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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한 팔공산
 국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한 팔공산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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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연관광지를 대표하는 지역은 단연 국립공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리산국립공원을 포함해 23개소의 국립공원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설악산, 소백산, 한려해상 등 익히 들어온, 잘 알려진 자연관광지 대부분은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국립공원제도는 미국 국가공원시스템(National Park System)에서 기인한다. 미국은 1872년 옐로스톤을 세계 최초로 국가공원(National Park) 이라는 이름으로 지정하면서 "중요한 자연 지역이 주는 국민의 이익과 즐거움을 후세대들이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하였다. 이후 1916년에 미국 국가공원청(National Park Service, NPS)을 설립하여 전문적 관리를 이어오고 있다. NPS는 현재 63개소의 국가공원뿐만 아니라, 국가기념물, 국가역사공원, 국가보호구역, 국가경관도로, 국가휴양지역, 국가해안, 국가군사공원, 국가전쟁공원, 국가하천 등 국가가 지속가능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는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으로 뛰어난 지역 431개소(2024년 8월기준)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공원시스템을 미국이 만든 최고의 아이디어라 칭송할 만큼, 후세에도 훼손되지 않은, 최소한 현재 누리는 만큼의 자연을 누릴 수 있도록 고안한 이 제도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국가공원 제도를 도입하여 자기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자연 또는 역사문화 지역이 미래 세대까지 온전히 이어지도록 보전중심 관리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국립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의 국가공원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국가공원과 국립공원

우리나라에서 국가공원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가 처음이었는데, 당시 일본은 미국의 제도를 도입하여 국가공원을 한자어 국립공원(國立公園)으로 표기하였다. 이후 식민통치 하에 있던 대만에도 일본의 국립공원을 지정하였다. 우리나라 금강산 일원도 일본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한 바 있으나, 해방과 함께 금강산이 일본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국립공원제도의 도입은 해방 이후에도 꾸준히 진행되었는데, 1967년에 지리산 일원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인 지리산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여기서 안타까운 것은, 국가공원의 한자어 표기인데, 일본은 이 용어를 국립공원으로 사용했다. 보호해야 할 자연 지역은 현재 국가인 대한민국의 영토이지만, 과거부터 있어왔던 자연을 대한민국이 만든 것은 아니기에 한자어 국립(國立)은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일본은 해석의 차이가 있는데, 천황이 다스리는 국가이기에 영토까지도 신이 만든 것으로 간주하여 국립이라는 단어가 성립할 수 있다.

국립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아야 함은 대만의 사례에서 뚜렷해진다. 일제강점기 당시 대만 영토에 지정된 국립공원은 해방과 함께 그 용어가 폐지되었다. 영토를 회복한 대만은 이후, 새롭게 국가공원(國家公園)으로 명칭을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중국 또한 국가공원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국립공원과 국가공원은 언뜻 동일해 보이지만, 그것이 갖는 의미는 큰 차이가 있다. 문화재가 국립문화재가 아니듯 하루빨리 바꾸어야 할 일제의 잔재일 뿐이다.

세계적으로 국가공원을 포함해 자연보호 지역의 지정 개소 및 면적은 꾸준히 늘고 있다. 온전히 보전해야 할 국토의 면적이 제도상으로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협약 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전 지구 육상 및 해상 면적의 각 30%이상을 보호 지역으로 지정하자는 결의로까지 이어졌다. 우리나라 또한 비록 많이 느리기는 하지만 국제적 보호지역 확대 정책에 따라고 있다.

보호지역인데 보호받지 못해

그러나 보호 지역의 외형적 확대와는 달리 인구의 증가와 개발의 확대, 생활 수준 향상에 따른 관광객 증가로 인해 보호지역의 대표 격인 국립공원의 이용 압력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여러 이유로 보호지역이지만 실제 보호되지 못하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립공원 방문객은 2007년에 전격적으로 시행된 공원 입장료 폐지로 빠르게 증가했는데, 2010년부터는 한 해 방문객이 4000만 명을 넘었고, 2017년에는 4700만 명을 넘겼다. 입장료를 받던 시기와 비교해 단기간에 무려 두 배 가까이 탐방객이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탐방객이 크게 줄어들기는 했으나 팬데믹을 벗어난 작년 3900만 명을 넘겨 다시 이용 압력이 급격히 증가한 상태다. 올해는 팬데믹 이전 수준인 4000만 명을 가뿐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역사상 최대 탐방객이 찾았던 2017년보다는 다소 적은 인원이 방문한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2007년 이전 2500만 명 전후가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방문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방문객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자연 훼손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방문객 편의 증진을 위한 각종 시설이 추가되면서 자연은 더욱 빠르게 원형을 잃게 된다. 새롭게 설치되는 각종 시설은 또 다른 방문객 증가로 이어져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된다.

탐방객의 빠른 증가는, 본래의 자연 경관과 역사 문화의 온전한 보전이라는 국립공원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자연 환경을 위협하는 것은 기본이고 훼손은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용객의 과도한 증가로 본래 자연이 지녔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는데도 지역 사회에서는 아직도 더 많은 탐방객이 공원으로 오길 바라며 각종 시설물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건설 사업이 승인된 이후 이러한 개발 사업의 추진은 국립공원제도가 무색하게 전국 대부분 공원에서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수많은 지자체가 탐방객 증대를 위해 추진중인 국립공원 내 개발사업은 과연 적정한 방향인지, 국가공원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현재 미국의 관리현황과 대응에 비추어 비교해보았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취소 일인시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취소를 요구하는 일인시위
▲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취소 일인시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취소를 요구하는 일인시위
ⓒ 박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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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압력 낮추는 미국

미국의 자연을 대표하며,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국가공원은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약 4시간, LA에서 약 6시간 정도가 걸리는 곳에 있어, 미국 국가공원 중에서는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곳이다. 주변에 대도시가 있어 늘 탐방객으로 붐비는데, 2023년에는 약 390만 명이 방문했다. 미국 63개 국가공원 중 6번째로 많은 탐방객이 방문한 공원이다. 요세미티공원의 면적은 3027 km²로 서울시 면적의 무려 5배나 되는 거대한 자연 지역이다. 연간 탐방객 밀도를 산정하면 km²당 1287명이 방문한 셈이다.

세계 최초의 국가공원으로, 매년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탐방객이 몰려드는 공원인 옐로스톤국가공원은 작년 한해 약 450만 명이 방문했다. 언뜻 많아 보이지만, 옐로스톤공원의 면적은 무려 8983km²으로 서울시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무려 6개 국립공원이 포함되어 있는 경상북도 전체 면적과 맞먹는 규모다. 공원이 거대해 옐로스톤의 연간 탐방밀도는 km²당 500명에 불과하다. 높은 인지도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관계로 탐방밀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서울에서 불과 두 시간이면 접근이 가능한 설악산국립공원은 2023년 한 해 동안 약 220만 명이 방문했다. 우리나라 23개 국립공원 중에서 6번째로 많은 탐방객 수다. 연간 탐방객 수는 미국 옐로스톤과 비교하여 절반 수준이지만, 설악산국립공원의 면적은 359km²에 불과하다. 작년 탐방밀도는 km²당 무려 6247명이나 된다. 밀도로는 옐로스톤의 12배, 요세미티의 5배나 많은 탐방객이 방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사회는 경제활성화를 명목으로 탐방객의 증대를 위해 공원 핵심 지역에 케이블카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과연 자연은 이러한 과도한 이용 압력을 감당할 수 있을까?

미국은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설명하고 있다. 탐방 압력이 강한 공원을 중심으로 이용 압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강력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중이다. 설악산국립공원과 비교하여 20%수준의 탐방밀도를 보이는 요세미티국가공원은 탐방 압력 축소에 가장 적극적이다. 현 수준에서 5배나 높은 탐방 압력을 받고 있는 설악산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팬데믹 이전, 국가공원 탐방객이 급증할 당시 미국 공원청은 요세미티공원을 포함하여 탐방객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는 몇몇 유명 공원의 입장료를 70달러로 인상하는 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한화로 10만 원에 가까운 돈이다. 당시 요세미티의 입장료가 35달러였으니 100% 인상안을 제출한 것이다. 의회는 무리가 있다며 인상안을 거부하였지만, 탐방 압력 축소를 위한 공원청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이후 공원청이 취한 전략은 공원 입장 예약제였다.

올해 사전예약제를 시행하는 공원은 요세미티를 포함하여 국가공원 10개소와 국가기념물 1개소이다. 공원마다 적용 방식이 조금 다른데, 요세미티국가공원을 살펴보면 2월~6월, 8월하순~10월하순까지는 주말과 공휴일에 한해, 7월부터 8월 중순까지는 모든 날짜에 반드시 예약한 사람만이 입장할 수 있다.

공원 입장을 위한 예약은 방문하는 달 3개월 전에 진행되는데, 이 때 전체 할당량의 60%를 선착순으로 예약받고, 나머지 40%는 방문일 전날 저녁 7시에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다. 입장료와는 별개로 예약비도 추가된다. 공원을 방문하려면 3개월 전에 하루를 계획해서 예약을 해야 하는 것이다.

외국인이 이들 예약제 공원을 방문하기란 거의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서라도 공원 방문객을 줄이고자 하는 미국 공원청의 의지가 뿜어져 나오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향후, 사전예약제는 더 많은 공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공원시스템을 고안한 미국은 왜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으로 탐방객을 줄이고자 하는 것일까? 미국의 제도를 받아들인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이미 미국보다 월등히 많은 탐방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오히려 더 많은 탐방객을 위해 공원 자연지역의 훼손을 거리낌없이 추진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자연은 이 높은 탐방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지닌 종들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설악산국립공원의 대표적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제대로 살아갈 환경이 없어 매년 떼죽음을 당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공기업인 국립공원공단은 과거보다 공원 탐방객이 늘어야만 좋은 평가를 받는다. 자연보호를 위해 탄생한 제도가 되려 보호에 역행하는 행위에 가산점을 주고 있는 꼴이다. 국립공원을 포함한 보호지역의 정책 전환이 시급한 이유이다.

지금은 이용객을 늘이는 노력이 아닌 이용객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모색되어야만 한다. 특히, 케이블카나 산악열차와 같이 후세에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공원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대형 인공시설물의 설치는 근본적으로 없어져야 한다.

국가공원시스템을 처음으로 고안하고 가장 오랜 기간 적용한 미국의 국가공원에 단 하나의 케이블카와 산악열차가 없는 이유를 곱씹어야만 할 것이다. 그 많은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는 스위스조차 국가를 대표하는 자연인 국가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다.



덧붙이는 글 | 국립공원을 포함한 자연보호지역 또는 양호한 자연지역에서의 과도한 시설물 설치 및 자연훼손에 관한 제보를 받습니다.


#오색케이블카#공원입장예약제#국립공원#NATIONALPARK#공원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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