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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이란의 라이시 전 대통령이 갑작스런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이후 이란의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이 지난 6월 28일 있었고, 과반 득표자가 없어서 7월 5일 2차 투표(결선 투표)를 실시했다. 이란의 신정 체제에 우호적인 강경 보수파가 승리할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과는 달리 유일한 개혁파 후보였던 페제시키안 후보가 깜짝 1위를 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후 페제시키안이 2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서 이란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이란 혁명(1979년) 이후 시행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 가운데 가장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이란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도 명확히 드러난 선거기도 했다. 다만 1차(39%)에 비해 2차 투표(결선 투표)의 투표율(49%)은 대략 10%p 정도 상승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들의 우세 지역도 명확히 구분되는 경향을 보였다. 소수민족 밀집 지역에서는 개혁파 페제시키안 후보가 승리했고 이란 중부 지역에서는 강경 보수파 잘릴리 후보가 승리했다.

이란의 대선을 바라보는 이란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이란의 20대 여성 3명을 인터뷰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자흐라(가명), 소수민족 밀집 지역인 서아제르바이잔주 우르미아에 거주하는 파티마(가명),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 인근 도시 반다르아바스에 거주하는 마리얌(가명).

아래의 인터뷰는 이달 8일과 9일, 텔레그램과 왓츠앱을 통해 서면 인터뷰 및 음성 통화 등으로 진행했다.

- 이번 이란 대선에서 투표를 했는지 안 했는지 알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선택한 이유도 설명해달라.

자흐라: "물론 투표를 했다. 각각의 투표는 우리나라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은 선거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파티마: "2차 투표(결선 투표) 때는 나도 참여했다. 왜냐하면 그(페제시키안 대통령 당선자)는 완벽한 사람이다. 나는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좋은 사람이다. 그가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높은 수준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마리얌: "하지 않았다. 나는 투표를 한 적이 없다. 투표할 동기가 없거나 투표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자격이 있는 후보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 특히 과거 몇 년 동안 이란의 선거는 항상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결정에 의해 흘러갔다. 그래서 내가 투표할지 말지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변이 일어난 이란 대선, 그러나 투표율은 저조

- 이번 대선은 역대 이란 대통령 선거 중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란인들이 이번 선거에 관심이 적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가?

자흐라: "외국 언론의 보도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파티마: "현재 이란의 모든 사람들이 괜찮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이란 정부와 친정부 언론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이란 사람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잊을 수 없다."

마리얌: "'여성, 삶, 자유'라는 구호로 시위가 시작된 이후에 모든 사람들은 이란 정부의 실체와 그들의 거짓말에 대해 깨달았다. 그리고 그들의 탄압에 의해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게 이해가 된다. 이제 이란 사람들은 이란 정부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도 더 잔인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가까운 강경 보수 성향의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유일한 개혁 성향 후보가 승리했다. 그가 당선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흐라: "이 질문에 대해 나는 두 가지로 답하고 싶다. 이란 사람들이 정말로 이 대통령을 원했다는 것은 어리석은 대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실제로 하고 싶은 대답은 그가 부정 행위, 거짓말, 행동으로 표를 얻었다는 것이다."

파티마: "나는 그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페제시키안이 좋은 사람인 건 알지만 그가 우리를 위해 무엇이든 해줄 수 있을지 그건 잘 모르겠다."

마리얌: "이번에 하메네이는 국민들이 너무 화내지 않도록 대통령 선출 과정을 조금 바꾼 것 같다. 그로 인해, '여성, 삶, 자유'를 외치는 또 다른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란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 엇갈려

- 대선이 끝났는데 현재 이란의 분위기는 어떤가? 선거 결과에 대해 이란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가?

자흐라: "모든 것들이 차분하고 조용하다. 왜냐하면 이란인들은 무슬림이고 종교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소망은 신에게 있고 그들의 지도자(하메네이)가 하는 말과 행동을 본다."

파티마: "페제시키안은 내가 사는 도시 우르미아 출신이다. 그래서 우르미아 사람들은 약 2일 동안 그의 승리를 축하했다. 엄청 많은 교통량과 인파가 이곳에 밀집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페제시키안을 상징하는 손가락 사인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당선 이후에 우르미아는 매우 좋은 분위기다."

마리얌: "단지 페제시키안의 지지자들만 행복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그들(다른 후보들) 중 하나일 뿐이고 크게 다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먼저 그들은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지만 그들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다."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라이시 전 대통령과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진 대통령이 탄생했다. 앞으로 이란 사회가 지금과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가?

자흐라: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이란 사람들은 지금까지 선출된 이란 대통령 가운데 그를 가장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파티마: "아니다. 정말 작은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이란인들의 권리를 파괴하는 것보다는 낫다."

마리얌: "나는 미래에 이 사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직 이 나라의 문제 중 일부가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조금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이번 이란 대선에 대해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흐라: "이 사람이 지금 이란의 대통령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모든 결정을 내리지도 않고 혼자 결정을 내리지도 않으며 결국 모든 결정은 우리나라의 지도자(하메네이)에게 달려있으며 그(하메네이)가 의사 결정권자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하메네이)는 가장 훌륭하고 가장 총명한 지도자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파티마: "우리는 이란 정부와 친정부 언론 때문에 지쳤다. 그래서 이란 사람들은 투표를 싫어한다. 그리고 우리는 1차 투표에서 누군가에게 투표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란에서 투표를 한다는 건 일반적인 투표와는 다른 점이 있다. 왜냐하면 이란에서 투표를 한다는 것은 마흐사 아미니를 죽인 살인자 중에 한 명이 된다는 의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마리얌: "더이상 하고 싶은 말은 없다. 단지 이번에 선출된 새로운 대통령이 여전히 국민의 문제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모든 것이 조금씩 해결되길 바란다. 그게 우리가 바라는 것이다."

#이란#대선#페제시키안#개혁파#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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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역사문화학을 전공한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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