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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호동 버드나무
 박호동 버드나무
ⓒ 한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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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진단을 나가다 보면 주변 수목의 종을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수종문제는 나무의사 2차 시험을 볼 때 나온다. 10가지 종류를 사진으로 보여주고 수종을 알아맞혀 보라는 문제인데 간단치가 않다. 잎줄기 등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틀리기 쉽다. 수종을 알지 못해 시험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상당하다. 그래서 수종을 외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수종 중에서도 수양버들과 능수버들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수양버들은 줄기가 빨갛고 능수버들은 녹색이다. 그래서 수양버들은 기억하기 좋게 수양대군을 연상해 외운 기억이 있다. 수양대군이 조카를 죽이고 권력을 찬탈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피를 흘려 버드나무줄기가 빨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버드나무라고 하면 'Salix koreensis' 종을 가리킨다. 이외에도 수양버들(S.babylonica)과 갯버들(S.gracilistyla)이 흔하다.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암·수가 다른 자웅이체인 것이 특징이다. 물을 좋아해서 시냇가나 강가, 호숫가와 같은 곳에서 많이 자란다. 광주천에서 자라고 있는 수종도 대부분이 버드나무다. 옛날에는 우물 옆에 버드나무를 심었다. 

수질을 정화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커다란 버드나무를 보면 오래 버티고 섰던 고목 같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빨리 자라서 금세 커진다. 그래서 왕버들처럼 오래 사는 일부 종 말고는 수명이 그다지 길지가 않다.

나뭇가지에 숨어 목숨을 건졌던 의병들
 
 박호동 버드나무
 박호동 버드나무
ⓒ 한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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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의 경우 양기가 세다고 해서 귀신이 싫어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무당들이 귀신을 내칠 때 버드나무 가지로 사람을 때리기도 한다.

썩은 버드나무의 원줄기는 캄캄할 때 빛이 나서 시골 사람들은 도깨비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이 올라와 말캉말캉한 버드나무 가지로 버들피리를 만들 수 있다. 버들가지를 잘라서 목심부를 빼낸 뒤 입이 닿을 부분을 얇게 박피하면 완성된다. 벗긴 부분을 납작하게 눌러서 피리를 부는데 제대로 연주를 하려면 적절히 구멍을 뚫으면 된다. 버드나무껍질이나 잎이 해열·진통 작용을 한다는 것은 아주 옛날부터 잘 알려져 있다.

유효성분이 살리실산인데 아세트산과 에스터화 시키면 아스피린이 나온다. 광산구 박호동에 위치한 버드나무는 4개의 큰 줄기가 하늘로 박차고 오르는 용처럼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수령이 350년이다. 수고가 12m, 가슴높이 지름 1.76m, 가슴놀이 나무둘레 2.5m이다.

이 버드나무는 박호동 호송마을이 생기면서 함께 있었다고 전해져 온다. 일제 강점기에는 어등산 의병들이 일본군에 쫓길 때 울창한 나뭇가지에 숨어 목숨을 건졌다는 얘기도 전해져 온다. 지금껏 호송마을의 상징물 역할을 해오고 있으나, 두 번 죽을 고비를 맞았다. 그때마다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쳐 살려냈다고 한다. 의병들이 일본군에 쫓겨 목숨이 촌각을 다툴 때 그 목숨을 구해준 귀중한 박호동 보호수 버드나무.

버드나무의 꽃말은 '솔직'이다. 솔직보다 정의로운 무기는 없다는 말이 이 버드나무를 보며 뇌리를 스친다.

#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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