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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벼가 익어가는 들녘 너머로 계양산이 보인다.
ⓒ 이장연
오랜만에 실컷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지난 주말처럼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징메이고개를 넘어 계양도서관에 갈 생각이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제 24일 자정이 되서야 집에 돌아왔고,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온갖 개발을 일삼는 인천시의 계양산 롯데골프장 개발에 항의하는 인천시민위원회의 기자회견을 취재하고, 일터로 늦게 출근해서는 사진과 동영상을 편집해 여러 블로그에 올리고 <오마이뉴스> 등에 기사 송고하는 통에 그랬습니다.

▲ 고추를 말리는 풍경이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다.
ⓒ 이장연
처서가 지났지만 계속되는 된더위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밤새 땀에 젖은 잠자리를 햇볕에 널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옥상에서는 멀리 군부대 안테나 탑이 솟은 짙은 녹색의 계양산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옥상에는 부모님께서 밭에서 따온 붉은 고추가 널려 있더군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성큼 가을이 찾아온 듯싶었습니다. 불볕더위로 여름이 가을에게 계절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있지만.

한 해 동안 논밭일로 고생하신 어머니께서 가위로 손수 손질한 고추를 들여다보고 내려와서는, 어머니께서 차려주신 점심을 먹었습니다. 고구마 줄기를 볶아주셨고, 밭에서 따온 호박으로 구수한 된장찌개도 끓여주셨습니다. 점심을 먹고 방으로 돌아와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인천 남동구경찰서로 연행되었다 풀려난 인천녹색연합 보름님에게 문자를 넣었습니다.

어제 밤까지 풀려나지 못한 인천녹색연합 식구들이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문자를 보내고 한참 있다, 보름님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자신도 오늘 경찰서에서 추가조사를 받았고 어제 경찰서에 연행된 분들은 아직 풀려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검찰로 넘겨 구속심사까지 한다고 했는데 일이 잘 풀리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 골프장 개발을 위해 불법으로 숲을 파헤쳤었다.
ⓒ 이장연
그 소식에 한참을 멍하니 힘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인천시민들이 피땀 흘려가며 계양산을 지켜왔는데, 눈앞의 현실은 참으로 가혹하고 암담했기 때문입니다. '죽음의 무덤'을 파고 있는 인천시와 재벌기업으로부터 계양산의 생명과 평화를 지켜온 지 1년 반이 지나 다시 가을이 찾아왔지만, 계양산에겐 이번 가을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제 골프장 개발이 중앙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면, 계양산은 순식간에 포클레인의 삽날에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착잡한 마음을 추스려 다시 계양산에 골프장이 없는 가을이 찾아오게 해야 한다는 오기가 끓어오릅니다. 인천시민 80%가 반대하는 계양산 롯데골프장을 사리사욕에 눈먼 그들에게 빼앗길 수 없다는 다짐과 함께.

덧붙이는 글 | 9월 13일에는 계양산 살리기 일일주점이 열릴 예정입니다.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계양산#인천녹색연합#롯데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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