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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juker_parasol 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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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SNS)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튀김기 세척 사진을 올린 치킨집이 입소문 나면서 한 달 사이 매출이 3배 넘게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전남 광주광역시에 있는 이 치킨집 여주인은 영업 시작 두 시간 전부터 튀김기를 꼼꼼히 청소하는 사진을 지난 6월부터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렸다. 이에 "어떤 광고보다 효과적이다", "먹어보고 싶다" 등의 반응이 댓글로 이어졌고, 그사이 매출도 3배 넘게 올랐다.

그녀는 친구랑 지인들에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크게 관심받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푸르밀 직원이 게재한 글. / 사진=블라인드 캡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푸르밀 직원이 게재한 글. / 사진=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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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지난 2022년 10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지금까지 저희 회사 제품을 사랑해 주셨던 분들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도 한때 화제가 되었다. 

이 글은 며칠 만에 21만 명 조회수와 1300개의 '좋아요'와 34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가나초코최애'라는 닉네임의 글쓴이는 해고 통보를 받은 푸르밀 관리직 직원으로 알려졌다. 당시 푸르밀은 지속적인 매출 감소와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사업 종료를 선언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정리해고 중이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푸르밀 직원이 게재한 글. / 사진=블라인드 캡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푸르밀 직원이 게재한 글. / 사진=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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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들은 "회사와 제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자부심, 책임감,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사람은 이렇게 빛이 나는구나" 등 애사심을 칭찬하며 응원 댓글을 남겼다.

어느 유제품 회사 직원이 올린 글과 국민들이 다는 댓글 사이에 느껴지는 훈훈함이 좋지만 묘한 상상도 하게 된다. 혹시 글쓴이가 제품에 대한 애정이 담긴 이야기라든가, 애사심이 드러나는 에피소드를 온라인에 꾸준히 올려왔다면 어땠을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푸르밀 직원이 게재한 글. / 사진=블라인드 캡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푸르밀 직원이 게재한 글. / 사진=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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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해도 직원 수 삼사백 명 규모의 회사라고 하면 생산과 판매 이외에도 다양한 부서와 구성원들이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어떤 구매부 직원은 질 좋은 우유를 계약하려고 열심히 지방 축산가들을 돌아다니고, 위생적인 음료 생산을 위해 날마다 부지런히 기계를 세척한 생산부 직원이 있었을지 모른다. 어느 연구원은 더 맛 좋은 초코우유를 만들려 밥 먹듯 야근을 했고, 매대 한 칸 얻으려고 마트 관계자에게 통사정한 영업 직원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렇게 각자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마음가짐을 구성원들이 틈틈이 온라인에 남겼더라면 어땠을까. 아니면 열정이 살아있는 새내기 직원이 날마다 배우고 익히는 내용을 블로그에 꾸준히 기록했거나, 담당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선배들이 노하우를 잘 정리하여 유튜브에 올렸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치킨집 사장님이 매일 두 시간 동안 지겨울만치 반복했던 '치킨에 대한 진심'이 그랬듯 언젠가는 눈길을 끌고 누군가의 마음에 닿지는 않았을까.
 
 2022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푸르밀 직원이 게재한 글. / 사진=블라인드 캡처
 2022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푸르밀 직원이 게재한 글. / 사진=블라인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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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며 '가나초코최애'님의 게시글을 다시 찾아보니 조회수는 83000여 명, 좋아요는 4668개, 댓글은 920개로 늘었다. 푸르밀도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니 노사 합의로 사업 종료를 철회하고 혹독한 구조조정 끝에 지난 3월, 5년 반 만에 첫 월간 영업이익을 냈다고 한다. "그나저나 나 이제 뭐 하지"라고 글을 맺었던 '가나초코최애'님도 그곳에서 다시 열심히 일하고 계실 거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 개인 SNS에도 소개합니다.


#SNS#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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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째 제재소를 다니는 중년의 직장인입니다. 나무 수종에 관한 이야기나 목재를 생산하는 과정, 시공 현장 탐방기, 직장인 에피소드, 일상과 단상 등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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