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는 '일상에서 즐겁게 시 쓰기'를 모토로 한 시창작소 '나음글방'이 있다. 지난해 11월에 문을 연 나음글방은 광주 곳곳 책과 관련된 공간과 온라인 공간에서 시와 관련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0일 광주 출신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가운데 13일 광주에서 시창작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가현씨를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나음글방에서 글방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이가현입니다. 나음글방은 시를 토대로 모이고 배우고 노는 곳입니다. 광주 곳곳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나 서점처럼 책과 관련된 공간을 빌려 쓰거나 온라인 공간에서 모이고 있습니다.
광주사람들이 시를 쓰고 좋아하고 향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만들었습니다. 목표가 있다면,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교류와 배움 등의 갈증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 가현님에게 '시'란 무엇인가요?
"시는 언어로 포착할 수 없는 미묘한 순간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해 보려는 이상한 장르입니다. 그래서 묘한 해방감을 주기도 하고, 일상의 틈에서 나를 살아가게 해줄 수 있습니다. 시간을 들이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학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오해를 받지만 도리어 그렇기에, 우리의 삶이 팍팍하고 힘들수록 시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광주에서 내가 쓴 시를 공유하고 이야기 나눌 친구가 없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쉬웠고, 시를 배우는 곳에 가더라도 수도권과 달리 중간 과정이나 고급 과정을 배울 만한 곳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꼭 광주에서 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시라는 건 일상에 변화를 주고, 버티고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는 무언가입니다. 우리는 모두 5·18의 아이들이거나 그 사건의 트라우마로 영향받으며 살기에 광주의 사람들이 시를 쓰며 그 마음을 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나음글방에선 주로 어떤 걸 하나요?
"모임, 클래스, 행사를 합니다.
우선 모임의 경우에는 '베스트 프렌드 대작전'이라고 시 읽기를 쉽게 하는 모임을 했습니다. 청소년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온라인을 통해 모인 사람들이 광주의 동네서점 '소년의 서'에 모여서 시를 읽었습니다. 시를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기 위한 모임이었습니다.
'놀면서 쓰자'라는 모임도 있었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시집 4권을 함께 읽었는데, 쓰기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8주간 읽고 쓰는 일을 함께했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일기를 쓴 후 교환해서 시를 쓰는 활동도 했습니다. 다른 구성원이 쓴 일기를 받아서 읽고, 이를 토대로 시를 썼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 더 잘 이해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유령 독서회'라는 이름의 온라인 모임도 있었습니다. 일본의 '타츠야 서점'에서 가상의 독서모임을 하는데, 그 어떤 책도 읽지 않고 모여서 마치 읽은 책이 있는 것처럼 가상의 책을 놓고 대화를 나눕니다. 이것처럼, 가상의 시집을 읽어온 걸로 하고 대화를 나누고 글을 썼습니다. '녹차맛아이스크림'이라는 제목의 가상의 시집이 있다고 놓고, 그 미묘한 색이 시와 닮았고 시에 계속 등장하는 제임스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클래스와 행사는 어떤 게 있었나요?
"클래스는 주로 온라인으로 해왔습니다. 시인들이 주로 수도권에 거주하기 때문에 호남 사람은 할인해 주기로 하고 시인에게 시를 배우는 클래스를 열었습니다. 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유수 시인의 등단작을 재밌게 봐서 그 분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서울대 국문과 황박승진 교수님의 시 이론 강연도 들었습니다.
행사로는, 최근에 '승자 없는 백일장'이라는 걸 광주 금남로 공원에서 했습니다. 뻔한 백일장이 아니었으면 해서, 시제를 뽑기 통에 넣은 후 뽑게끔 했고 시를 다 쓴 분들에게는 시와 어울리는 선물을 주었습니다. 승자가 없어도 즐겁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광주에서 시창작소를 운영한다는 건 어떤 일인가요?
"저는 지역성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광주의 지하철명을 놓고 시를 쓰고 있습니다. 공간에 녹아있는 기억을 반영하는 작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광주가 '친구소멸지역'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음 맞는 공동체, 친구, 커뮤니티가 없다는 이야기였는데 그래서 지역에서 시를 쓰는 사람들이 모이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지금의 시문학은 어쩔 수 없이 서울 중심적인데, 그렇다 보니 시에 등장하는 지명은 서울의 지명인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불친절하게 광주의 지명을 쓰고 있습니다. 시에 모호함이 있다면 그것은 내 이야기를 하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독자도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5·18캠프를 함께하는 분에게 들었습니다. 광주가 기뻐하고 있는 게 좋았고 문학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고, 응원을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습니다. 광주에서 시창작소를 운영하는 건 바로 이런 마음을 나누는 일인 것 같습니다.
나음글방은 동사 '나음'에서 가져왔습니다. 시를 쓰다 보면 상처가 나아진다, 혹은 과거보다 더 나은 내가 발견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한 획만 그으면 '다음'이 될 수 있습니다. 꼭 다음으로 가지 않아도 되지만, 시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시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광주에서 계속 시창작소를 운영해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