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지난 12일 이 사건에서 전주 역할을 한 손아무개씨가 2심에서 방조 혐의가 추가돼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다. 손씨의 유무죄 여부는 관심사였다. 손씨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는 손씨에게 방조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손씨가 무죄면 김건희 여사도 무죄라는 식의 입장을 취해왔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심 판결과 손씨 유죄의 의미를 짚어보고자 이 사건을 초기부터 취재해온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를 지난 19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는 심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김건희 여사, 매우 핵심적 요소"
- 9월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심 판결이 나오며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단 2심 법원도 이 사건 주범들에 대한 유죄 판결을 유지했다는 점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재판 과정에서 1심 재판 때 자신의 죄를 인정했던 토러스 증권 지점장 김아무개씨가 2심 재판에서 완전히 진술을 뒤집고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재판 과정을 보면서 혹시 진술 번복이 재판에 영향을 미쳐 권오수 회장 등 이 사건 주범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뒤집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주범들에 대해서 유죄 판결을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형량을 더 높였죠.
예를 들어 권 회장의 경우도 원래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었는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올렸어요. 벌금도 3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올리고 1심에서는 없었던 사회봉사도 200시간 명령했어요. 그러니까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관련해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게 가장 큰 의미라는 것입니다."
- 왜 주범들의 형량을 올렸을까요?
"시세조종 행위로 상당한 이익을 취하는 등 큰 책임이 있는데도 범행을 일체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아 비판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요. 주범들이 2심에서 다 말을 뒤집고 범행을 부인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자기들이 진술을 번복해도 움직일 수 없는 물증들이 있는 것이니 재판부 입장에선 형을 올리는 것이죠."
- 이번 판결문에 김건희 여사 이름이 87회 언급됐다고 합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의미하는 것은 명백합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설명하거나 재구성할 때 '김건희'라는 사람을 빼놓고 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김건희 여사 혹은 김 여사의 계좌로 이뤄진 거래가 주가조작 사건에서 매우 핵심적인 요소였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죠."
- 그렇다면 김 여사를 주범으로 보는 건가요?
"그 점까진 재판부가 판단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소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그 사람이 주범이라거나 아니다라고 재판부가 판단할 순 없겠죠. 그건 재판부의 재량을 넘어서는 일이니까요.
다만, 다시 말씀드리지만, 김 여사의 계좌로 이뤄진 거래를 빼놓고는 이 사건을 설명할 수 없고 이 사건의 범죄적 거래의 상당 부분이 김 여사의 계좌로 이뤄졌다는 것까지는 재판부가 거듭 확인을 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김 여사가 주범 중의 한 명이냐는 것을 우리가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른 강제 수사에 의거한 증거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겠죠."
- 이번에 주목된 게 전주였던 손아무개씨였죠. 1심에서는 무죄였는데 2심에서 방조 혐의가 인정되면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어요. 적절할까요?
"어떻게 보면 1심 법원 판결문에 이미 전주 손아무개씨의 유죄는 들어있다고 봐야 해요. 왜냐면 1심 판결문에 이렇게 돼 있거든요.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요.
그런데 방조 혐의라는 것은 어떤 범죄가 이뤄지는 것을 알면서도 이것을 내버려두거나 혹은 적극적으로는 아니더라도 협조함으로서 그 범죄가 더 잘 이뤄지도록 하는 거잖아요.
손씨 경우는 1심 판결로만 보더라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엄청 샀고, 판사가 얘기하길 주가조작 작전이 행해진 걸 알고 있었다고 했기 때문이죠. 근데 왜 무죄가 났느냐면 1심에선 검찰이 이 사람을 방조 혐의로 기소하지 않았고 공동 정범 중의 한 명으로 기소했기 때문입니다. 공동정범까지는 아니라고 해서 무죄가 난 거죠.
근데 2심에서는 손씨 같은 경우엔 1심 판결에 의하더라도 주가 절차의 작전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러면 방조 혐의로라도 기소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어요. 검찰도 그에 따라 공소장을 변경해서 유죄가 난 거잖아요. 그러니 어찌 보면 손씨의 방조 혐의는 유죄가 될 수 있다는 게 1심부터 예정돼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 방조 혐의는 가벼운 것 아닌가요?
"그렇죠. 방조 혐의는 당연히 범죄의 주범 혹은 공범, 공동정범에 비해서는 훨씬 범죄 관할 정도가 낫긴 합니다. 그래서 손씨 같은 경우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정도가 나온 것이고요.
그런데 우리가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방조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의 의미는 김 여사의 관여 정도가 낮고 가볍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최소한 방조 혐의는 적용돼야 하는 거 아니냐죠.
물론 김 여사가 사건의 공동정범인지 여부도 따져봐야 하는 건데, 어쨌든 그것은 검찰이 기소를 안 했잖아요. 그러면 최소한 방조 혐의는 기소해서 그것의 유·무죄를 가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는 거예요. 이번 2심 판결로 인해 김건희 여사가 방조 혐의가 되는 건 거의 확실해졌습니다. 당연히 방조 혐의를 넘어 이 사건의 공동정범이 아닌지를 따져야 할 필요가 생긴 거죠."
"대통령실, 어떻게 새빨간 거짓말을..."
- 손 씨와 김 여사의 같은 점과 차이점은?
"김 여사와 손씨의 같은 점은 일단 첫 번째 도이치모터스의 주가조작 작전에 맞춰서 대량의 주식을 매매했다는 점 그리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세력과 굉장히 큰 액수의 돈거래를 했다는 점 등 두 가지입니다.
다른 점은 손씨는 손해를 봤고 김 여사는 큰 이득을 봤다는 점 그리고 손씨 경우 주가 조작 세력과의 직접 연락 내역이 나왔지만 김 여사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 정도겠죠."
- 김 여사의 경우, 정황적 근거는 있지 않나요?
"그렇죠. 김 여사 같은 경우에도 예를 들어 주가조작 세력과 김 여사가 직접 통화 하거나 문자 메시지 주고받은 내역은 당연히 안 나왔습니다. 그런데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대화한 녹취록을 보면 김 여사가 주가조작 선수와 연락하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증거가 안 나왔지만 정황 증거는 엄청나게 많이 나와 있는 상황이라고 봐야겠죠."
- 대통령실은 1심 판결 직후 "김 여사보다 거래 규모가 큰 손 씨가 무죄라면, '3일 매수'가 전부인 김 여사의 주가조작 관여 사실이 인정될 리 없다"고 했지만 2심 이후엔 사법부 판단에 대해 입장 안 밝히겠다고 하던데.
"어떻게 새빨간 거짓말을 대놓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왜냐면 말씀하신 것처럼 1심 판결 나왔을 때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그냥 말한 것도 아니고 아예 입장문을 냈단 말이에요.
그런데 2심 판결이 나오니까 '우리는 원래 법원 판결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아 왔다'고 말하는 건 기자들과 국민들을 바보로 아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근데 다른 부분은 한두 번 저희가 겪는 일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치고요. 대통령실이 이번에 입장을 내기가 어렵겠죠. 왜냐면 어떤 면으로 따져봐도 김 여사와 손씨 이 두 사람을 비교하면 할수록 김 여사의 개입 정도가 훨씬 커 보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요."
- 계좌만 빌려준 것이란 게 대통령실 입장이잖아요.
"그건 정말 대통령선거 때 하던 얘기고요. 대선 때 이렇게 얘기했어요. 1차 작전 때 계좌를 빌려줬지만. 2차 작전 때는 2차 작전하는 사람들하고 우리는 아예 관계가 없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이잖아요.
1차 작전 때도 계좌만 빌려준 게 아니라 본인이 증권사 직원과 통화해서 거래를 다 승인했고요. 2차 작전 때도 증권사 직원과 녹취가 나왔죠. 그런데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가 있어요? 그리고 제가 수십 번 얘기했지만 2차 작전 세력 사무실에서 김건희 엑셀 파일이 나왔어요. 근데 어떻게 모르는 사이고 계좌만 빌려줬다는 주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뻔뻔함의 정도를 이미 너무 넘어서서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하고요.
2심 판결 나오고 나서 몇몇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라디오에 나와서 거짓말을 하더라고요. 뭐라고 하냐면 '손씨에 비해서 김 여사의 매수 액수가 10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거예요.
무슨 근거로 저런 얘기를 하나 봤더니 손씨가 주식을 산 건 75억 원어치거든요. 김건희 여사는 40억 원어치 정도 됩니다. 절반 약간 넘는 거죠. 근데 10분의 1이라고 거짓말을 해요. 이들이 손씨는 100억 원으로 잡고 김 여사는 10억 원으로 잡은 거예요.
왜 그렇게 잡았냐면 원래 매수 금액이라는 걸 따질 때 우리가 10억 원으로 한 번 사서 다 팔고 또 한 번 10억 원어치 사면 그건 20억 원어치를 매수한 거잖아요. 그렇게 계산하면 검찰이 계산한 대로 40억 원어치를 샀다고 나오는 건데, 이들은 처음에 들어간 돈, 그것도 물론 10억 원도 아니고 17억 원인데 그게 경찰 내사 보고서에 10억 원이라고 나오는 것만으로 손씨는 100억, 김 여사는 10억이니까 액수가 10분의 1밖에 안 된다고 하는 겁니다. 국민들을 바보로 알고 거짓말 하는 것 같아요."
- 국민의힘에서 그렇게 하는 의도가 뭘까요?
"이 사안을 굉장히 정파적인 사안으로 몰아가려는 의도인 거죠. 잘 아시는 것처럼 <뉴스타파>는 정파에 따라서 취재하는 언론이 아니고 사실관계만 쭉 전해왔을 뿐이거든요. 그리고 사실관계가 가리키는 모든 방향이 '김 여사는 이 사건의 공동정범'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방조범이 된다'는 것입니다.
몇몇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이것을 일부 정파적인 언론 혹은 정치권에서 정파적인 목적을 가지고 사실관계를 마치 호도하는 것처럼 만들고 싶은 거죠. 그래서 이 사안에 대해 잘 모르고 큰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던 사람들로 하여금 '이 사안은 뭐가 맞는지 잘 모르는 사안인데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서 야당은 이렇게 주장하고 여당은 이렇게 주장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법 판단이 늦으면 늦을 수록 김 여사 단죄 가능성"
- 앞으로 쟁점은 뭘까요?
"일단 피고인 중에 일부가 상고 의사를 밝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은 상고하게 되면 대법원에 갈 것이고요. 대법원에 가게 되면 심리하는 데 최소 6개월, 길게는 1~2년까지도 걸리겠죠. 그러면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거의 막바지가 돼버립니다. 그러면 대법원 판단이 내려지면 거기서부터 한 1년 남짓 공소시효가 남게 돼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볼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 공소시효가 남아 있느냐 없느냐가 길게 보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 왜요?
"왜냐하면 윤석열 대통령 임기 만료 전에 공소시효가 끝나버리면 더 이상 죄를 물을 수 없게 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역설적으로 대법원에서 이 사건에 대한 판단을 늦게 하면 할수록 김건희 여사는 단죄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 돼 버렸죠."
- 야권은 특검 필요성이 커졌다는 입장인데 특검이 여전히 필요할까요?
"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야당서 나온 것이라 주장 자체를 정파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때와 지금 사이 상황들이 많이 변했어요. 김건희 여사가 연관된 증거들이 훨씬 더 풍부해지고 확고해졌어요.
그리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아니더라도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가지 법적 논란들이 모두 김 여사라는 위세와 권력 앞에서 형해화되는 것을 국민들이 그동안 지켜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저는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건희 앞에만 가면 모든 법적 정의가 멈춘다는 상황을 특검이 아니라 특검보다 더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타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정말 법치국가가 맞냐는 국민적 탄식이 점점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것은 털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이 사건을 제가 처음 취재해서 알린 게 2020년 2월이거든요. 벌써 4년 하고도 반이 지났어요. 그런데 돌아보면 그 4년 반 동안 부당한 공격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그런데 결국 2심 판결까지, 이 사건 주범들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고 김건희 여사의 관여 정도도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분명하게 드러나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냐, 저희가 처음부터 이 사건을 정치적·정파적인 이유로 취재하거나 보도한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누구를 흠집 내고 공격하기 위해 보도한 게 아니고, 그야말로 사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따라와서 보도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완벽하게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입증됐다고 생각하고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그런 점을 봐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소리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