월 31일은 박 대령이 김 사령관으로부터 VIP 격노설을 들었다고 한 날이다.
<오마이뉴스>는 현충원에서의 질의 이후 같은 날 임 총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했으나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후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한 그는 "당분간 통화나 문자 송수신은 어려우니 양해 부탁드린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