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13일 오전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도동파출소 인근 주민이 진흙밭으로 변한 마당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11일∼12일 울릉군에는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진흙밭이 됐는데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추석 차례 지내러 육지에 가야 하는데…"

13일 오전 8시께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에서 만난 주민 정성근(77)씨는 진흙밭으로 변한 마당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는 그쳤지만 지난 11일∼12일 쏟아진 308.7㎜의 물폭탄은 곳곳에 상흔을 남겼다. 정씨는 "어제는 맨홀 뚜껑 하나가 갑자기 '뻥' 하는 소리를 내고 날아오더니 잠시 후에 맨홀 뚜껑 하나가 더 날아왔다"며 "그러고 바로 물이 마당까지 차올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씨는 "오늘 추석 차례 지내러 육지에 나가야 하는데 마음이 찝찝하고 답답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거지 옆 경사진 도로 아래에 있던 하수도관 또한 파손돼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한국수자원공사 등 작업자들은 굴삭기와 삽을 동원해 토사를 퍼내는 데 집중했다. 인근 50세대에 공급되던 수돗물이 아직 단수된 상태라고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전했다.

한 작업자는 "어제 비가 내릴 때는 도로가 아니라 하천이었다"며 "20여년 만에 이렇게 비 피해가 있었던 적이 처음인 거 같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급한 대로 수건과 그릇을 챙겨 나와 빗물과 진흙을 닦아 내기도 했다. 하모(70대·여) 씨는 "물이 나와야 추석에 차례를 지낼 텐데 걱정"이라며 "집 밖에는 못 치우고 계단만 수건으로 닦고 있다"고 말했다. 하씨는 "어제는 빗물이 여기로도 오고 저기로도 오고, 나무뿌리하고 돌이 같이 밀려 내려왔다"며 "무서워서 집에서 나오지도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울릉읍 사동리 상황도 비슷했다. 인근 야산 골짜기에서 빗물이 오전까지 흘러내리면서 도로가 침수됐고 버스정류장은 흙더미에 파손된 채 기능을 상실한 모습이었다.

장화와 장갑을 착용하고 토사를 치우던 주민 백복수(78)씨는 "뒷산에 골짜기가 굉장히 깊어서 아직 빗물이 내려오는 거 같다"며 "혼자서 치우기엔 힘이 들어서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울릉군 공항도로와 이어진 서면에서도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해안도로 옆 야산에서 쏟아진 토사를 굴삭기와 삽으로 모아 해안가로 옮기는 방식으로 복구 작업은 계속됐다.

주민 서종수(68)씨는 "4대째 울릉도에서 살고 있는데 태풍 매미(2003년 9월) 이후로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린 적은 처음"이라며 "그래도 주변에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 따르면 울릉에는 전날 시간당 최대 70.4㎜ 폭우가 쏟아졌는데, 지난 1978년 8월 3일(시간당 73㎜) 이후 46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울릉군에는 전날 밤부터 산사태 경보가 발효돼 있다.

큰사진보기
▲  13일 오전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도동파출소 인근 주민이 진흙밭으로 변한 마당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11일∼12일 울릉군에는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