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불교환경연대 활동가 회원 그리고 스님들이 팔현습지를 찾아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라고 외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 활동가 회원 그리고 스님들이 팔현습지를 찾아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라고 외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불자들과 스님들이 중심이 된 환경운동 조직인 전국 불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들이 대구 팔현습지를 찾았다. 서울, 부산, 전주, 울산, 광주 등지에서 올라온 20여 명의 활동가와 회원 그리고 스님들이 금호강 팔현습지를 찾아 둘러보고 "도심 속 보물과도 같은 팔현습지"라며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불교환경연대, 팔현습지를 찾다

이들은 필자의 안내에 따라 대구 동구 강촌마을 앞 금호강 제방에 모여 필자로부터 우선 금호강의 지난한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산업화 시절 시궁창과도 같았던 금호강이 1991년 터진 페놀 사태 이후 달라진 정부의 하천정책과 민간의 노력으로 지금은 기적과도 같이 생태계가 되살아나 이곳 팔현습지만 해도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이 18종이나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거듭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필자가 지금은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금호강의 역사와 팔현습지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필자가 지금은 기적적으로 되살아난 금호강의 역사와 팔현습지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 한주영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그렇게 되살아난 금호강에 대구 홍준표 시장은 금호강 르네상스란 이름으로 금호강 전체를 개발하려 하고 있고, 환경부는 하천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산과 강이 완벽히 연결된 팔현습지 구간에 교량형 보도교 사업을 벌여 멸종위기종과 수많은 야생생물들의 주된 서식처인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계를 완전히 교란시켜 놓으려 하고 있는 기막힌 현실도 전했다.

이후 이들은 강 가운데 놓인 강촌햇살교란 다리를 건너 팔현습지로 들어가 팔현습지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우선 예전 살아있는 자연하천의 모습을 완벽히 가지고 있는 하천숲을 찾아 강과 습지가 조화롭게 연결돼 있음의 아름다움을 보고 또 금호강 안에 강 조개와 다슬기 같은 저서생물이 다시 돌아와 강 생태계가 완벽히 되살아난 것도 눈으로 확인했다.

 팔현습지 하천숲을 걷다
 팔현습지 하천숲을 걷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강이 스스로 만든 하천숲을 따라 오롯이 걸으며 습지가 주는 평온함도 느껴보면서 이번 장마에 각종 덤불이 나뭇가지 상단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는 강이 가지는 힘과 에너지도 느껴봤다.

이윽고 팔현습지 하식애에 접어들어 팔현습지 터줏대감이자 이곳의 수호신인 수리부엉이 부부의 애달픈 사연도 들었다. 그 수리부엉이가 몇몇 인간의 일탈 행위로 잠시 자리를 비운 현실을 듣고는 공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는 지난해도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돌아온 것처럼 찬 바람이 불기 전에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도 함께 공유했다.

이제 이들은 장마 후 환삼덩굴이 완전 점령해버린 그 이전에 사초 군락지였던 둔치를 걸었다. 장마 기간의 폭우로 강물이 강 둔치를 완전히 뒤덮어 버리면 이전에 자라던 식물은 모두 죽어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식물이 터를 잡고 올라오는, 그래서 식생도 이렇게 한꺼번에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 하천의 변화무쌍함이란 것도 느껴본다.

 장마 후 사초 군락지가 환삼덩굴로 완전히 뒤덮인 팔현습지의 하천 둔치
 장마 후 사초 군락지가 환삼덩굴로 완전히 뒤덮인 팔현습지의 하천 둔치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환삼덩굴을 피해 어렵게 걸어 왕버들숲으로 향했다.
 환삼덩굴을 피해 어렵게 걸어 왕버들숲으로 향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환삼덩굴의 따가움을 조심조심 피해 걸어 드디어 팔현습지 중에서 가장 원시 자연성이 살아있다는 팔현습지의 자랑인 왕버들숲으로 들었다. 왕버들숲에 들자마자 작열하는 뙤약볕은 왕버들의 나뭇가지에 가려지고 저 강에서부터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온다. 불어오는 강바람에 줄줄 흘러내린 땀을 식히면서 대략 150년 정도 되는 이 숲의 오랜 역사에 대해서도 들었다.

강촌햇살교를 지나 지금까지 걸어온 팔현습지 구간은 그야말로 자연하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구간이자 왕버들숲까지 넘어오면 원지 자연성마저 느낄 수 있는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 구간이다. 1㎞ 남짓 되는 구간이지만 그 안에 아기자기한 습지의 매력이 담뿍 들어있다.

이날 전국에서 달려온 불교환경연대 활동가와 스님들은 이런 팔현습지의 아름다움과 숨은 매력을 고스란히 확인하게 된 시간이었다.

이런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구간이자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인 이곳으로 걸어서 고작 5분, 자전거로는 고작 1분의 시간을 단축하고자 170억이나 되는 혈세를 써 탐방로를 만들어 이곳 생태계를 완전히 교란시킬 예정이란 소리에 모두들 공분했고, 그 일을 멸종위기종과 그 서식처를 지켜야 하는 환경부가 계획하고 있다는 말에 개탄했다.

팔현습지는 천년 고찰과 고도와도 같다... 꼭 지켜야

 스님들이 팔현습지를 바라보며 팔현습지를 음미하고 있다.
 스님들이 팔현습지를 바라보며 팔현습지를 음미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참가자들이 함께 둘러 서서 기도 후 소감을 나누고 있다.
 참가자들이 함께 둘러 서서 기도 후 소감을 나누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그래서 서울에서 내려온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는 다음과 같이 팔현습지와의 만남을 설명했다.

"지금 어쨌든 기후대응댐을 갖다가 14개 짓겠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든가. 그다음에 지역에서 끊임없이 장소만 있으면 개발하려고 그러고 뭔가 지으려고 그러고 참 이런 거 볼 때마다 너무나 답답하고 정말 크게 화가 나기도 한다.

그래도 어쨌든 우리도 끊임없이 이렇게 보호해야 된다는 얘기와 메시지도 계속적으로 알리고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야 될 것 같다. 특히 팔현습지 같은 이런 정도의 습지가 대구에 있어 줘야 대구가 그래도 역사적 관록이 있고, 자연의 어떤 그런 풍요로움이 살아있는 곳이라고 하는 하나의 상징이 되기 때문에 여기는 정말 잘 살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울산에서 온 최경희 울산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은 "어린 시절 이런 강에서 놀던 그런 기억이 난다. 내 고향에 가면 이런 강이 이제 없다"라고 아쉬워하며 "이렇게 사람들이 찾는 아름다운 습지가 있는데 또 시장님 업적을 살리기 위해서 여기를 개발한다 하니까 너무 마음 아픈데 이렇게 그냥 우리가 와서 볼 수 있는 이런 공간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대구의 큰 발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팔현습지를 꼭 지켜가야 한다는 소회를 남겼다.

전주에서 온 홍흥기 전북불교환경연대 창립준비위원은 "전주는 역사적으로 천년 고찰이고 고도의 유서 깊은 도시인데 그 역사만큼이나 이 환경도 정말 고도나 고찰과도 같다"며 "자연적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이런 환경이 대구에 있다는 것은 우리 전주의 어떤 고도와 비교를 해봐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환경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고찰과 고도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보존의 가치가 있듯이 대구 팔현습지의 이 환경이 그대로 잘 보존했으면 한다"면서 고도와 고찰과도 같은 팔현습지를 지켜야 한다 했다.

 팔현습지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
 팔현습지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마지막으로 울산에서 온 천도 스님도 다음과 같이 팔현습지 보전을 위해서는 전국적인 연대를 강조했다.

"팔현습지 들어올 때 원시 자연성이 느껴지는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이렇게 아름답고도 자연성이 뛰어난 이런 곳은 국가나 지자체가 나서서 보전해도 시원찮은데 개발을 하겠다니 참 기가 막힌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전국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진다면 반드시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팔현습지의 왕버들숲에서 다음과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이날의 탐방을 마무리했다.

"개발보다 보전을!!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금호강의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전국에서 모인 불교환경연대 활동가와 회원들이 팔현습지를 찾아 팔현습지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그 보전에 한목소리를 냈다.
ⓒ 정수근

관련영상보기

 불교환경연대 활동가와 회원들이 팔현습지를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불교환경연대 활동가와 회원들이 팔현습지를 위한 기도를 올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팔현습지를 따라 걸어간다. 그 모습이 그림 같다.
 팔현습지를 따라 걸어간다. 그 모습이 그림 같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팔현습지에 건설하겠다는 보도교의 조감도. 산지를 따라 산과 강을 완전히 가르는 길을 내려 하는 것으로 산과 강이 연결된 생태적 온전성을 완전히 해치는 개발 계획이다.
 팔현습지에 건설하겠다는 보도교의 조감도. 산지를 따라 산과 강을 완전히 가르는 길을 내려 하는 것으로 산과 강이 연결된 생태적 온전성을 완전히 해치는 개발 계획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금호강#팔현습지#불교환경연대#환경부#왕버들숲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