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정부와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의 광복절 기념식이 따로 열렸다. 광복회를 비롯해 독립운동단체 56곳이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마련한 광복절 기념식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15일 오전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이 열린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은 독립운동단체 회원들로 가득 찼다. 광복회는 정치권 인사를 초청하지 않기로 했지만, 임시정부 수반인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 외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조국(조국혁신당)·용혜인(국민소득당) 대표를 비롯한 많은 야권 국회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인식 판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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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찬 광복회장 "역사는 권력의 편이 아니라 정의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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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광복회장은 광복절 기념사 머리말에서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 모여 독립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광복회는 결코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종찬 회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비롯한 친일 논란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한 나라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이 흔들리면 국가의 기조가 흔들린다. 최근 왜곡된 역사관이 버젓이 활개 치며, 역사를 허투루 재단하는 인사들이 역사를 다루고 교육하는 자리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준엄하게 경고한다.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 자주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투쟁과 헌신 그리고 그 자랑스러운 성과를 폄훼하는 일은 국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근간을 왜곡하는 일에는 반드시 단죄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건국절 논란을 두고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건국절인가. 건국절을 만들면 얻는 것은 단 하나,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게 '건국의 아버지'라는 면류관을 씌어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하지만 우리는 실로 많은 것들을 잃게 된다. 바로 일제강점을 합법화하게 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게 된다. 나라가 없었다 한다면, 일제의 강점을 규탄할 수도 없고 침략을 물리치는 투쟁도 모두 무의미하고 허망한 일이 되고 만다. 무엇보다도, 일제 강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일본에 대해 역사를 올바로 기록하라는 우리의 요구가 힘을 잃게 된다."
그는 3.1절, 임시정부 수립일(4월 11일), 광복절·대한민국 정부 수립일(8월 15일)을 언급하면서 "어디에도 나라가 새로 세워졌다는 건국절이 설 자리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종찬 회장은 남북 통일을 강조하면서 "그것은 79년 전 선열들이 꿈꾸었던 자주독립의 미완성을 비로소 후대인 우리가 완결하는 일이며, 한민족의 평화로운 번영의 기틀을 영구히 만드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갑년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이 축사를 했는데, 더 강한 어조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광복절 기념식마저도 이렇게 쪼개져 찢어지고 흩어져 거행되고 있다. 대통령은 그 책임을 광복회와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누가 이배용(국가교육위원장)을, 누가 김광동(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을, 누가 이진숙(방송통신위원장)을, 누가 김낙년(한국학중앙연구원장)을, 누가 김형석(독립기념관장)을 임명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건국절 논란에 먹고 살기 힘든 국민에게 무슨 도움 되냐고 했다. 이것도 똑같이 되묻겠다. 누가 건국절 논쟁을 야기시켰느냐"면서 "지금까지 친일 편향의 국정기조를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옳은 길을 선택해달라. 그것이 후손들과 국민 모두가 사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십시오"라고 강조했다.
광복절 기념식이 끝난 후에는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이 '1948년 건국절은 식민지배 합법화'라는 주제로 뉴라이트의 건국절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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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복회·독립운동단체들, 백범기념관에서 광복절 기념식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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