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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호를 위한 '전파 차단'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보건복지가족부의 업무보고를 받았던 계동 현대사옥(서울 종로구) 주변 지역에서 휴대폰 불통사태가 터지면서 시작되었다. 

청와대측은 "전파 차단은 업무보고 회의실에서 30m 지역으로 국한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 휴대폰 사용자들은 "업무보고 장소로부터 800m 떨어진 곳에서도 휴대폰이 2시간 넘도록 터지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용자 "비상전화도 안돼"... 청와대측 "4개동 통화제한은 기술적으로 불가능"

 25일 보건복지가족부 업무보고를 받는 이명박 대통령.
 25일 보건복지가족부 업무보고를 받는 이명박 대통령.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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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J씨는 25일 오후 1시 40분께 휴대폰으로 멕시코측 한국인 파트너와 국제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10여분 지나자 갑자기 통화가 차단됐다. 이후 자신의 휴대폰으로 다시 시도를 통화했지만 "비상전화만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메시지가만 떴다. 하지만 112나 119 등 비상전화조차 안됐다.

이에 이동통신사는 J씨에게 이렇게 해명했다.

"오늘 계동 현대사옥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업무보고가 있어서 청와대 경호처에서 '불협파'를 송신해서 휴대폰 통화가 안 됐을 것이다."

'불협파 송신'이란 전파의 흐름을 간섭하는 것을 말한다. 즉 청와대 경호처가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불협파'를 쏴 일시적으로 전파를 교란하거나 차단했다는 얘기다.

J씨는 "대통령 때문이라면 30분 정도 통화 안 되는 거야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나처럼 휴대폰이 신용와 직결되는 사업가에게 2시간 30분이 넘도록 휴대폰이 안된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공식브리핑에서 "(업무보고) 행사장 인근 4개동에 걸쳐 휴대폰이 불통되었다는 내용은 장비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부족한 과장보도였다"고 지적했다.

"우선 전파차단이 이뤄지는 지역은 업무보고 회의실에서 반경 30m 지역으로 국한된다. 이는 회의실이 있는 층의 일부 지역에서는 통화가 이뤄지기도 했다. 다만 회의실이 있는 층의 위 아래에서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동통신사에 항의가 빗발쳤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업체에 확인한 결과 행사 시간대에 휴대폰 통화문제로 문의가 온 것은 6건이었다. 이들은 모두 (계동) 현대사옥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 행사시 경호처에서 통화제한 범위를 최소화하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휴대용 기지로 4개동에 걸쳐 통화가 제한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경호처의 한 관계자도 "업무보고 장소 주변 사무실까지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터진 공간의 경우 50m까지 통화가 안될 수 있지만 사무실 내에서는 10∼20m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800m 떨어진 곳에서도 통화 안돼"... "800m까지 전파 차단하는 것 불가능"

 지난달 25일 대통령 취임식 행사를 마친 이명박 대통령을 경호하는 직원들.
 지난달 25일 대통령 취임식 행사를 마친 이명박 대통령을 경호하는 직원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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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서 언급된 J씨는 "내 사무실은 계동 현대사옥 건물에서 800m 정도 떨어진 감사원 근처에 있다"며 "거기에서도 13시 52분부터 16시 29분까지 2시간 37분간 통화가 안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동통신사 직원의 얘기에 따르면 (청와대 경호처가) 안국역 근처의 기지국에서 전파교란을 시켜서 주변의 계동·관훈동·낙원동·인사동 등에서는 통화가 안됐다고 한다"며 "그걸 감안하면 계동·익선동·원서동·관철동 등에서도 통화가 안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원거리 전파 차단은 불가능하다'는 청와대의 해명과 관련 "청와대 경호처 사람들이 자신들이 다루는 기기들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청와대 경호처의 한 관계자는 "전파차단은 이동통신사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데 우리가 운용하는 휴대기계는 한계가 있다"며 "어떤 장비를 이용해도 800m까지 전파를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행사의 경우 장소와 시간 자체를 노출시킬 수 없기 때문에 이동통신사에 사전에 연락하지 않는다"며 "무선비행기나 무선폭탄이 설치될 수 있기 때문에 전파차단 조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동통신사들은 "청와대 경호처에서 불협파를 쏴서 통화 제공이 안 되도록 조치한 것"이라며 "통화가 안되는 거리가 몇m인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통화가 안 됐는지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휴대폰 통화 차단#청와대 경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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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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