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프리(OSPREY)는 물수리의 영어 이름이다. 물수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2급으로 지정된 조류이고 군산 수라갯벌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반가운 가을 손님이다. 그런데 반갑지 않은 오스프리도 있다. 미군의 수직이착륙 헬기 오스프리(MV-22B)가 군산 미 공군 기지에 약 한 달째 머물며 소음과 진동, 불안감을 주고 있다.
미군기지에 미군 헬기가 오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스프리는 '미망인 제조기'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헬기 자체 결함으로 빈번한 추락 사고를 일으키는 헬기다. 그렇기에 오스프리는 군산과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위협이다.
오스프리는 두 개의 프로펠러로 운영되는 대형 헬기 기종으로 500㎞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험 운영 당시부터 빈번히 추락했다. 2007년 정식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64명의 군인이 사망했고 93명의 군인이 부상했다. 2022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5명의 군인이 사망했고 2023년 8월에는 호주에서 3명이 사망했다.
2023년 11월에는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를 출발해 오키나와현 가데나 공군기지로 향하던 오스프리가 기체 결함으로 야쿠시마현 바다에 추락해 8명의 군인이 사망했다. 이 사건은 일본 시민들을 공포에 빠트렸다. 주일미군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작년 12월부터 오스프리 운행을 중단했고 올해 부분적으로 운행이 재개됐다.
이렇게 위험한 헬기가 군산 미 공군 기지에 들어온 이유는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지난 8월 26일부터 9월 7일 진행된 한미 연합 상륙 훈련인 쌍룡 훈련에 오스프리가 참여한 것이 언론을 통해 확인됐고 이에 비춰 볼 때 훈련을 위한 방문으로 추론된다.
문제는 훈련이 끝났는데도 돌아가지 않고 현재까지 군산에 남아 있다는 것이며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붕 위에서 보이는 헬기, 소음과 진동으로 고통
군산 미 공군 기지는 군산시 옥서면 전체 면적의 61.47%에 해당하고 있는 만큼 부대와 지역 주민들의 삶의 공간이 구별되기 어려울 정도로 가깝게 맞닿아 있다. 바닷가 지역에 설치된 전투기 활주로와 다르게 주민 거주 지역 바로 옆 옥서면 행정복지센터 인근에 헬기 이착륙 지점이 있어 주민들의 고통은 클 수밖에 없다.
실제 많은 주민은 저녁과 오후 시간에 집중된 오스프리 이착륙 소음으로 TV시청이 불가능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또 주거 지역인데도 주택가 지붕 위에서 헬기가 보일 정도로 낮게 날며 옥서 저수지와 인근 주택가를 수차례 선회하고 있다. 집 앞 마당 위를 전투 헬기가 엄청난 소음과 진동을 내며 수차례 오가는 광경은 흡사 전쟁 체험과도 같고 내 집이 미군의 훈련장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아무리 불평등한 한미 관계라 해도 이토록 위험한 헬기가 공식적으로 배치되지도 않은 군산 미군기지를 자기 집처럼 쓰고 있다.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방부와 지자체는 뭘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