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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표지 멜라닌
 책표지 멜라닌
ⓒ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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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민 작가의 소설 <멜라닌>은 2024년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소설의 첫 문장 "내 피부는 파랗고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다. 어느 쪽이 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7쪽)는 이 소설이 향하고 있는 방향성이 '차별과 혐오'를 담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파란 피부로 태어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고엽제, 다이옥신, 잘못된 약 복용, 유전질환 등이 원인일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베트남 엄마와 한국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재일, 재일의 피부색은 파란색이다. 재일은 순진한 얼굴로 저주에 가까운 말을 토해내는 또래들 사이에서 자랐다.

"저리 가, 무서워. 싫어. 너는 왜 파래? 외국인이야? 입양이야?" 이런 질문들 속에서 "왜 나는 남들이랑 다르게 생겼어요?" "동생 재우는 왜 안 그래요?"라고 아무리 울부짖어도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는 없다.

그저 이유 없이 무시당하고 예고 없는 친절에 당황해하던 재일은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다.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던 엄마는, 동생 재우와 함께 베트남으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다. 항상 기피 대상이면서 삐뚤어진 표적의 대상이 되었던 파란 피부의 재일은 한국에서의 차별과 혐오를 견디지 못하고 아버지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다.

외롭고 험난한 미국 생활을 시작하지만 그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피부색을 가진 클로이, 자신의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고 조력자가 되어준 셀마를 만나 우정을 나눈다. 클로이와 셀마는 공격적인 혐오나 괴롭힘으로부터 재일을 보호한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삼촌과 삼촌의 친구도 재일에게는 든든한 뒷배였다.

그러나 재일에게 평온한 시간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수많은 범죄 사건 중에서 파란 피부가 저지른 범죄는 극히 일부이지만, 파란 피부이기 때문에 범죄자일 확률이 높다는 이상한 논리가 재일에게도 적용된다.

재일과 가까웠던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상황이 계속적으로 휘몰아치면서, 어쩌면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파란 피부 안에 저주를 담고 태어난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이 감내해야 했던 경멸과 야유가 어쩌면 타당한 건지도 모른다는 비관에 잠식당한다.

사람들은 왜 남의 피부색, 출신 국가에 이토록 신경을 쓰는 걸까. 사람을 집단으로 나누고, 속한 집단에 따라 계층화하고, 집단의 특성에 따라 고정관념을 갖고 대하는 인종차별 메커니즘은 도대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인종차별이라는 이름의 폭력이 끝나는 시대가 오기는 할까.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문화상대주의가 표방되면서 상생과 공존의 시대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파란 피부는 새로운 가능성이겠지요. 생각해봐요. 언젠가 초록색 피부를 가진 인류가 태어날지도 몰라요. 피부색만으로 무지개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여전히 파란 피부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불편한 구석이 있죠? 나는 흑인과 백인이 충돌하는 가운데 놓인 외계인이니까요. 하지만 나는 이 갈등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존재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182쪽)

이 소설을 두고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왔던 단어는 '매력'이었다고 한다. 소설의 매력의 포인트는 무얼까 생각해보았다. '파란 피부의 소년'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 외에도 차별과 멸시가 가득한 세상에서 부딪히고 넘어서며 발견한 작은 희망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재일', '클로이', '셀마'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서사 속에 무지개를 보고 싶어하는 간절함을 담아낸 작가의 뛰어난 세공 능력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은이), 한겨레출판(2024)


#멜라닌#하승민#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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