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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충북지역 노동자들이 928충북노동자기후정의행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릴레이 연재를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역에서 존엄하고 평등한 일터와 삶을 만드는 기후정의의 목소리가 더 많은 시민들에게 가 닿기를 바랍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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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9월이면 서울 도심에 시민들이 모여 기후정의행진을 벌인다. 코로나19시기에는 모이지 못했지만 시민행동이 전개된 것은 올해로 6번째다. 이쯤 되면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부에 닿아 정책 변화가 생기는 게 상식이다.

시민들의 목소리와 국제사회의 정부는 2020년 2050탄소중립 선언을 시작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만들고 1차 국가계획도 발표하고 국회도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의 분노는 더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구체 정책들을 보면 기후위기 대응이 가능한 지 의문투성이고, 윤석열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계획은 '역주행'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충북도의 탄소중립 계획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계획으로는 탄소 감축도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피해 대응도 정의로운 전환도 이뤄낼 수 없다. 심지어 각종 통계 수치도 엉망이고 현실성도 없었다.

거짓 약속으로 채워진 충북도 계획

2018년 기준 충북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390만 톤(이산화탄소환산톤, 이하 동일)이다. 그런데 감축량 계획은 관리 권한 내 분야와 관리 권한 밖으로 구분 돼 있어 이 중 67.9%에 달하는 2573만 톤을 배출하고 있는 에너지/산업공정 분야는 지방정부 관리 권한 밖에 있다.

이 얘기는 지방정부는 에너지 및 산업공정 분야에 대한 규제나 관리 감독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규제 완화와 특혜를 주는 지방정부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충북도의 에너지/산업공정 분야의 배출 감축량 목표는 16%에 불과하다. 충북도는 2030년까지 446만 톤을 감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조758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에너지산업융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산업단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등의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문제는 2024년 완공될 SK하이닉스 민간LNG발전소의 배출량(연간 152만 톤)과 2026년 완공될 음성LNG발전소의 배출량(연간 290만 톤)을 포함하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사실상 제로다. 수조 원을 들여 배출량을 줄여도 SK하이닉스 LNG발전소 하나 지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꼴이다. 그럼에도 충북도는 통계에서 건설 중인 LNG발전소의 배출량 전망을 누락시켜 마치 에너지 분야에서 감축이 이뤄지는 것처럼 속이고 있다.

수소산업과 탄소 포집 기술을 통한 243만 톤 감축 계획도 현실성이 없다. 현재의 수소연료전지는 화석연료(가스)를 통해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수소생성 단계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탄소배출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탄소 포집 기술은 국제적으로도 실용화 계획이 없는 미래 기술인데 이걸로 온실가스 감축을 얘기하는 것은 현세대의 책임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이다. 결국 충북도가 말하는 기술혁신과 수소연료전지를 통한 탄소 감축은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는 짜 맞추기 계획일 뿐이다.

배출량이 늘어나는 교통과 민간 재생에너지, 누구를 위한 지방정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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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방정부의 관리 권한 내에 있는 분야들은 어떨까? 먼저 수송 분야는 배출량이 도리어 증가한다. 민간투자를 포함해 예산을 5조4000억 원이나 투입하는데도 배출량이 21만 톤 증가하는 계획은 지자체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다.

충북도는 수소·전기차 보급,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를 하겠다고 한다. 이는 지자체가 무능을 넘어 전기차 보급 확대로 자동차 기업의 이윤보장을 위해 일하겠다는 얘기다. 전기차 보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공교통을 확충해 자동차 이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건 이미 상식이고 여러 도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다. 그런데 전기차 보급 계획만 내놓고 배출량을 늘이겠다니!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의심케 한다.

충북도는 산업단지 태양광 지붕 설치를 포함해 신재생에너지 전환 계획도 내놓고 있다. 모두 민간투자 중심이어서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고 있다. 산업단지와 농공단지에 320MW 목표로 추진 중이지만 2022년 8월 기준으로 현재까지 진척된 태양광 사업은 2MW에 불과하다. 민간투자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확대로는 에너지전환을 이뤄낼 수 없다는 얘기인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자본 규제도, 재난 피해 대책도 없는 계획

2023년 2월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중앙정부에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오송에 국가산업단지도 조성해야 하고 AI영재고와 국제학교도 건립해야 하니 그린벨트 규제를 해제하자는 것이었다. 중앙정부도 이를 수용해 바로 '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모든 게 지방분권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

충북도는 2024년 충북도 산업단지 21곳 추가 조성 계획(2023년에 신규 지정한 산업단지 6곳 581만㎡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최대 면적)을 발표했다. 또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해 농림지역 내 보전산지 등에 대한 건폐율과 증축 규제 완화 등 개발 계획도 연이어 발표했다. 이는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산과 숲을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충북 탄기본 계획을 보니 2030년까지 탄소 흡수원은 도리어 줄어든다. 충북도는 도시 숲을 만들고 탄소 흡수원 조림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린벨트 규제를 해제해 산업단지를 늘리고 부동산을 개발하는데 흡수원이 늘 수 있을까? 규제를 강화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규제를 풀겠다는 충북도! 이건 기후위기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도 갈수록 심각하다. 이로 인해 농업, 보건, 주거, 노동 분야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은 충북 탄기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송참사를 겪었음에도 재난에 대응할 체계도 예산도 보이지 않는다.

충북도에서 사라진 정의로운 전환 계획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과감한 탄소 감축 및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 대책이 포함된 예산과 추진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충북도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향후 10년간 13조 원의 재정을 투입한다고 한다. 하지만 충북도 차원의 예산은 연간 450억 원에 불과하다. 2024년 충북도 예산이 9조 원이라고 하는데 이 기준으로는 0.5% 정도다. 그렇다면 13조는? 대부분이 민간 투자다.

시민들이 전기자동차 많이 사고, 에너지 전환 사업은 민간 투자로 하는 것, 그게 기후위기 예산으로 잡혀 있는 것이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는 얘기다.

탄소중립법의 4대 구성 요소 중에 하나인 정의로운 전환은 충북도 계획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녹색성장 추진 투자 지원 ▲그린스타트 활동 활성화 지원 ▲취약계층 에너지 복지 지원 ▲학교 에너지전환 지원이 전부다. 정의로운 전환의 애초 취지가 무색해질 지경이다. 산업 전환 사업장이나 농업 분야의 지원 등 기후위기/재난의 피해를 지원할 체계도 예산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농업 분야의 스마트농업 지원은 대부분 대출 지원으로 농민들은 '농민을 배제한 엉터리 정책'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엄청난 빚을 져야 가능한 거다. 재생에너지 발전 등을 통한 녹색 일자리 확대 대책이나 노후화된 주택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을 포함한 주거 지원사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충북 탄기본 실행 과정도 보면 도민들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의견을 낼 창구는 공청회에 참여하는 게 전부다. 연구용역 등에서 검토한 내부 자료들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고, 탄녹위는 기업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 노동자, 농민을 포함한 도민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방법은 없었다. 도민참여단 클로버(CLOVER)가 있는데 아무 권한이 없다. 도민참여단이 의사결정 권한을 갖지 못하면 지자체 정책을 홍보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건 이미 드러난 것 아닌가!

여기서 살기 위해! 기후정의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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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의 탄기본 계획을 들여다보니 정부와 자본이 주도하는 기후위기 대응으로는 가속화 하는 기후위기와 반복되는 재난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얘기는 우리의 일터와 삶터는 더 위험해진다는 얘기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곳이 기후위기/재난의 현장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 곳에서 기후위기를 멈추게 할 방법을 찾아 나의 일터와 삶터를 지키고 싶다. 여기서 만난 동료들과 지금의 공동체를 지키고 싶다. 고층 빌딩이 없어도, 8차선 넓은 도로가 없어도,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는 지하철이 없어도 된다. 수 십억 하는 아파트도 필요 없다. 그저 산과 숲이 그대로 있어 모든 생명체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이 곳에서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고 싶다.

여기서 살기 위해! 나는 9월 28일 충북노동자들이 열어낸 기후정의의 길에 힘을 보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선지현씨는 '삶과노동을잇는배움터 이짓'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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