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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물패 ‘와 아이라’의 상쇠가 꽹과리를 두드리며 앞장서 등장합니다.
ⓒ 임윤수
어얼~쑤!

뒤꿈치에서 올라와 오금을 지난 신명이 찌르르한 감정이 되어 마음으로 전이됩니다. 회오리처럼 마음을 흔들어댄 신명은 양쪽 어깨서 들썩거림으로 나타납니다. 사람들이 들썩거립니다. 여기서도 들썩, 저기서도 들썩, 서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이면 들썩거리는 어깨춤이 예외 없이 이어집니다. 아이들 어깨도 들썩거리고, 40대 아줌마는 물론 70은 훌쩍 넘었을 것 같은 할머니의 어깨도 들썩입니다.

꿈틀거리던 어깨 죽지가 점점 크게 흔들리는가 했더니 팔꿈치가 올라가고, 치켜 올라간 팔목 끝에서 양손이 흔들립니다. 어떤 이는 박수를 치고, 어떤 이는 나부끼는 수양버들처럼 흔들흔들 양손을 흔들리며 춤사위를 그려냅니다.

들썩거리던 어깨춤과 짝짝 소리를 내던 손뼉 춤이 미끄럼이라도 탄 듯 잘록한 허리춤을 돌아 엉덩이로 내려집니다. 엉덩이가 실룩댑니다. 동글동글 하거나 펑퍼짐한 엉덩이가 갈지자를 그리고, 우왕좌왕 오리걸음을 하듯 전후좌우로 흔들립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구경을 하던 아주머니, 빳빳한 정장을 입고 곱게 점잔을 빼던 50대 아주머니도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는지 슬금슬금 구경꾼 속으로 들어와 하하 호호 거리며 한 무리가 되었습니다. 감출 것도 없고, 감출 수도 없는 신명잔치가 거방지게 펼쳐집니다.

▲ ‘와 아이라’는 순수한 풀물 동호회입니다.
ⓒ 임윤수

▲ 얼~쑤, 신이 났습니다.
ⓒ 임윤수

23일 오후, 울산시 언양읍 관자재병원, 하얀 바지저고리에 진한 자줏빛 두루마기를 입고, 노란 어깨띠에 알록달록한 허리띠를 맨 풍물패 18명이 사물을 들고 등장합니다. 꽹과리 둘에 징 하나 나머지 사람들은 북과 장구를 들었습니다.

사물, 꽹과리, 징, 장구, 북

지역에 따라 꽹매기나 광쇠(廣釗) 또는 깽새기라고도 부르기는 꽹과리는 농악이나 불교음악, 무속음악 등에 쓰이고, 농악에서는 리듬의 주도적 역할을 하며 사물 중 으뜸으로 천둥(雷)을 뜻한다고 합니다.

꽹과리는 주석이 들어간 구리합금(놋쇠)을 녹지 않을 만큼 불에 가열해 두드리기를 반복해 얇은 그릇 모양으로 만들고, 테두리 판에 실로 엮은 끈을 매 왼손에 감아쥡니다. 그리고 방망이를 닮은 나무채로 당, 다, 닷, 다당 거리며 칩니다.

꽹과리에도 암수가 있으니, 야물고 높게 소리가 나는 수꽹과리, 부드럽고 낮은 소리가 나는 암꽹과리가 있는데, 이 두 꽹과리가 속삭이거나 서로 가락을 주고받듯 치는 게 보통입니다.

꽹과리처럼 모양새도 둥글고, 놋쇠를 두들겨 만들지만 훨씬 큰 것이 징으로, 징은 바람(風)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꽹과리처럼 불에 달군 놋쇠를 두들겨 만들고, 테두리 판에 끈을 답니다.

헝겊을 둘둘 말아 채를 만들고 이 채를 쳐서 소리를 내는데 웅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음색을 가졌습니다. 꽹과리가 가벼운 소리로 경쾌한 리듬을 잡아간다면 징은 주변을 압도하는 묵직한 소리로 분위기를 유도해 나갑니다.

▲ 징을 두드리는 단원도 신명이 났습니다.
ⓒ 임윤수

▲ 북은 북대로 신이 났습니다.
ⓒ 임윤수

▲ 장구를 치는 단원도 신이 났습니다.
ⓒ 임윤수

장구는 양쪽을 두드리는 양면고(兩面鼓)로 허리가 가늘어 세요고(細腰鼓) 또는 장고(杖鼓)라고도 부르는데 비(雨)를 의미 한다고 합니다. 두 개의 오동나무통을 가는 조롱목으로 연결시키고, 양단에 가죽을 씌웁니다.

왼편 가죽은 흰 말가죽을 쓰고, 오른편 가죽은 보통 말가죽을 쓰는데, 왼쪽 말가죽은 두꺼워서 낮은 소리가 나고 오른쪽 가죽은 얇아서 높은 소리가 납니다. 양편의 가죽은 서로 얼기설기 줄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줄을 조여주거나 풀어주는 것으로 장구의 음정을 조정한다고 합니다.

북은 들기도 하였지만 끈을 하여 어깨에 멘 사람도 있었습니다. 북은 구름(雲)을 뜻하며 배불뚝이처럼 불뚝한 나무통 양면을 말이나 소 또는 양 같은 동물가죽으로 막은 것입니다. 북에는 한쪽면만 있는 단면고와 양쪽면이 다 있는 양면고가 있는데, 단면고는 접착제로 통과 가죽을 고정시킨답니다.

대개의 북은 양쪽이 다 있는 양면고로 양편을 가축 끈이나 등나무덩굴 또는 섬유로 된 끈으로 죄거나, 접착제나 징못으로 고정시키기도 하지만 죄는 끈 사이에 쐐기를 박아 장력(張力)을 팽팽히 하거나, 나사못을 박아 음색을 조절한다고 합니다.

▲ 취했습니다. 북소리에 취했고. 신면에 취했습니다.
ⓒ 임윤수

▲ 흥겨움을 이끌어 가는 풍물패 뒤의 손은 손대로, 눈은 눈대로 힘이 듭니다.
ⓒ 임윤수

이렇게 사물을 든 사람들이 등장하고, 상쇠가 꽹과리를 두드리는 것으로 풍물패가 시작됩니다. 꽹과리 특유의 경쾌한 음과 징의 묵직함이 어울리며 북소리와 장고소리가 더해지니 신명과 흥겨움이 더해갑니다.

풍물패 놀음에 홀린 사람들...

풍물패가 사물을 울려댑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농락하듯이 고저장단을 구사해가며 산천초목을 장악하고 사람들 마음을 흔들어 갑니다. 잘도 놉니다. 그냥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움찍거리고, 엉덩이가 들썩거릴 만큼 신명나게 두들깁니다. 느긋한 굿거리장단으로 감정을 잡아가더니 빠른 자진모리장단으로 흥을 돋웁니다.

상쇠의 꽹과리소리와 풍물패 손놀림에 사람들 마음이 요동합니다. 딴 마음을 먹거나 눈 돌릴 틈 없이 빠른 장단, 자진모리장단으로 흥을 돋울 때도 뭔가에 빨려 들어가 듯 하더니, 느릿한 굿거리장단으로 이어질 때도 뭔가에 홀린 듯 마음이 끌려듭니다.

비가 쏟아집니다. 너무 웃다 찔끔 흘리는 눈물처럼 비가 옵니다. 쏟아지는 비 아랑곳 하지 않고 풍물패는 이어집니다. 땀인지 빗물인지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얼굴이 흥건하지만 마른하늘에 별들도 부러워 할 만큼 ‘쿵 다 닥’ 거리며 잘도 놉니다.

▲ 넋두리 같고 통곡 같은 목소리로 지신밟기 사설을 이어갑니다.
ⓒ 임윤수

한바탕을 그렇게 신명을 풀어놓더니 지신밟기 사설이 이어집니다. 목에 핏줄기가 서도록 혼신을 다하는, 넋두리 같고 통곡 같은 사설입니다.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묵직해지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설움이 복받쳐 오를 것 같은 사설이 이어집니다. 사람들이 홀렸습니다. 사물소리에 홀렸고 사설소리와 그들의 놀음에 놀렸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로는 치는 맞장구 ‘와 아이라’

잘 놀고 잘 두드리는 농악패의 이름은 ‘와 아이라’라고 하였습니다. ‘와 아이라’는 ‘맞다’는 말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하였으니, ‘맞다’ 하며 맞장구를 치듯 좋은 일에는 맞장구를, 치고 슬픈 일에는 이렇듯 풍물소리로 위로를 전하는 그런 모임이란 뜻인가 봅니다.

단원 30명(여자 단원 28명, 남자 단원 2명)이 활동하고 있는 순수한 풍물패 동호라고 하였습니다. 언양읍 생활체육회에 등록은 되어 있지만 어떤 재정적 지원 없이 갹출하는 회비만으로 사물도 구입하고 교육을 받으며 봉사공연을 꾸려나가는 자생 풍물패라고 하였습니다. 이따금 공연에 대가로 들어오는 찬조금은 풍물패 살림을 꾸려나가는데 긴요한 자원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지신밟기와 뒤풀이를 끝낸 풍물패가 주섬주섬 사물을 챙깁니다. 머리에서는 식지 않은 열기가 모락모락 김발로 피어오르고, 입에서는 행복한 미소가 빗방울처럼 똑똑 떨어집니다.

▲ 비에 흠뻑 젖었어도 신명납니다.
ⓒ 임윤수

서로가 신나했고,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두드리는 이는 두드려서 신났고, 보거나 듣는 이들은 보거나 들을 수 있어 신이 났고, 얼싸절싸 어깨춤을 출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빗물 속으로 스며든 사물소리가 사람들에겐 웃음소리와 행복이 되어 스며듭니다.

‘맞다’ 하며 맞장구를 쳐주듯 ‘와 아이라’가 쳐주는 풍물소리가 맞장구를 쳐주듯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오후입니다. 이래저래 권태롭고 뒤숭숭하기만 한 요즘 신나게만 보였던 ‘와 아이라’의 풍물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속 시름이나 달래보렵니다.

#와 아이라#와아이라#언양#풍물패#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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