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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눈송이들이

까닭 모르게

제 주위를 빙빙 돌자

참나무는 생각했다

시방 얘네들이

나랑 강강술래라도 하자는 것인가

손을 내밀어 줄까 말까

한참 망설이는 사이

눈송이들이 하나 둘

그의 발아래께에 와서 잠들기 시작했다

음 인제 보니

어디를 그리 헤매고 다녔는지

꽤 고단한 모양이군

참나무는

쓰러지려는 눈송이들에

얼른 제 팔을 내밀어 팔베개를 해주었다

 

사람들은 모른다

눈 내리는 날

세상이 그토록 평화로운 건

산에 사는 나무들이

눈송이들에

기꺼이 제 팔을 내어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눈 #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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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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