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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일포
ⓒ 조도춘


짧은 일정의 금강산 구경이 바쁘다 바빠. 지난 6월 27일 오전 구룡폭포와 상팔담의 비경에 빠져 그 여운이 아직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오후에는 삼일포를 가야 한단다. 금강산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점심으로 먹고 삼일포 가는 길이다.

북측의 들녘을 달리는 기분이 묘하다. 넓은 들녘의 어린모는 풍년을 꿈꾸며 푸르기만 하다. 콩과 줄지어 나란히 자라고 있는 옥수수의 키가 쑥 자라있다. 이웃하여 자라고 있는 모습이 좋다.

금강산을 찾아온 관광객을 태우는 차만 다닐 수 있는 도로 “자유통행로”를 따라 연두색 철망이 쳐져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그 길 따라 북녘의 들판은 남녘의 어느 시골 길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시골 풍경이 펼쳐져 있다.

차장 밖으로 북측 주민들이 보인다. 점심식사를 마친 주민들은 오후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남측 농번기 때나 볼 수 있는 풍경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들판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17일 열차시험운행을 했던 북측 금강산역이 멀리 보인다. 시골풍경에 어울리지 않은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역사가 눈에 들어온다. 철마가 그토록 달리기를 꿈꾸어 왔던 소원을 50여년이 넘어서야 이룰 수 있던 역사라 그런지 새롭게 보인다.

자유통행로를 가다 좌회전하여 시냇물을 가로지른 작은 다리를 건너자 관광조장은 “지금부터는 북측 땅으로 넘어왔습니다”라고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남측 도로도 아닌 북측 도로도 아닌 제3의 도로를 따라 북측을 여행을 하였는가(?) 하는 새삼스런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이다.

금천리 마을이다. 멀리 안쪽으로 운곡리 마을이 보인다. 금강산 구경의 첫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온정각을 출발한 지 15여분 만에 삼일포 근처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길을 따라 잠시 내려가자 넓은 바다처럼 펼쳐진 호수가 나타났다. 삼일포다.

▲ 봉래대에서 바라보는 삼일포
ⓒ 조도춘

금강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호수에 잔잔한 물결을 만든다. 동해의 작은 항구이려니 생각했는데 호수란다. 그 옛날 바다가 호수가 되었단다. 삼일포는 관동팔경의 하나로 불려진다. 36개의 봉우리가 호수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늑한 호수다.

▲ 병아리난초"호수 주변에는 병아리난초가 많이 피었습니다."
ⓒ 조도춘

호수 한가운데에는 작은 바위섬 네 개가 보인다. 잔잔한 물결의 흐름에 따라 금강산으로 오는지 동해로 가려는지 움직이는 것 같으면서 섬 한자리를 차지하고는 조용히 있다.

섬 한가운데 유난히 소나무가 많은 작은 섬이 보인다. 솔섬(松島)란다. 흙도 없는 바위뿐이 섬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사는지 신비하기만 하다. 그 섬 너머에는 작은 정자가 보인다. “사선정”이란다. 네 신선이 놀다가 곳이란다. 삼일포의 유래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그 옛날 신라시대 영랑, 술랑, 남석랑, 안산랑 네 신선이 하루만 놀자고 내려왔다가 사흘을 넘겼다고 “삼일포”라고 한다. 뭐 삼일이 그리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신선의 하루는 속세의 백년이라고 하니 그 곳의 절경에 취해 300년을 머물다 간 셈이다.

▲ 56미터 긴 줄사다리 건너 "봉래대"가 보입니다.
ⓒ 조도춘

호수를 한 바퀴 돌아 나가자 긴 줄다리가 나온다. 다리건너 산 중턱에 작은 정자가 보인다. 정자 아래 바위에는 북측 생활을 느끼게 하는 “속도전”이란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출렁이는 다리를 건너 산중턱에 오르자 삼일포의 전경을 최고로 느낄 수 있다는 “봉래대”다. 봉래대에서 바라보는 호수는 “하늘의 선녀가 떨어뜨린 거울” 같다고 한다.

“…….동포여러분 형제여러분”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이어서 앙코르가 나왔다.

꽃피고 단풍지고
흘러간 세월 얼마냐
갈라진 우리겨레
.....................
통일아 너를 부르며
갈라진 삼천만 동포
.....................
이제는 참을 소냐. 조국통일 어서 이루자

봉래대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북측 여성 안내원은 삼일포의 숨어있는 전설을 자세히 설명하여 준다. 일행 중 누군가 먼저 북측 여성 안내원에게 노래를 제의했다. 농담 같은 제의에 설마 노래를 부르랴했는데 망설이듯 노래를 부르는 북측 여성의 노래에 그만 푹 빠졌다.

“앵콜~ 앵콜~” 소리에 마다지 않고 처음 노래보다 쉽게 두 번째 노래가 나온다. 통일 노래를 부르는 북측 여성 목소리에 애절함이 느껴진다. 노래를 듣던 남측 관광객들의 분위기 숙연해진다.

사진도 장소를 가려서 찍어야 한다 해서 아무 곳에서나 찍지 못했는데 어렵다고 느껴 던 북측 여성의 노래까지 들을 수 있다니 행운이다. 남측과 북측의 바라보는 통일은 아직도 많은 시각차이가 있겠지만 통일은 결코 먼 곳에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금강산#삼일포#봉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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