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춘천의 경리단길'로 불렸던 춘천 원도심 상권 중 하나인 '육림고개' 골목은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사람들이 바글거렸던 것과 달리 현재 유령 골목이다. 춘천의 최초 영화관인 육림극장의 이름을 따 붙여진 육림고개라는 이름은 2006년 극장이 문을 닫았지만 오히려 2010년대 후반에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명소로 부상했다.
춘천시가 2015년 '막걸리촌 특화 사업', 2017년 '청년몰' 조성 사업 등을 잇달아 의욕적으로 추진, 주말 하루 2천 명 수준의 방문객을 유치하는 지역 명소로 탈바꿈했던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평일인 지난 13일 오후1시쯤 방문했을 때 곳곳에 '임대' 표지판이 붙은 빈 가게들이 많았고 매장이 비지는 않았지만 평일 오후인데도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이 황량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지난 2017년 청년몰 지원사업 당시, 20개소에 창업교육, 임차료, 인테리어 및 컨설팅 비용 등을 지원받으면서 꽃 디저트, 한방카페, 레스토랑, 수공예 등 상점이 들어섰지만 이날 문을 연 가게는 채 10곳도 안 되는 듯했다.
지금까지 지자체 투자 규모만 해도 50여억 원에 달하는 이 지역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상권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느낌을 주는 것은 왜일까. 이날 육림고개 방문길에 만난 '육림포차'와 '수제과점' 주인들에게 물어보았다.
포차 사장님은 10년 전 '육림포차'를 운영하다 사업을 중단한 뒤, 이달 들어 다시 주점의 문을 열었고, '수제과점'은 이제 영업을 시작한 지 5개월이 된 곳이다.
- 10년 전 그때 골목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육림포차: "청년 사업몰 사업을 한다고 해서 상가도 많이 들어오고 청년분들이 지원도 많이 받으시고. 그때는 괜찮았죠. 코로나 전이기도 하고 시에서 신경 써줘서 청년들이 많이 와서 오픈하고 그랬어요. 처음엔 잘 됐는데 뒤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관리도 안 되고 청년분들은 다 빠져나가시더라고요. 처음은 좋았는데 후반까지 관리가 잘 안 된 것 같아요.
게다가, 청년분들 임대료 지원으로 많이 입주하시다가 장사가 잘되니까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올린 거예요, 임대료가 아직도 너무 비싸요. 청년분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많이 되죠. (육림고개가 유명해지면서 가게주인들이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리자 청년사업가 등이 육림고개를 떠나는 현상이 당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 편집자주)"
- 그렇다면 사장님은 시에서 어떤 지원을 받으신 적이 있나요?
육림포차: "지원 사업이 있긴 있었어요, 나도 노후 공사 지원받아서 샤시 공사 하나 했는데 겨우 이거 밖에 못했어요. 육림고개 건물 자체가 몇십 년 된 오래된 건물들이라 칸도 작고 노후됐어요. 근데 샤시 몇 개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티도 안 나요. 지원을 해주긴 해주는데 찔끔 도와주는 느낌이에요."
-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에서 주도하는 행사나 축제가 자주 열리는데 가게 운영에 혜택을 많이 받지 않나요?
육림포차: "자주 열리긴 하지요, 이 앞에서 플리마켓을 하는데 저희 골목에 다양한 상권들과는 좀 동떨어진 것들이라 직접 가게에 찾아와서 구매하고 가시는 분들은 없어요. 춘천시에서는 탁상공론해서 나온 행사만 주최하는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저희한테 도움 되는 게 없잖아요."
수제과점: "춘천 명동에서 크게 연예인들 불러서 공연해도 사람들이 딱 거기에서 그치지 여기까지는 안 와요. 주변에 여러 상권들을 연결해서 하는 행사가 있으면 좋겠는데 다 흩어져서 축제를 벌이는 느낌이랄까요, 예를 들면 지역을 하나로 연결해서 투어하면 스탬프를 찍어 준다든 지 그런 것들이 있으면 좋겠죠. 어쨌든 중앙시장, 명동, 브라운5번가, 육림고개 다 같은 상권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서로 좀 연결해서 같이 하는 행사가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육림포차: "시에서 매주 무언가를 하긴 해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건 없어요. 생각만으로 일을 진행시키고 이렇게 직접 나와서 뭐가 문젠지 얘기를 들어보고 그런 적은 없어요. 그리고 지금 육림고개 상인 회장도 없어서 이런 얘기를 전해주지도 못해요."
수제과점: "지역창조경제센터 직원분들이 가게에 잠깐 커피 마시러 왔다가 본인들이 이런 일 관련하는 사람들이라고 알려만 주셨지 특별히 육림고개의 방향성이 어떠하다고 이야기를 들은 것은 없어요."
- 육림고개를 다시 활성화 하는데 가장 문제라고 느끼시는 부분이 무엇인지요?
육림포차: "주차 문제죠, 제일 심각해요. 주차할 곳이 없어서 내가 내 집에 차를 못 끌고 와요. 여기는 일방통행이 아닌데도 도로 폭이 좁아 양방향 통행도 안 돼요. 게다가 행사가 있는 날이면 차를 가게 입구에 대고 가 영업을 방해하는 일도 다반사지요. 오죽하면 영업이 잘 되던 '육림 닭강정'은 주차 문제 때문에 장소를 이전하기도 했지요."
- 육림고개의 '청년몰'이라는 슬로건은 입주 업체들을 고려했을 때 적절하다고 보시는지요?
육림포차: "나쁜 건 아닌데, 애매해요. 여기 상권이 다 청년몰이 아니거든요. 오랫동안 자기 영업하고 계시는 연세 있는 분들도 계시고 새로 들어온 청년분들도 있고 하니까 좀 따로 노는 것 같아요. 통일성이 없으니까 사람들이 오면 뭘 소비하고 가야 되는 거지? 싶으실 것 같고. 푸드 거리면 푸드거리, 술집이면 술집으로 좀 통일성 있는 골목이 되야 될텐데 위쪽에 공방, 밑에 밥집, 그 밑에 강냉이 파는 곳, 그리고 술집 있으니 이 좁은 곳 안에서 어떤 경로로 다녀야 되는지 모를 것 같아요. (실제로, 육림고개에는 80대 주인이 51년 째 영업중인 ' 동신고무 ', 70대 후반의 주인이 50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경상도 미용실'도 있다. - 편집자주)"
수제과점: "청년몰이라는 게 좀 애매한 것 같아요. 정부 지원 사업들도 청년 위주로만 지원을 해주기도 하고 청년몰이라고 정하지 말고 모든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 육림고개 홍보는 잘 되고 있는 것 같나요?
수제과점: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요. 홍보라고 해봤자 플래카드 몇 개 걸어놓은 것인데, 사실 그건 잘 안 보이잖아요. 팜플렛이나 전단지를 거리에서 돌리며 관광객이나 행인들을 상대로 홍보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상인들한테 홍보 팜플렛이나 잡지를 만들어서 배포해 주시면 우리도 손님들 올 때 하나씩 건네줄 수 있으니까 그런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육림고개가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 포차를 운영했던 육림포차와 영업 개시 5개월차 수제과점 주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의 각종 문화 행사들이 지역상권과 연계되지 못하는 점, 주차 문제, 시황에 걸맞지 않게 높은 임대료를 고집하는 가게 주인들의 문제를 꼬집었다.
게다가, 현재 육림고개는 상인 회장이 공석인 상태로 상인들의 의견을 춘천시에 전달해줄 사람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플래카드나 SNS를 통한 행사 홍보 방식이 육림고개 상권 골목까지는 전해지지 않아 시민들의 유입을 끌어들이기 힘든 점 또한 애로사항이었다.
육림고개는 그동안 춘천시 원도심 르네상스 사업에 선정되어 다시 골목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지원을 받아 왔지만 이 5년 사업이 내년에 끝나게 된다. 이 고개가 다시 주말 2천명 방문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입주 업체들과 시, 그리고 시민들 간의 원활한 소통과 연계 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예린 대학생기자
덧붙이는 글 | 송예린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에도 게재됩니다. (www.hallymmedia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