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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에 4남매가 9박11일 동안 이탈리아를 자유롭게 여행한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씁니다.[기자말]
폼페이 유적지 남부이탈리아에 폼페이 유적지(2024.4.17 사진)
▲ 폼페이 유적지 남부이탈리아에 폼페이 유적지(2024.4.17 사진)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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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여행 둘째날, 세 동생과 함께 근교 도시인 폼페이와 소렌토에 가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폼페이는 막냇동생이 꼭 가 보고 싶어 하는 곳이었고 소렌토는 폼페이에서 가까운 도시라 들러보기로 했다.

나폴리에서 근교도시로 가는 기차는 중앙역이 아니라 지하에 있는 가리발디역에서 탄다. 우리는 사철이라 불리는 소렌토행 기차를 탔다. 예약이 필요없고 가격이 싼 대신 좌석이 정해져 있지 않은 기차는 30분 만에 폼페이 유적지에 도착했다. 

기차에 타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내렸다. 줄을 서서 나가야 할 만큼 폼페이 스카비역은 작고 소박했는데 밖으로 나가자마자 매표소가 있고 유적지는 바로 코앞이었다.

영화의 소재로도 쓰였던 폼페이는 이천 년 전에 멸망한 도시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다. 로마 귀족들의 별장이 들어선 피서, 피한지로 유명했던 폼페이는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었고 2,000여 명이 사망했다. 

폼페이는 2~3m 두께의 화산재와 화산암에 파묻혀 잊혀진 도시가 되고 말았다.
 
폼페이 유적지  바실리카(직사각형 회랑 모양 건축물)로 2층에서는 재판을 하고 광장에서는 시장이 열린 곳
▲ 폼페이 유적지  바실리카(직사각형 회랑 모양 건축물)로 2층에서는 재판을 하고 광장에서는 시장이 열린 곳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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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폼페이가 1748년부터 발굴되기 시작해 지금은 옛 시가지의 절반 정도가 발굴되었다. 고대 로마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고 역사적 가치가 인정된 폼페이는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입구인 마리나 문에 들어서자 양쪽으로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가 보이고 공들여 만든 돌길이 나왔다. 그 옛날 마치가 다니던 길과 인도를 구분해 길을 만든 것을 보면 폼페이는 물자와 사람의 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대도시였음을 알 수 있었다.
 
폼페이 유적지 무너진 돌담에 핀 봄꽃
▲ 폼페이 유적지 무너진 돌담에 핀 봄꽃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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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로마노가 한 동네의 폐허라면 폼페이는 한 도시의 폐허라서 유적지의 규모도 로마에 비해 훨씬 크고 넓었다. 더구나 폼페이는 화산 폭발이라는 비극적 사건으로 막을 내린 도시라선지 잘려진 기둥들, 무너진 돌담에 핀 봄꽃들이 오래 전의 비극과 대조를 이루어 더 인상깊었다.

당시 재판을 했던 바실리카와 아폴로 신전, 주피터 신전 등을 둘러보고 우리는 함께 여행한 이래 처음으로 각자 자유시간을 가졌다. 남동생 둘은 아들들에게 보여줄 영상을 찍거나 보고 싶은 유물을 찾아 돌아다니고 여동생과 나는 포럼 한 켠에 앉아 풍경을 감상했다.
 
폼페이 유적지 포럼(중앙광장)
▲ 폼페이 유적지 포럼(중앙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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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광장인 포럼은 그 당시 번화가이자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곳인데 지금은 무너진 건물의 잔해와 기둥들이 옛 시절의 영광을 알려준다. 그 넓은 광장에 깃발을 앞세운 단체여행객들이 계속 몰려 오는데 우리나라 여행객들도 꽤 많이 보였다.

폼페이 유적지를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기차를 타고 소렌토로 향했다. 기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 속 집 마당에는 오렌지 나무와 레몬 나무가 싱그러웠다. 먼 바다가 보이면서 기차는 30분 만에 소렌토에 도착했다.
 
소렌토 남부이탈리아(2024.4.17 사진)
▲ 소렌토 남부이탈리아(2024.4.17 사진)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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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렌토는 학창 시절 음악시간에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이탈리아 칸초네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도시다. 노래로 학창 시절이 소환되어서일까, 추억 속 도시를 찾아가는 기분이었다.

소렌토는 기차역에서 중심가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자그마한 도시였다. 다리 위에서 바라 본 소렌토는 바다가 보이는 절벽 위에 만들어진 풍경이 멋진 도시이기도 했다. 

오렌지나무를 가로수로 심고 가게마다 레몬으로 만든 상품들이 노랗게 진열되어 있었다. 레몬 사탕, 레몬 비누, 레몬 술, 레몬이 그려진 티셔츠와 식탁보, 레몬 음료 등등.
 
소렌토의 거리 오렌지나무가 심어져 있는 거리
▲ 소렌토의 거리 오렌지나무가 심어져 있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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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으로 먹고 사는 도시답게 골목길은 아기자기하고 가로등 디자인은 감각있고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물건은 다양했다. 가족들 선물용으로 우리는 레몬 사탕을 사고 절벽이 보이는 마을 끝까지 산책 삼아 거닐었다.

해가 지기 전에 숙소가 있는 나폴리행 기차를 타야 했다. 남부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은 여행책에는 늦은 시간에 소렌토에서 나폴리 가는 기차를 타지 말라는 주의가 적혀 있었다. 아마도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서 그럴 텐데 어제 나폴리에서 경험한 난폭운전을 떠올리면 새겨들어야 할 조언이었다.
 
나폴리 가리발디역 나폴리 근교에 가는 사철
▲ 나폴리 가리발디역 나폴리 근교에 가는 사철
ⓒ 임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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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시간, 기차는 만석이었다. 기차 안은 여행객과 현지인들이 뒤섞여 시끌벅적하고 산만하고 정겨웠다. 흡사 옛 완행 열차처럼 정거장마다 멈춰 서 누군가는 내리고 누군가는 기차에 올랐다. 다만 지친 다리로 1시간 넘게 서서 가야 하는 상황이 힘들어서였을까, 앉아 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기차에서 내려 나폴리 가리발디 광장에 올라오니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하루에 두 도시를 다녀 왔으니 몸은 피곤하고 다리는 후들거렸다.

하지만 하나의 기차 노선으로 이천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폼페이와 도시공간을 엣지있게 꾸며놓은 소렌토를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었으니 그걸로 보상은 충분했다. 

덧붙이는 글 | 제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태그:#폼페이유적지, #소렌토, #이탈리아여행, #남부이탈리아여행, #이탈리아자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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