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의 제1지류이자 대구를 동서로 가로지르며 흐르며 명실상부한 '대구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금호강. 총길이 114킬로미터에 마지막 42킬로미터가 대구를 관통하며 흐르는 '대구의 강'이라 할 수 있는 금호강. 지난 2일 그 금호강의 발원지를 찾아 길을 나섰다. 바로 ㈜SL 가족들과 함께 필자가 길라잡이가 돼 길을 나서게 된 것.
이들은 올 여름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나 금호강 팔현습지와 안심습지를 찾았다. 습지를 직접 탐방하고 금호강 물길 걷기 등을 통해 습지의 아름다움을 직접 만끽했다. 동시에 습지에 널려진 장마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진행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금호강과 더 가까워진 이들이다.
이들은 이런 습지 탐방과 정화 활동을 통해 금호강을 서서히 알아가던 차에 금호강 발원지를 찾아가보자는 제안을 필자가 하게 됐고, 이에 경북 포항시 죽장면 가사리 '가사지'에서 발원하는 금호강의 원류를 찾아 길을 나서게 된 것이다.
금호강은 산업화의 아픔을 심하게 겪은 강이다. 근대화 산업화 과정에서 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수난의 현장이 이곳에 있었다. 대구서 발달한 섬유산업의 영향으로 섬유공장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금호강은 그대로 받았고, 설상가상 1980년 포항제철로 공업용수를 보낸다는 목적으로 금호강 상류에 영천댐이 지어지게 된다.
그 영천댐의 영향으로 강물마저 줄어들자 그때부터 금호강은 급격히 망가지기 시작해 필자의 유년시절 그 맑았던 금호강은 1980년대 이후 시궁창을 방불케하는 모습이 됐다. 악취마저 심각해 그 이후 금호강은 거의 하구수로 전락해버렸다. 사람들이 더 이상 금호강을 찾지 않게 된 이유다.
1991년 낙동강서 터진 페놀사고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가 식수원이기도 한 강을 달리 바라보기 사직하면서 그에 대한 반성으로 금호강에도 하수종말처리장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01년 영천댐이 안동의 임하댐과 도수관로로 연결돼 임하댐에서 받은 물량 중 일부를 금호강 하천유지용수로 방류해주게 됐다.
즉, 하루 30만 톤의 강물이 금호강으로 흘러들고 속속 건설돼 가동에 들어간 하수종말처리장의 영향으로 금호강은 서서히 변모하기 시작했다. 2001년부터 본격 시작된 그 변화의 시간이 20년 정도가 흐르자 금호강은 스스로를 정화시켜와 지금은 필자의 유년시절 금호강의 모습으로 거의 되돌아온 것이다.
부활의 현장이다. 따라서 금호강 중에서도 안심습지나 팔현습지 같은 아름다운 생태공간에 금호강의 '오래된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 있게 된 것이다. 그런 금호강 부활의 모습을 좀더 확인해보고자 발원지를 찾아 길을 나선 것이다.
금호강 최상류에서 만난 '삽질'의 현장
그런데 예상과 달리 금호강 상류의 모습은 곳곳에 깊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었다. 우선 영천댐 한쪽에 자리잡은 영천댐 망향공원에서 영천댐 건설로 인해 수몰된 수몰민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전시장을 통해 전해졌다. 산업화 과정에서 꼭 필요하게 여겨졌던 댐이 실상은 수몰이라는 원초적인 아픔을 동반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곳 망향공원 전시실에서 확인하게 된다.
망향공원을 뒤로 하고 영천댐을 따라 상류로 이동하게 되면 이제는 금호강은 천으로 바뀌게 된다. 자호천으로 이름을 바꾼 금호강 상류는 서서히 협곡의 모습을 띠게 된다. 협곡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도 잠시 상류 곳곳은 공사현장이다.
거대한 포크레인이 하천 안으로 들어가 강바닥을 마구 긁어대는 하상 준설을 아무렇게나 하지 않나. 곳곳에 새로운 교량이 건설되지 않나, 주변 산지를 깎아 새로운 길을 내는 공사까지 이곳이 금호강 최상류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 곳곳에서 펼쳐져 탐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 절정은 포항 죽장면 면소재지 앞 자호천과 가사천이 만나는 합수부에서 자행된 '삽질'의 현장이었다. 이곳은 두 천(川)이 만나는 곳으로 즉 합수부다. 두 천(川)이 만나는 곳은 넓은 습지가 발달할 수밖에 없고 특히 두 천의 경계가 산지라 박달봉의 날렵한 끝자락이 분수령이 돼 우안에서는 자호천이 좌안에서는 가사천이 흘러들어 박달봉이 끝나는 지점에서 두 강이 만나서 넓은 삼각주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박달봉의 끝을 깎아서 입암교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두 천이 만나는 곳 바로 한가운데 들어선 산이다. 정말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지는 그곳에 그 산을 깎아서 길을 내는 무지막지한 '토건 삽질'이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풍광에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난 겨울 '금호강난개발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이곳을 방문할 때만 해도 이 일대 아름다운 풍광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곳엔 이미 작은 생태공원도 마련돼 맑은 계곡을 직접 대면할 수 있도록 만들어뒀는데 지금 그곳은 공사현장이 돼 있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포항국토사무소가 시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이렇게 아름다운 대자연의 풍광을 말살하는 수준의 공사로 자행되고 있었던 것이라 이날 탐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수달의 배설물이 잔뜩 묻어있던 바위산도 깎여나가 사라져버렸다. 이곳을 터전으로 살던 수달은 또 얼마나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인가.
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그 아픈 현장을 뒤로 하고 금호강의 발원지는 자호천이 아닌 가사천을 따라 올라가게 된다. 자호천에서 가사천으로 방향을 바꾸어 물길을 따라 다시 발원지 가사지를 찾아 올라가게 된다.
가사4교에서 차에서 내려 작은 계곡을 따라서 가사지를 찾아나선다. 이곳은 그야말로 계곡의 모습이다. 산과 산 사이를 요리조리 흘러가는 그 물줄기가 천이고, 천이 모여 바로 강을 이루게 되는 그 오밀조밀한 강의 구조가 비로소 시작되는 곳이다. 가사지를 찾아나서는 길엔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했다.
바닥엔 낙엽이 깔리고 주변 산지의 다양한 나무가 만들어주는 단풍이 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게 한다. 길을 따라 한 400여 미터 정도만 걸으면 시나브로 만나게 되는 '가사지'가 바로 금호강의 발원지다.
가사지는 다시 두 갈래 골짜기가 모이는 곳이라 물길을 따라 더 올라가 정말 물길이 시작되는 곳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최상류 두 골이 만나 물길이 모이는 이곳에 만들어진 작은 저수지가 발원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라 이곳을 발원지라 명명하게 된 것이리라.
가사지의 물은 너무 맑고 투명했다. 너무 맑아 생물이 살지 않을 것 같은 이곳에서도 생명의 흔적을 만났다. 민물새우가 가장자리로 나온 것을 한 아이가 두 손을 오무려 잡아 보여주면서 이곳의 수생태에도 급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상류 계곡에 사는 다양한 물고기도 이곳 가사지에 살아갈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온 일행은 물수제비도 날리며 망중한을 보내고는 다시 좀 전에 죽장면에서 만난 '삽질' 현장을 기억해내고는 그 자리에서 함께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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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강 발원지를 찾아서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금호강!! .... 금호강 발원지 가사지 앞에서 탐방객들이 함께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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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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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은 야생동물의 집이다, 금호강 삽질을 멈춰라!"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금호강!!"
너무 조용해 적막하기도 한 이 골짜기에 이들의 외침소리가 가득 메아리로 울려 퍼졌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