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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은 생활의 활력소다. 취미생활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은 나태한 생활의 연속이며 어떠한 희망도, 기대도 없는 무의미한 생활일 뿐이다. 설사 그 대상이 무엇이라도 좋으니 자신만의 취미를 가져야 하고, 그것을 즐겨야 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취미활동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기 쉽다. 간혹 쉬는 시간이 있더라도 그저 몸을 편하게 쉬고 싶은 나머지 오히려 그런 활동 자체를 꺼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무취미가 취미'인 상태가 돼버린다.

"취미의 부족과, 쓸모없는 얘기들은 인간에게 공통된 제 몫이다."

크레오브로스라는 사람이 일찍 지적한 말이다. 취미를 즐기기보다는 쓸데없는 잡담이나 객담으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있음을 안타까워했다.

실제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그렇다. 취미생활과 활동을 조직적이고 연속적으로 즐기고 있는 사람과 그런 부류는 그다지 많지 않다. 공무원이나 교사, 연구원 등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거나, 아니면 경제적 여유가 충분한 계층들이 즐기는 별도의 문화생활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직장인 중에는 헬스클럽이나 댄스클럽 등을 찾거나 독서모임, 취미서클 등을 찾는 사람도 적잖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취미생활은 취미라기보다는 자신의 건강과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반강제적으로 행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취미활동의 종류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고 다양하다. 수석(壽石), 분재(盆栽), 다도(茶道), 서예(書藝), 꽃꽂이, 음식 만들기, 한시(漢詩)짓기와 악기연주, 기수련, 무예무술, 스포츠 활동, 동물사육 등 이루 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이들 활동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도 있지만 많은 경우 취미활동의 대상이 된다. 비교적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익히며 나름대로 대가(大家)를 형성해 가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모든 사람들은 각기 다른 취미가 있다.' '취미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영국 격언이다. 그만큼 취미는 다양(多樣)하고 다기(多技)하다는 이야기이다.

"취미는 그 사람의 사상과 교양과 성품의 표현이기도 하다"

"사람의 취미는 그 얼굴이 다르듯이 천차만별이니 내 취미로 남의 취미를 다루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취미는 그 사람의 사상과 교양과 성품의 표현이기도 하다."

<세심록>(細心錄)의 한 구절이지만 취미는 자기 나름대로 취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취미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이다.

"나는 일생동안 수없이 나의 취미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어하는 양식을 작성해 왔다. 그때마다 언제나 독서라고 쓰고 싶었지만 독서는 취미가 아니다. 만일 책을 수집한다면 그것은 취미다. 그러나 실지로 책을 읽는 것은 취미가 아니다. 만일 나비가 뜰을 나는 모습을 관찰한다면 그것은 취미가 아니다. 그러나 나비를 잡고 그 심장에다 핀을 꽂아 판에 박으면 그것은 취미다."

R.존이 <워싱턴 포스트>에 실은 자신의 기명 칼럼 중 한 대목이다.

그렇다면 취미활동을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또한 개인별로 각기 다를 것이다. A.세니에는 <이성에 대하여>라는 수필에서 "취미는 섬세한 양식(良識)이다"고 했다.

그 활동을 통해 마음과 몸의 여유를 되찾고, 나아가 같은 취미동호인끼리의 친목도모 등을 위한 목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스스로 자신이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취미에 대해서는 각자가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볼테르는 <역사적 비판적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취미활동이 어디까지나 자신을 위하고, 자신이 그 행위의 주인이 되어야 하지만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격'으로 발을 들여놓다 보면 금방 식상하거나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아니면 더 좋은 사람이 갖는 취미를 금방 따라가는 경우도 있다.

취미생활은 그야말로 은은해야 좋다

"청년은 뜨거운 피로 말미암아 그 취미를 바꾸고, 노인은 습관으로 말미암아 그 취미를 계속한다."

F. 라 로슈코프가 <도덕적 반성>에서 지적한 말이다.

취미생활은 그야말로 은은해야 좋다. 여러 가지를 정해 이것저것 해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와 흥미가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오랫동안 한 가지 취미활동으로 길을 열어가는 것도 꽤 유익하고 흥미 있는 일이다.

그 자체가 취미가 되기도 하고. 취미생활을 하다 보면 그 자체가 경제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우표나 옛 동전 모으기, 서화수집, 골동수집 등 수집취미는 취미 그 이상의 어떤 묘미가 있다.

집 팔고 논 팔아 취미활동을 할 정도로 마니아(mania)가 되기도 한다. 물론 운이 좋아 큰돈을 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돈이 개입되면 그것은 취미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직장생활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없듯이.

그래서 유대인 속담에는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 단 좋은 취미 이외는" 말이 있는 모양이다.

"취미생활은 활동의 능률에만 관계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취미생활을 영위함으로써 고상한 인격을 함양하게 되며 생의 의의와 인간의 가치까지도 깨닫게 된다. 취미생활이란 대개자연과 접근하는 것이다. 자연물을 상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과 융화하게 된다."

이희승(李熙昇) 박사의 '취미' 수상록의 한 대목이다.

그는 이어 "꽃 한 포기를 가꾸거나 새 한 마리를 기르는 동안에 대우주의 법칙을 깨달을 수 있고, 그림 한 폭을 감상하고 거문고 줄 한 가닥을 어루만지는 사이에 옛 사람의 신운(神韻)이나 심금(心琴)에 부딪칠 수 있는 것이다"고 덧붙이고 있다.

취미생활과 그 활동이 반드시 고상할 필요는 없다. 자기 자신을 옭아맬 정도로 스트레스를 주거나 방탕하고 도덕적 타락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취미활동이 아니다.

우선은 자기만족이 전제가 돼야 하고, 다음은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 너무 돈이 많이 든다거나, 동호인들과의 생활수준의 차이가 너무 크다든가 하는 경우는 피하는 것이 좋다. 도덕적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행위를 취미로 한다면 그 사람은 정상적이라 할 수 없다.

기벽(奇癖)이나 기행(奇行)을 일삼는 사람이 있지만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독창성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나름대로 연구나 개발, 발견을 취미로 한다면 그것은 차원이 달라진다.

오랫동안 생활을 즐기는 방법... 억지로라도 시간을 만들어라!

나는 취미에 관한 한 별로 할 말이 없다. 젊었을 때는 일과 사람 만나는 일로 지샜고, 매주말이면 필드에 나가 골프를 즐기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고 취미였다, 그 흔한 영화관이나 뮤지컬, 음악회, 전시회, 연극공연장을 찾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로 회사와 일 중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집사람마저도 무덤덤한 사람이 돼버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집안의 분위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뒤늦게 깨닫긴 했지만 정말 좋은 취미생활은 가족과 함께, 적어도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일 것이다.

억지로라도 시간을 만들어라, 아무리 일이 바쁘고 태산같이 밀려있더라도 휴식을 하고, 또 취미생활을 즐길 시간은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일이 마무리된 다음에 나중에 하겠다는 말은 피해야 한다. 바쁠수록 시간을 쪼개어 쉬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길게, 오랫동안 생활을 즐기는 방법이다. 산 아래에서 마을을 보면 좁게 보이지만, 산꼭대기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멀리, 넓게 볼 수 있다.

오늘 당장 시작하라.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거나, 정말 한번 해보고 싶었던 취미생활에 발을 담겨라. 생활이 달라지고, 집안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취미생활을 뒤로 미루는 것을 취미로 삼아서는 결코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아들과 딸, 그리고 직장 후배들에게 주는 삶의 메시지입니다.


태그:#취미활동, #취미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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