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Death)이라는 직설적인 단어를 제목으로 한 <죽음이란 무엇인가>는 셸리 케이건(Shelly Kagan)의 강연집이다. 



죽음은 어떤 사람에게는 관련 없는 먼 이야기로 무심하게 들릴 것이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죽으면 그만이지 죽음에 대해 알아야 하나?"라는 냉소적인 무관심의 주제일 것이다. 나이가 들었거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이에게 죽음은 피하고 싶은 직접적인 공포를 가져오는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죽음은 뒤돌아서 다시 생각나게 하는 말할 수 없고 보이지 않는 어떤 아우라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문학에서 주로 다루는 소재 중 하나가 죽음이고 영화나 만화에서도 단골로 사용하는 요소의 원천에는 죽음이 자리한다.


죽음은 죽은 당사자나 죽은 생명보다는 그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 혹은 다른 생명에게 더 치명적이다. 까마귀의 애도 방법을 본 적 있는가. 까마귀 한 마리가 죽자 여러 마리의 동료나 가족 까마귀가 죽은 까마귀 둘레에 원을 만들어 한참을 슬피 운다. 



속설에 의하면 까마귀는 지능이 높다고 하는데, 마치 그것을 증명하듯 슬픔을 표현하는 그들의 애도 방식은 놀라울 따름이다. 죽음을 맞이하는 까마귀도 이처럼 슬픔을 표현하는데 사람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뇌과학에서도 인간만이 아니라 공감 능력을 갖춘 생명체는 슬퍼하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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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건은 죽음을 슬픔으로 명시한 당연한 공식을 전복해 이 책에서 죽음을 감상적 감정이 아닌 삶과 영생의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접근한다. 이 책은 마치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처럼 우리에게 계속된 질문을 던져 죽음을 이성적 현상으로 사유하게 만든다. 인간에게 죽음은 삶처럼 절대 피할 수 없는 하나의 과정으로 선택이 가능한 카테고리에 포함된 항목이 아니라 시간과 함께 다가오는 때로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현상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는 인간의 존재를 육체와 영혼을 가진 이원론의 관점에서 육체만을 가진 혹은 영혼만을 가진 일원론의 존재로 생각을 전환한다. 일원론에서 인간은 물질적 존재 또는 관념적 존재만이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죽음을 슬픔으로 여긴다는 것은 이원론의 관점인 것이다. 



여기에서 케이건은 질문한다. "인간은 영혼과 육체의 조합이다. 영혼과 육체가 쌍을 이루어야만 하는 존재라면, 육체가 소멸될 때 그 조합도 함께 소멸되는 게 아닐까? 쌍을 이루는 한 요소를 제거하면 전체적인 조합도 동시에 파괴되지 않나?"(31)라며 이원론의 주장에 질문을 던진다. 또한 물리주의 관점에서 '정신'에 대해 질문한다. "물리주의에 따르면 정신은 곧 뇌다"(39)라고 한다. 뇌는 육체가 다양한 기능을 하도록 한다. 그럼에도 정신과 뇌는 다르다.


여기에는 죽음과 연관된 '박탈 이론'을 언급한 부분이 있다. 죽은 사람에게는 죽음이 나쁜 것이 될 수 없다.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들한테 나쁜 것이다. 모든 것을 앗아가는 죽음을 나쁜 것으로 여기는 이유는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살아있는 사람과의 모든 교류가 중단되기 때문이다. 



자명한 사실을 바탕으로 이 책은 "죽음이 언제 나쁜 것인가"(203)의 질문을 통해 죽음이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되는 시점을 궁금해한다. 지금 내가 살아있다면 죽음은 나에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내가 이미 죽었다면 나는 더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나쁘지 않다. 죽음이 우리에게 나쁜 것이 되는 시점을 지목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죽음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 



케이건이 밝힌 대로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최종결론이 아니라 오히려 머리말이다. 머리말은 앞으로 더 많은 사유의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에도 많은 죽음이 존재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영생에 대한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죽음의 본질적 이해를 통해 죽음이 부정하고 무시해야 하는 미지의 세계에 있는 막연한 두려움의 형상이 아니라, 삶의 희로애락과 연결된 하나임을 인지하여 그것을 대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