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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프팅을 하는 영강천의 아름다운 모습
ⓒ 임재만
여름인 요즈음 인기 있는 레포츠 중 하나가 래프팅이다. 래프팅은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즐길 수가 있는데 특히 강원도 동강이 가장 대표적인 래프팅 장소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래프팅을 하기 위해 동강을 찾아간다.

이번 여름에는 동강이 아닌 문경의 영강천에서 래프팅을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문경에서 래프팅 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문경에서도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조차도 모를 정도로 아직 문경에서의 래프팅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문경읍에서 가은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시퍼런 물이 흐르는 하천이 보인다. 이곳을 따라 옛길로 5분여를 달리면 레일 바이크로 유명한 진남역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레일 바이크를 즐기러 온 사람들과 하천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댄다. 이곳에는 현재 유일하게 래프팅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래프팅 사무실 앞에 차를 주차하고 이곳에서 운행하는 트럭에 보트를 싣고 래프팅이 시작되는 목적지까지 가는데 차로 20여분 정도 걸린다.

이번 래프팅은 우리가족 4명과 대구에서 온 아가씨 3명이 함께 하게 되었다. 출발하기 전에 간단한 주의 사항과 래프팅에 관한 사전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맡은 사람은 20대의 젊은 청년이었는데 검게 탄 얼굴에는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이 젊은이는 외국인 같이 생겼는데 한국말을 너무 유창하게 잘한다. 알고 보니 필리핀의 교환학생이었다. 그 젊은이는 교육을 하면서 자주 교육내용을 확인하곤 하였는데, 아내가 긴장이 되는지 목소리가 시원치 않다고 자주 지적을 받는다.

아내는 예전에 화양계곡에서 물놀이하다 사고를 당할 뻔하였는데, 그 후로 물가에서 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래프팅을 하고 싶다고 조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것 같다. 한참 교육을 받고는 트럭을 타고 래프팅 출발지인 구항리로 가는데 아내의 표정을 보니까 걱정이 되는지 몹시 긴장한 표정이다. 여러 가지 걱정에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가는 모양이다.

▲ 물에서 래프팅에 관한 교육을 받고 있는 모습
ⓒ 임재만
곧 출발 장소인 구항리에 도착하였다. 아주 맑은 물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는데 주변의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다음에 이곳에서 꼭 야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잠시 후 보트를 물가에 옮기고 난 후, 간단한 체조를 하는가 싶더니 바로 물장난이 시작되었다. 아내는 너무 당황하여 고개를 숙인 채 꼼짝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제발 조용히 가 달라고 사공에게 간청을 한다.

▲ 래프팅을 시작하지전 파이팅을 하는 모습
ⓒ 임재만
모두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들어가 뒤로 누워 수영하는 연습을 하는데, 겁을 먹은 아내는 중심이 잡히지 않고 갸우뚱거리며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질러댄다. 간단한 수영연습을 한 뒤에 모두 보트에 올라 드디어 래프팅이 시작되었다.

발 한 쪽을 보트 바닥에 있는 고리에 끼운 뒤 구령에 맞추어 노를 젓기 시작했다. 하나-둘 셋-넷 박자를 맞추어 가며 노를 저어 가는데 팀원이 거의 여자 인지라 배의 움직임이 시원치 않다.

사공은 팀원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배의 방향을 돌리며 소리를 질러 댄다. 하나 둘-셋 넷, 문경-세재, 장터-국밥, 처녀-총각… 다양한 구호로 박자를 맞추어 가며 신나게 노를 저어 나갔다. 모두 열심히 노를 젓는데도 배가 자주 바위에 걸려 사공이 애를 먹는다. 이제 작은 협곡을 지나 제법 물이 많은 넓은 곳에 이르자 하천의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바위에 백로가 멋진 자세로 앉아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아주 가까이 갔는데도 날아가지 않고 우리 일행을 바라만 보고 있다.

사공은 또 너스레를 떤다.

"저것이 나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저렇게 항상 요염한 자세로 나를 유혹한단 말야, 쟤를 좀 꼬여 가지고 같이 좀 다녀 볼까",
"그럼 대박이죠."

▲ 영강천 주변에 있는 고모산성의 모습
ⓒ 임재만
그 순간 사공은 모자를 갑자기 벗더니만 멋지게 뱃머리로 몸을 날려 다이빙을 한다. 그리고는 팀원을 하나씩 물속에 집어넣는다. 모두 놀라 야단법석이다. 모두가 물에 안 빠지려고 애를 쓰다가 결국 풍덩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겁이 많은 아내는 운 좋게도 백로와 같이 보트에 우아한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물속에서 놀다 다시 보트에 올라 주변을 바라보니 백로가 저 앞에서 이리저리 날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로는 줄곧 우리를 따라다니며 함께 래프팅을 즐기는 거 같았다.

다시 다리 밑을 지나자 급류가 보인다. 사공은 장단 있는 입담으로 겁을 준다.

"여기 급류는 위험하니까 패들(노)을 꼭 잡고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합니다."
"하나-둘-셋- 넷, 참-새-짹-짹, 하늘-천-따-지…."

모두 열심히 노를 저었는지 이마에 땀이 송송 배어 있다. 아내는 땀을 흘리며 손에 물집이 잡힌 듯 손이 저리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즐거운 표정으로 사공의 구령에 따라 신나게 구호를 외친다.

문경의 래프팅은 비가 오지 않으면 수량이 적어서 래프팅 구간이 1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오늘은 비가 온 후라서 1시간 30분 이상의 즐거운 래프팅을 하게 되었다. 하천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과 적당한 파도, 간간이 만나는 급류는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선물하기에 충분하다.

아내도 처음의 겁먹은 얼굴에서 이제는 편안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처음 생각처럼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래프팅을 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니 이곳의 풍경은 산이 높고 푸르러 그림같이 아름답다. 더구나 이 아름다운 계곡에서 백로가 우아하게 이리저리 날며 우리 일행과 함께하니 신선놀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영강천 주변에 있는 소나무 숲이 아름답다
ⓒ 임재만
래프팅을 하는 주변에는 사격장과 연개소문 촬영지 그리고 레일 바이크 등을 할 수 있는 곳이 10분 거리 내에 있어 다양한 레포츠를 직접 체험하며 즐거운 휴가를 보낼 수 있다. 강원도 동강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물이 더 맑고 주변경치가 아주 빼어나 가족들과 래프팅하기엔 더 없이 좋은 곳이라 생각된다.

#문경#영강천#래프팅#레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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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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