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 강제징용 피해자는 정신영, 염00, 김00, 이0 네 분이지만 정신영 선생님을 제외한 세 분은 사망하여 각 상속인들을 원고로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강제징용 피해자이신 정신영 선생님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집행을 진행 중인 양00 선생님과 같은 시기 함께 일본 나고야로 징용되었던 분입니다.
이 사건의 소장은 2020. 1.에 접수되었습니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이 지정된 변론기일까지 소장과 변론기일 통지서를 송달받지 아니하여 여러 차례 변론기일이 변경되었고, 그때마다 변론기일 통지서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다시 송달하는 절차를 거치며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후 재판부에 신청한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공시송달이 허가되자 미쓰비시중공업이 곧바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답변서를 제출하여 재판이 진행되었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이 사건에서의 반박 내용은 '이 사건 소는 국제재판관할을 흠결하거나 소권행사가 제한된 것으로 부적법하다, 이 사건 소는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에 속하지 않는다, 원고들의 청구원인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 원고들 주장의 청구권은 1965년 체결된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소멸되었다, 구 미쓰비시중공업과 피고 미쓰비시중공업은 동일하지 아니하며 피고 미쓰비시중공업은 구 미쓰비시중공업의 권리의무를 승계한 바 없다, 원고들 주장 청구권은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거나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다, 이 사건 소장 등의 송달 절차는 부적법하다' 정도로 요약됩니다.
위 반박 내용 대부분은 기존 대법원 및 하급심 판결 등에서 다루어진 내용이라 이를 참조하여 반박하였지만,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기존 소송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은 새로운 쟁점이었습니다.
관련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장애사유가 소멸한 후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는데, 이때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소멸한 날이 언제인지', '상당한 기간이 얼마인지'가 문제되었습니다.
이 사건 소장 접수일은 2020. 1. 14.로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일인 2018. 10. 30.로부터 약 15개월 이후에 제기되었는데, 미쓰비시중공업은 위 '장애사유 해소일'이 2012년 대법원 판결 선고일이며 위'상당한 기간'을 6개월로 보아야 한다고 하며 이 사건 청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강행규범의 이탈 불가성에 비추어 이 사건은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없으며 설령 소멸시효가 적용되더라도 위 '장애사유 해소일'은 2018년 대법원 판결 선고일이며 위'상당한 기간'은 최소 3년이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거나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이 사건 선고 전에 대법원 2018다303653, 2019다17485 손해배상(기) 사건의 선고가 있어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는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하여 객관적으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음'이 정리되었습니다. 다만 '위 장애사유가 소멸한 후 권리를 행사하여야 하는 상당한 기간이 얼마인지'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건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정신영 선생님께서는 90세가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당사자 신문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시어 강제징용의 참상을 자세히 말씀해주셨습니다. 또한 정 선생님의 창씨개명 이름이 적시되어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주식회사 나고야항공기제작소·조선여자근로정신대 대원명부', 강제징용 근무처와 연금자격취득·상실일이 적시되어 있는 '일본연금기구 피보험자기록조회회답표', 일본 후생노동성 연금국의 후생연금 탈퇴수당에 관한 '지급결정통지서 및 입금 내역', 정신영, 양00 선생님이 소속된 강제징용 소대가 나고야 성을 배경으로 촬영된 사진 등 많은 증거를 준비해주셨습니다.
다른 원고분들도 사망하신 강제징용 피해자분의 유품 중에서 강제징용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를 최대한 찾아 주셨습니다. 이00 선생님의 자녀분들은 소송 도중 '삼릉경도발동기(미쓰비시중공업교토발동기) 반도응징사기념촬영 20. 8. 24.(1945. 8. 24.)'라고 쓰인 간판 앞에서 촬영된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단체사진을 찾아 주셔서 증거로 제출할 수 있었고, 덕분에 먼저 증거로 제출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신고서,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 심의결정서 등의 증거에 힘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 소장 접수 때는 가벼웠던 어깨가 소송이 진행될수록 무거워졌습니다. 소송이 진행되며 사안의 중대성을 깨달았기 때문인지 정신영 선생님을 여러 번 뵈어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항소를 하였고 올해 말 항소심 변론기일이 예정되어 있어 당분간 어깨는 계속 무거울 듯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송우철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