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전거여행이 가능한 전북 무주군 계곡길
 자전거여행이 가능한 전북 무주군 계곡길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이름만 들어도 깊은 산속 차고 맑은 물이 흐를 것 같은 무주 구천동 계곡(전북 무주군 설천면). 매년 이맘때 장맛비와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면 절로 떠오르는 곳이다.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도, 구천동 게스트하우스 이층침대에 누워 밤새 청아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꿀잠에 빠졌던 추억이 생생하다.

덕유산(德裕山, 1614m) 꼭대기 향적봉에서 발원한 무주 구천동 계곡 물줄기는 원당천을 지나 남대천으로 줄기차게 흐르다 마침내 금강으로 유입된다. 덕유산 숲속 계곡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5km '어사길'이 있는가 하면, 드라이브를 하며 계곡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37번 국도)'이 있을 정도로 긴 계곡이다. 긴 계곡 물줄기 사이사이에 경승지(경치 좋은 명승지) 무주 33경이 자리하고 있어 눈길과 발길이 머물게 된다.
 
 무주 구천동 관광특구내 계곡
 무주 구천동 관광특구내 계곡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무주 구천동 계곡 '어사길'
 무주 구천동 계곡 '어사길'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무주 구천동 계곡이 더 좋은 건, 자전거를 타고 여행할 수 있어서다. 지난 7월 중순, 내 애마 자전거를 데리고 맛집 카페 펜션 캠핑장 등이 모여 있는 무주 구천동 관광특구에 있는 구천동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렸다.

터미널 건너편 계곡가에 아직도 예전에 간 그 게스트하우스가 있어 반가운 마음에 1박을 했다. 자전거 라이딩이 취미인 사장님은 돈 벌 생각이 별로 없는지 아직도 4인실 도미토리룸 하루 숙박비가 2만원이다.

게스트하우스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몰랐던 로컬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덕유산 숲속 구천동 계곡 '어사길'과 사찰 백련사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시외버스터미널, 무주구천동관광안내센터 근처에서 운행하고 있다. 출발시간은 0910 1040 1300 1430 1600시 이며 연중무휴다.

전기차인 셔틀버스를 타고 백련사까지 간 다음, 사찰을 돌아보고 구천동 계곡 '어사길'을 걸어 내려왔다. 힘 하나 안들이고 심산유곡 구천동 계곡과 오래된 절까지 여행하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덕유산자락 계곡길을 거닐어보니 이름처럼 산세가 부드럽고 거칠지 않아 사람처럼 덕이 느껴지는 산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원당천 37번 국도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원당천변 37번 국도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된 원당천변 37번 국도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 자전거 여행길 : 무주 구천동 관광특구 - 원당천변 37번 국도 - 무주 1경 라제통문 - 남대천 - 지전마을 (약 24km)

관광객 그득한 구천동 관광특구에서 빠져나온 계곡물은 원당천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원당천변 37번 국도는 국토부에서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 정도로 계곡 풍경이 멋진 도로다. 근처에 다른 국도가 생기면서 한결 한갓진 도로가 되었다. 갓길에 산책로와 함께 심어 놓은 벚나무 길에선 발길이 절로 머문다. 벚꽃이 피는 봄날엔 사람들과 차량들이 줄을 서겠다.

차량들이 많지 않은 덕택에 계곡 물소리와 계곡 풍경을 감상하며 안전하게 자전거여행을 즐길 수 있다. 더불어 계곡물이 구불거리며 아래로 흘러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뿐만 아니라 최고의 자전거 여행길이기도 하다.
  
 원당천이 된 무주 구천동 계곡물
 원당천이 된 무주 구천동 계곡물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무주 12경 수심대
 무주 12경 수심대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계곡가에 안내판과 함께 이어지는 수심대, 파회, 서벽정, 만조탄, 가의암 등 무주 33경이 곳곳에서 눈길과 발길을 붙잡는다. 무주 12경 수심대(水心臺)와 무주 11경 파회(巴洄) 일대 계곡은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지다. 수심대는 소나무들이 사는 멋진 수직암벽과 그 밑을 흐르는 계곡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승지다.

파회는 고요한 소에 잠겼던 맑은 물이 급류를 타고 쏟아지며 부서져 물보라를 일으키고, 다시 기암에 부딪치며 제자리를 맴돌다 바위 사이로 흘러들어가는 곳을 의미하는 명칭이다. 계곡가 평평한 바위에 앉아 쉴 때 들려오던 청량하고 기분 좋은 물소리는 지금도 들리는 듯 하다.

계곡길의 풍경 좋은 쉼터이기도 한 무주 33경 경승지들을 만나고, 키 높은 옥수수가 자라고 다슬기가 지천인 천변 시골 마을과 예쁜 카페, 강가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 강변풍경을 풍성하게 해주는 버드나무, 동네 어르신 같은 천변 고목나무들도 정답기만하다.

국도변 노점에서 갓 삶은 옥수수를 2개나 먹었는데 무더운 여름날씨를 견딜 힘이 생겨났다. 자전거 페달을 빠르게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 보게 되는 계곡길이다. 

남대천에서 만나는 제1경 나제통문과 지전마을
 
 무주 1경 나제통문 석굴
 무주 1경 나제통문 석굴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덕유산을 적시며 흘러 내려온 맑고 청명한 계곡물은 구천동에서 무주읍을 지나 금강에 이르기까지 구비구비 흘러간다. 무주 구천동 1경은 나제통문이다(羅濟通門, 무주군 설천면 소천리). 무주의 덕유산과 석모산 사이에 있는 석굴문으로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국경을 이루던 곳이라고 한다.

석굴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이 맑고 상쾌하고, 주변에 풍경 좋은 카페와 벤치, 정자가 들어서 있어 쉬어가기 좋다. 일제 강점기 때 금광 개발 등을 위해 굴을 뚫었다고 하는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2019년부터 환경부 인증 국가지질공원 지질 명소로 보호하고 있다. 
 
 동네주민들의 피서지 남대천
 동네주민들의 피서지 남대천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감탄이 새나오는 남대천변 버드나무
 감탄이 새나오는 남대천변 버드나무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원당천은 나제통문 앞을 흐르며 남대천이 된다. 설천면 주민들이 물가에서 나들이를 즐기고 다슬기를 잡는 모습이 정답기만 하다. 강변 고목나무들은 이맘때 뙤약볕을 가려주는 그늘을 드리워주는 고마운 존재다. 자전거와 유모차를 끌고 나와 천변 텃밭을 가꾸는 노부부 모습도 친근하고 애틋하다.

하천이 거칠지 않고 물이 풍성하다보니 계곡가에 예쁜 카페는 물론 돌담이 운치 있는 지전마을 등 예부터 사람들이 살아오던 마을들이 들어서있다. 어떤 마을 입구 표지석은 다슬기 모양이어서 재밌다. 다슬기는 1급수 맑은 강물에 사는 친숙한 연체동물로 무주군 계곡과 하천의 수질을 알려주는 존재다.

다슬기가 들어간 부침개 수제비 무침 탕 등 별미 음식도 맛보게 해주는 고마운 동물이다. 무주군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반딧불이와 다슬기 서식지가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돌담이 정다운 지전마을
 돌담이 정다운 지전마을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지전마을 안 정다운 카페
 지전마을 안 정다운 카페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노거수 느티나무들이 마을 보호림으로 서있는 지전마을(무주군 설천면 길산리)은 돌로 쌓은 담장이 예쁜 돌담마을로 불리는 소담한 강변동네다. 지전(芝田)마을 돌담길은 강돌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를 활용한 가치가 인정되어 등록문화재가 되었다. 동글동글한 강돌과 흙을 섞어 쌓은 낮은 돌담이 정겹기만 하고 돌담길을 거니는 내내 미소가 지어진다.

마을에는 감나무가 많고 사과나무, 대추나무 등의 과실수들과 깻잎, 고추 등이 자라고 있어서 시골마을의 풍경이 살아 있는 곳이다. 마당이 있는 옛 주택을 살려 만든 카페가 있어 쉬어가게 된다. 마을 앞 남대천변으로 나가면 마을의 자랑 다슬기 잡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남대천 다슬기 잡기 체험
 남대천 다슬기 잡기 체험
ⓒ 김종성

관련사진보기

 

#자전거여행#무주구천동계곡#무주33경#원당천#남대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나는야 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 매일이 여행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