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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어린이의 소아마비 확산을 보도하는 AP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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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치명적인 소아마비가 가자지구를 덮쳤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가자지구에서 태어난 생후 10개월 된 압델-라흐만 아부 엘 제디안은 갑자기 왼쪽 다리가 마비됐다.

아기의 어머니 네빈 아부 엘-제디안은 "활기차게 움직이던 아기가 갑자기 반대로 변했다"라며 "기어다니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일어서거나 앉지도 않았다"라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위생 열악한 대피소... 백신 접종 못 받는 아기들

AP통신은 27일(현지시각) 압델-라흐만은 가자지구에서 25년 만에 처음으로 소아마비로 확인된 사례라고 전했다.

전쟁 전 가자지구의 어린이들은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받았지만, 전쟁 발발 후 대부분 의료기관이 파괴되고 사람들이 피란을 떠나느라 예방 접종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압델-라흐만의 가족도 피란길에 올라 여러 대피소를 옮겨 다니다가 현재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

이 대피소는 쓰레기와 하수 등으로 위생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하수나 오염된 물을 통해 퍼지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5세 미만 어린이가 주로 걸리지만 성인도 걸릴 수 있으며 근육 쇠약, 마비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료법이 없기에 증상은 영구적이고, 호흡 근육에 영향을 미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시스템이 무너진 가자지구에서 수개월 전부터 소아마비 발병을 경고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지구에서 마비 증상을 보이는 아기가 2명 더 있으며, 확인을 위해 이들의 대변 표본을 연구소로 보냈다"라며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례가 수백 건 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도착했으나 접종하려면 휴전해야... '산 넘어 산'

WHO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가자지구에서 10세 미만을 대상으로 경구용 소아마비 신약인 백신 2형(nOPV2)을 투여하는 접종 계획을 수립했다.

오는 31일부터 64만 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위해 120만 회분 이상의 백신이 가자지구에 도착했으며, 앞으로 40만 회분이 더 공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유니세프는 가자지구 어린이에게 백신을 접종하려면 휴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유니세프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대변인인 아마르 아마르는 "계속되는 대피 명령으로 어린이와 그 가족들이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 휴전 없이는 백신 접종이 불가능하다"라며 "의료진이 어린이들에게 접근하기도 매우 위험하다"라고 밝혔다.

영국 BBC 방송은 "가자지구의 상당수 어린이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때문에 의료진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에 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구의 수십만 명 어린이가 소아마비 위험에 처해 있다"라며 "백신 접종 캠페인이 성공하려면 백신과 관련 장비의 수송이 원활해야 하고, 소아마비 전문가가 가자지구로 입국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충분한 예산과 에너지, 안정적인 통신 환경 그리고 의료진과 백신 접종자 모두의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소아마비의 빠른 확산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가자지구의 모든 어린이를 위협하고 있다"라며 "백신 접종을 위해 즉각적인 사흘간의 인도주의적 휴전이 필요하고, 이는 전체적인 휴전 협상과는 별개"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