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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최근 불거진 '심대평 총리설'에 대해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이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이런 뜻을 전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반면, 총리설로 몸값이 오른 심대평 대표는 "제의가 오면 당보다는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해 판단하겠다"고 말해, 이 총재와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이회창 "후임 총리, 한 정파·세력 상징해선 안돼"... '심대평 총리' 반대?

 

이 총재는 17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지난 15일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때 자신의 발언을 소개하며 "후임 총리는 어느 한 정파나 세력을 상징하는 분이 아닌 전 국민을 아우르는 인사를 기용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에게도 인물의 능력이나 인품을 떠나 이번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같은 당의 심대평 대표를 후임 총리로 기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뜻을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지금 정부의 위기는 보수가 결집하지 못하거나 세가 약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점도 대통령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과의 '보수연합'을 위해 '심대평 총리카드'를 쓸 필요는 없다는 점을 이 대통령에게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심 대표를 총리로 기용할 경우, 여야로 갈린 보수진영을 통합하려는 의도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엿새 전엔 "야당인사 기용해야"... "사실상 민주당·호남출신 말한 것"

 

이 총재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에게 총리로 야당 인사의 기용을 강하게 건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선진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 총재의 '야당인사 기용' 주장은 사실상 민주당 또는 호남출신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소외감을 느끼는 지역이 호남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 그는 "후임 총리는 지역과 정파, 계층을 아우르는 통합 인사를 해야한다는 것이 총재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심대평 총리설'과 관련해서는 당내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강하다. 선진당의 한 의원은 "평시면 몰라도 지금은 비상상황 아니냐"며 "경제불황에 대통령 지지율까지 바닥인데 이 시기에 우리 당 사람이 총리를 맡았다가는 '동반책임'을 지게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지금은 보수야당으로서 정권에 요구도 하고 지적도 하면서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심 대표가 총리로 가면 우리까지 발목을 잡혀 제 역할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정권 초기에 이어 이번에도 공식 제안 없이 설만 나도는 상황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궁지에 몰린 이 대통령 측이 '국면 전환용'으로 총리설을 또다시 흘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선진당의 한 당직자는 "저쪽(청와대)에서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우리를 이용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우리로서는 '바보' 되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반면, 총리설로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심대평 대표는 총리직에 뚜렷한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자신이 최근 이 대통령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총리직 제의를 받았다는 보도는 부인했다.

 

<연합뉴스>는 전날(16일) "심 대표가 총리직 제안을 받은 것은 지난해 대선 전, 올해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올해 1월에는 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제안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측근을 통해 뜻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한 선진당 핵심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심 대표 "당보다는 국가를 우선해 판단할 것"

 

심 대표는 전날 기자간담회와 이날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제의설을 부인했다.

 

심 대표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총리직을) 제안 받은 바 없다. 제가 직접 제안 받은 것도 없고 이회창 총재께서도 제안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 시절 이 대통령이 총리직을 제안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총리 제안을 후보가 제안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심 대표는 총리직을 제안받는다면 당 보다는 국가를 우선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거부할 의사는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심 대표는 '총리직 제안이 오면 국가와 국민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서 결정하고 당의 의견은 그 다음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이 총재의 의중과 관련해서도 "그 분(이 총재)도 국가가 우선"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정리하시진 않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당내에 반대 기류가 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누가 부정적인 것이냐, 아직 부정도 긍정도 할 단계가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다.


#심대평총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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