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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기자말]
거의 매일 가는 공원이 있다. 배틀크리크(Battle Creek 미국 미시건)의 레일라수목원(Leila Arboretum)이다. 원시림 같은 숲이 있고 잘 정돈된 오픈 스페이스가 있으며 그 사이에 다양한 산책로가 있다. 그리고 그 길의 모퉁이마다에 잘 가꾸어진 다양한 정원이 있다.

 공원에는 각 기부자의 이름이 부여된 2,500그루 이상의 나무가 식재되어 나무박물관으로도 불린다.
 공원에는 각 기부자의 이름이 부여된 2,500그루 이상의 나무가 식재되어 나무박물관으로도 불린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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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들의 산책로이기도하지만 외지인들도 자주 찾아오는 명소이다. 공원 내에 또 다른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조각공원과 야외공연장이 있으며 피크닉 공간,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공간도 있다.

결정적으로 이 공원에 더 반한 것은 텃밭, 어반팜(365 Urban Farm)이었다. 공원의 일부에 조성된 텃밭이 여러 개 있고 그 일부는 작게 구획되어 시민들에게 분양되어 직접 각자의 취향에 맞는 꽃이나 채마를 가꾸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 도시에는 미얀마인들이 큰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어서 그들이 좋아하는 채소를 직접 생산해 식탁에 올릴 수 있는 곳이다. 더 넓은 밭은 공원의 상근 농부가 직접 가꾸어 수확한 농산물을 지역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공원 잔디밭에서 하는 '수목원의 요가(Outdoor Yoga At Leila Arboretum)'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공원은 산책과 다양한 용도를 활용할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와 주제공원들이 있다. 레일라수목원협회에서 주최하는 음악회인 LeilaPalooza Music Festival이 이 공원에서 개최된다.
 공원은 산책과 다양한 용도를 활용할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와 주제공원들이 있다. 레일라수목원협회에서 주최하는 음악회인 LeilaPalooza Music Festival이 이 공원에서 개최된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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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와 가족단위의 방문객의 예술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위해 조성된 '만화경 정원'
 어린이와 가족단위의 방문객의 예술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위해 조성된 '만화경 정원'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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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공원하나가 갖는 이 많은 기능이 마치 물 흐르듯 돌아가는 것을 보고 당연히 시 공원에 시 예산을 적지 않게 들여서 운영하겠지 싶었다. 하지만 공원 이름에 의구심을 가졌다. 왜 '레일라'일까?

그 이름을 따라가다 보니 이 공원 안에 공원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레일라수목원협회(Leila Arboretum Society)가 있는 것을 알았고 그 협회의 사무실이 공원 안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모든 의문을 풀기위해서는 당사자를 직접 만나보는 것이 좋겠다, 싶어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공원의 디렉터인 브레트(Brett)가 협회의 개발 코디네이터(Development Coordinator) 미셸 베리(Michelle Barry)를 소개해 주었다.

 레일라수목원협회(LAS ; Leila Arboretum Society)의 디렉터인 브레트(Brett) 씨와 개발 코디네이터(Development Coordinator) 미셸 베리(Michelle Barry) 씨. 최소의 상근직원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원 전체를 관리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레일라수목원협회(LAS ; Leila Arboretum Society)의 디렉터인 브레트(Brett) 씨와 개발 코디네이터(Development Coordinator) 미셸 베리(Michelle Barry) 씨. 최소의 상근직원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원 전체를 관리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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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일라수목원협회의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교육을 받은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이 공원의 관리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레일라수목원협회의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교육을 받은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이 공원의 관리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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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이 거대한 공원이 애초부터 시의 것이 아니라 레일라(Leila)라는 분이 땅을 시에 기증한 것으로, 그 공원의 조성과 운영은 협회 상근 직원4명, 비상근 직원 6명, 그리고 수백 명의 자원 봉사자들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셸에게 의문에 대한 답을 들었다.

- 레일라Leila라는 공원 이름은 어디에서 비롯된 건가요?

"이 공원의 부지를 기증한 분의 이름입니다. 1922년에 이 도시에서 탄생한 기업인 곡물재벌 C.W. Post의 미망인인 Leila Post Montgomery 부인께서 Battle Creek Country Club이었던 이 땅 72에이커를 시에 기부했습니다. 그분의 이름이 반영되었습니다."

- '레일라수목원협회(LAS ; Leila Arboretum Society)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이 부지가 기증된 후, 1924년에 조경 건축가, T.클리프턴 셰퍼드(T. Clifton Shepard)를 통해서 멋진 공원설계를 진행했었습니다. 그런대 이어진 대공황의 경제 위기로 이 설계가 구현될 수 없었죠. 50년 이상 방치되어 무성한 덤불로 바뀌었던 것을 1981년 시민단체가 결성되어 옛 비전을 살린 거죠. 그 단체가 바로 이 협회입니다."

 공원에 조성된 정원의 생태적 기능을 비롯한 특성을 상세히 설명한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되어있어서 방문객이 그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동식물의 특성과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공원에 조성된 정원의 생태적 기능을 비롯한 특성을 상세히 설명한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되어있어서 방문객이 그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동식물의 특성과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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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bandale Community Vegetable Garden은 각 가정이 그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채마를 심어서 수확할 수 있다.
 Ubandale Community Vegetable Garden은 각 가정이 그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채마를 심어서 수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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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오늘날의 이 공원은 LAS의 자발적 회원이 된 개인들의 합의된 힘으로 만들어진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기금을 기부한 수백 명의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로 오늘날의 공원이 만들어지고 그 운영 또한 수많은 사람들의 자원봉사로 가꾸어지고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원의 나무들과 화단의 꽃들은 시민들이 기꺼이 손에 흙을 묻힌 결과들입니다. 2만5000그루의 나무에 기증자의 이름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곳이 나무 박물관으로 불리기도 하죠. 숲을 비롯해, 채소정원, 온실, 언덕정자를 비롯한 공원 곳곳에 닿은 봉사자의 손길로 연간 4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 공원이 아니라 수목원인 이유를 알겠군요. 365 Urban Farm은 무엇인가요?

"2017년에 1.5에이커를 농장으로 조성했어요. 신선한 농산물을 직접 재배해서 지역 레스토랑에 공급하기도 하고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정기적인 농산물판매대(The Farm Stand)를 열고 있습니다. 토양관리 및 유기농 해충 질병관리요법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재배되고 있어요. 채소, 과일, 허브, 계란, 꿀 등입니다. 워크숍을 열어서 배틀크리크에서 일 년 내내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 알려주고 실습 교육도 실시하고 있어요. 발생하는 수익은 홈리스를 돕기도 하고 공원운영에 보태고 있죠."

- 협회에 상근 직원들도 있나요?

"디렉터인 브레드가 있고요. 그는 보셨다시피 모든 것을 합니다. 시민들을 교육하고 저와 더불어 기획하고요. 저는 펀딩을 위한 일들을 해야 해요.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에듀케이션매니저, 팜메니저 등 4사람의 상근자와 계절별로 일에 참여하는 스태프 그리고 많은 볼런티어들이 함께합니다."

 공원 내에 '365 Urban Farm'이라는 농장이 조성되어있어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농법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이곳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농산물판매대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급한다.
 공원 내에 '365 Urban Farm'이라는 농장이 조성되어있어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농법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이곳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농산물판매대를 통해 시민들에게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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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산물을 직접 재배해서 지역 레스토랑에 공급하기도 하고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정기적인 농산물판매대(The Farm Stand)를 열어서 시민들에게 판매한다.
 농산물을 직접 재배해서 지역 레스토랑에 공급하기도 하고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정기적인 농산물판매대(The Farm Stand)를 열어서 시민들에게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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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성을 위해서는 재원이 중요할 텐데요?

"이 협회는 비영리법인이에요. 수입은 회원 개인의 회비, 보조금, 기부금, 기념품이나 생산물 판매, 유료 서비스를 통해서 충당합니다. 유료서비스는 부지 및 시설 임대, 전문원예가들의 컨설팅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이 있습니다."

- 이 협회의 사무실도 임대료를 내야하고요.

"이 사무실의 집도 폐가가 된 것을 수리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온실을 비롯한 이 일대의 13에이커는 협회의 소유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72에이커의 공원과 13에이커의 땅을 더해 85에이커를 함께 관리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건강함은 행정보다 시민의 단합된 힘이 먼저라는 것을 보여주는 배틀크리크의 레일라수목원
 도시의 건강함은 행정보다 시민의 단합된 힘이 먼저라는 것을 보여주는 배틀크리크의 레일라수목원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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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원의 특징은 협회를 통해 모든 공원의 주도권을 시민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시민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기후와 토양 조건에 적합한 토착 식물을 식재하고 과도한 물, 비료, 살충제의 사용을 억제하여 건강한 토양 유지를 통한 생태계 균형으로 조경의 지속 가능에 방점을 두고 있다.

LAS를 통한 식물학, 원예학, 환경보존에 대한 다양한 워크숍과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외래종 유입을 막기 위한 모니터링과 그것을 제거하는 일에도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소속감을 높이고 유대를 강화하는 일에도 공원이 공헌하고 있는 셈이다.

텃밭에서 자유롭게 날고 있는 나비 떼들의 군무를 한참 지켜보았다. 건강한 공원을 통해 시민의 마음과 몸이 함께 건강해지고 있다는 개운함은 이 공원을 구석구석 살피면서 더불어 얻은 기쁨이다.

도시의 건강함은 행정보다 시민의 단합된 힘이 먼저라는 것을 보여주는 배틀크리크의 공원이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레일라수목원협회#레일라수목원#배틀크리크#미시건#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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