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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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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피고인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불과 1년 내에 무려 3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향후 산업재해사고 발생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을 다짐하기는커녕, 수사기관에서는 이미 더 이상 뭘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주의의무를 기울여 모든 조치를 다 하였는데 피해자의 잘못으로 이 사건 사망 사고가 발생하여 오히려 회사가 상당한 손해를 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 법정에서도 근로자인 피해자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피해자와 피해자의 유족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시종일관 따분하고 귀찮다는 듯한 불량한 자세로 일관하는 등, 개전의 정이 도무지 보이지 않아, 더욱 엄벌에 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형사1단독 류준구 부장판사가 지난 21일 송아무개 전 삼강에스앤씨(S&C)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해 법정구속하면서 했던 판결 내용이다. 재판부는 회사법인에 대해 벌금 20억 원, 현장소장‧이사 등에 대해서는 집행유예‧벌금‧사회봉사명령을 선고했다(관련기사: "경남 최악의 살인기업" 삼강에스앤씨 전 대표 법정구속).

2022년 2월 19일 경남 고성에 있는 삼강에스앤씨 사업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선박 난간 보수 공사를 하다 추락해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해 회사 관계자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앞서 삼강에스앤씨에서는 2021년 3월과 4월에도 협력업체 노동자가 작업 도중 숨진 일이 있었다.

"책임회피 위한 조직개편에만 급급, 노동자 안전은 뒷전" 일침

23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판결문을 보면, 여러 내용이 적시돼 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가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지 아니하고, 추락사망사고 등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 및 현장 관리‧감독과 안전조치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도록 했다"라고 봤다.

또 재판부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관련 수급인 전체 종사자로부터 의견을 듣는 절차를 제대로 마련하거나 이를 제대로 안내‧홍보하지 아니하여, 안전난간 부식‧소실 구간을 이동하거나 그곳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 등으로부터 추락 위험과 그 예방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공사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근로자가 이동 내지 작업 중 추락하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추락방호망 설치 등 상시 안전대 고리 결착 시설 등의 개선방안이 수립‧시행되지 않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도급 관련해, 재판부는 "제3자에게 업무의 도급을 하는 경우 그 종사자의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수급인의 안전·보건 관리비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지 아니하여, 상시 안전대 고리 결착 시설 설치 등을 자체적으로 또는 회사의 협력 하에 할 수 있는 관리비용을 집행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받아 진행하게 하였다"라고 판단했다.

송 전 대표이사를 비롯한 회사는 "오롯이 피해자의 과실에 의해 발생한 사고로, 의무 위반과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류준구 부장판사는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마련하여 그에 따라 의견을 들어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이행하는 조치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라며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관리감독자 등에게 안내·교육하고 그에 따라 엄정하게 평가하여 인사고과 등에 반영할 것임을 고지하였더라면 자신들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 피해자의 추락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법인과 송 전 대표이사의 양형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해 피해자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보이고, 피해자의 유족들과 합의하여 처벌불원한다"며 피고인한테 유리한 정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만 이미 7회 형사처벌 받은 점 ▲ 2021년 3월 낙하물 충격으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벌금 5000만 원을 선고받아 확정된 점 ▲ 불과 1개월 후인 2021년 4월경 다시 발생한 중량물 끼임 근로자 사망 사고로 다시 기소되어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점은 불리한 정상으로 열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됨으로써 그 적용을 받게 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의 책임회피를 위한 조직개편 등의 준비에 급급하였을 뿐, 여전히 시간·비용 등의 절약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그를 위해서는 근로자의 안전 보장은 뒷전으로 하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근로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여 해결하기 위한 조치와 노력을 소홀히 하여 결국 회사에서 작업준비를 하던 근로자인 피해자가 또다시 추락하여 사망하는 이 사건 사고가 일어나게 하였다"라며 "죄질과 범정이 매우 나쁘고, 발생한 결과가 중대하다"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현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기는 하였으나 그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이고 그 일가 및 측근이 그 임원으로 있어 앞으로도 회사의 운영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 태도, 매우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근로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산업재해가 그 사업장에서 거듭 발생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시간·비용 절약을 근로자 안전보장보다 우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피고인의 태도에 비추어, 사회에서 상당기간 격리하여 철저한 반성 및 재사회화의 과정을 거치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류준구 부장판사는 "벌을 받게 하지 않으면, 사업장에서 또다른 산업재해가 곧 또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고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중대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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