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34조 6항)"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헌법 35조 1항)"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안전과 환경권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낙동강물을 마시고 있는 낙동강 유역 주민들은 가장 상위법인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심각히 침해당하고 있다.
낙동강에서 등장한 '녹조라떼'라는 자조 섞인 신조어가 만들어진 2012년 이래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녹조 대란 사태는 개선되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기 때문이다.
낙동강 녹조, 13년째 심각... 이것은 재난 사태다
녹조는 독이다. 녹조는 발암물질이자 청산가리 6000배가 넘는 강력한 독을 지니고 있다. 그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낙동강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젠 그 물로 재배한 농산물에서, 수돗물에서 그리고 인근의 공기에서도, 급기야 사람 콧속에서도 검출됐다. 심각한 현실이다.
'낙동강 녹조 재난 사태'라는 말이 등장하는 배경이다. 이에 낙동강 유역 주민들은 이 사태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낙동강네트워크와 같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낙동강녹조재난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낙동강 녹조재난, 책임자 처벌과 대책을 촉구하는 국회 청문회 개최 요구에 관한 청원'을 시작했다. 지난 10월 11일 시작된 이 청원은 종료 일주일을 앞둔 11월 3일 새벽 4시 30분 현재 1만1545명이 서명했다. 청문회가 성사되려면 5만 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이들이 국민청원까지 나선 이유는 "낙동강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데 있다. 환경부 역할이 중요한데 "환경부는 수돗물과 공기 중에서는 녹조 독이 절대 검출되지 않는다고만 앵무새처럼 되내이고 있을 뿐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은 전혀 보이고 있지 않"고 있다.
멀쩡하게 잘 흐르던 낙동강을 8개의 초대형 보로 막아놔 흐름을 끊어 발생한 문제가 바로 녹조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이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노력을 보이고 있지 않는다.
이는 "거대한 보로 인한 강의 죽음 혹은 막힌 강의 저주"다. 이 '저주'를 풀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막힌 강을 다시 흐르는 정상적인 강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낙동강 유역 주민들이 환경권·생존권을 위해 낙동강 녹조의 책임을 묻고 녹조 재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 실시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선 이유다.
이들은 먼저 낙동강 녹조 독이 주민의 콧속에서까지 검출됐으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녹조 독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환경피해가 전세계적으로 발생했음에도 정부는 낙동강 녹조 독은 위험하지 않다는 거짓말로 사실을 감추고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국민을 호도해 왔다"면서 "대국민 사기극"으로 규정했다.
4대강 녹조 독소는 강물뿐만 아니라 수돗물, 농수산물에 이어 공기 중에서도 검출되고 있다는 게 민간 조사연구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낙동강네트워크 등과 부경대 연구팀이 공동으로 진행한, 2021년부터 시작된 그 연구조사가 실을 밝히고 있다.
"심지어 지난 2023년엔 낙동강으로부터 3km 이상 떨어진 아파트 거실에서 녹조 독이 검출돼 낙동강유역민들을 충격에 빠트리더니 올해는 설상가상 그 우려가 현실이 되어 조사대상자 2명에서 1명꼴로 사람의 콧속에서 녹조 유전자가 검출되고 있다. 이것이야 말로 낙동강유역 전역이 녹조 재난 상황인 것이."
사태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정책으로 그나마 개방해왔던 금강과 영산강의 수문마저 닫아버렸다. 수질개선과 자연성 회복을 위한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 방안도 모두 폐기시켜버린 것.
이들은 " 금강과 영산강의 유역민까지 위험에 빠트린 것으로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하루빨리 낙동강뿐 아니라 금강과 영산강 보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녹조 독으로부터 먹거리, 친수시설, 공기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수백 개에 달하는 농업용수 양수시설마다 정수처리 시설을 할 것인가? 낙동강 본류 전체에 정수처리 시설을 설치할 것인가? 수백 수천만㎡가 되는 낙동강 수변 생태공원마다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것인가?"
국회 국민청원 5만, 국민들이 나서달라
낙동강네트워크 등은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국회가 나서줘야 한다면서 '낙동강 녹조 독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2025년 녹조 창궐을 막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 앞에서 국회가 그 대책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정부의 녹조 모니터링은 녹조가 덜 발생하는 장소와 방법으로 하고 있어 정부의 녹조관리 제도인 조류경보제를 국민 눈높이로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녹조 독은 낙동강 원수에서뿐만 아니라 농산물, 수산물, 수돗물, 공기 중에서까지 검출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관리기준조차 없다. 미국은 원수에 적용되는 친수활동 기준을 8ppb,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생식독성의 위험성에 대비하여 수돗물에 대한 관리기준을 0.03ppb까지 강화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하루빨리 녹조 독에 대한 관리기준을 강화하고 녹조 독 관리는 사후관리가 아닌 사전에 발생 자체를 막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국가의 녹조 관리 부실로 발생한 인체 및 농수축산물 피해(생체내 잔류량 등) 실태조사, 피해 보상(생산자의 경제적 손실 관련)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국회 차원의 청문회다. 이제 청문회를 통해 지난 13년간 진행된 환경부의 낙동강 녹조대응 정책을 낱낱이 조사해 문제점을 밝히고, 국민이 요구하는 녹조 문제의 근원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청원운동을 이끌고 있는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공동집행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번에 청원이 성사되지 못하면 낙동강유역민은 내년에 또다시 녹조 독이 든 수돗물과 농산물 그리고 녹조 독으로 오염된 공기를 마셔야 한다. 그런데 5만 청원 너무 힘들다. 그러니 이 청원이 꼭 성사될 수 있도록 전국의 양심적 시민들이 꼭 좀 나서달라"
* 국민청원 바로 가기 :
낙동강 녹조재난, 책임자 처벌과 대책을 촉구하는 국회 청문회 개최 요구에 관한 청원 https://petitions.assembly.go.kr/proceed/onGoingAll/2343AE9B465F3329E064B49691C6967B?utm_source=%EB%82%99%EB%8F%99%EA%B0%95%EB%84%A4%ED%8A%B8%EC%9B%8C%ED%81%AC&utm_medium=.&utm_campaign=%EB%85%B9%EC%A1%B0%EC%9E%AC%EB%82%9C%EC%B2%9C%EB%AC%B8%ED%9A%8C
낙동강 녹조재난 사태 해결을 위한 국민청원이 성사돼 낙동강유역민들이 13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녹조로 인한 그 충격과 공포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기관지 <노동히어로>에도 함께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