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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에 물 들이는 풍습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봉숭아.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꽃이다.
 손톱에 물 들이는 풍습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봉숭아.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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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아가 활짝 피었다. 봉숭아는 봉선화과에 속하는 1년생 초본식물이다. 인도, 말레이시아, 중국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언제 들어왔는지 정확하지 않다. 다만 오래 전에 토착화된 대표적인 귀화식물이다.

일제강점기 때 우리 민족이 망국의 한을 달래기 위해 노랫말에 도입한 꽃이기도 하다. 봉숭아라고도 하고, 봉선화(鳳仙花)라고도 불린다. 꽃의 형상이 봉(鳳)의 모양과 흡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7∼8월에 붉고 하얗게 여러 가지 색깔로 꽃을 피운다.

요즘 봉숭아를 이용해 손톱과 발톱에 물을 들이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예부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인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이 풍습은 연례행사였다. 봉숭아꽃이 피는 여름이 되면 여인네들은 봉숭아물 들이기를 했다. 나이와 지위의 높고 낮음의 구분도 없었다.

봉숭아물 들이기는 민간신앙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붉은 색이 악귀를 물리친다는 믿음이 그것이다. 또 여름철 손톱에 들인 봉숭아물이 첫 눈이 올 때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첫사랑이 이뤄진다는 애틋한 속설도 전해진다.

오래 전 봉숭아는 맨드라미와 함께 장독대 부근에 많이 심어졌던 꽃이다. 여기서도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무르익은 봉숭아 꽃씨 터지는 소리와 닭 벼슬과 모양이 비슷한 맨드라미꽃에 놀라 장·된장 등에 해로운 지네나 각종 벌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남농업박물관은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봉숭아물 들이기 체험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우리 전통문화 체험기회를 주고 소중한 추억도 만들어 주자는 데 목적이 있다.
 전남농업박물관은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봉숭아물 들이기 체험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우리 전통문화 체험기회를 주고 소중한 추억도 만들어 주자는 데 목적이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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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다"는 이 봉숭아를 이용한 물들이기를 체험하며 옛 추억을 더듬어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전남농업박물관이 8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진행하는 '봉숭아물 들이기 체험'이 그것이다.

농업박물관은 이 기간 봉숭아물 들이기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준비해 놓고 참가자들에 무료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봉숭아꽃을 따서 여러 가지 재료와 함께 절구에 넣고 찧어 물을 들이면 된다. 이를 위해 박물관 직원들은 지난 봄부터 박물관 모정 옆 밭에 봉숭아 씨를 뿌려 가꿨다.

박물관은 또 봉숭아물 들이기를 좀 더 예쁘게 할 수 있는 방법과 그 유래에 대한 설명판을 만들어 전시한다. 봉숭아물을 예쁘게 들이기 위해선 봉숭아 잎과 꽃, 맨드라미 잎, 괭이밥풀 잎 등을 따서 백반, 소금, 숯과 함께 절구에 넣고 잘 찧어줘야 한다. 그 다음 이것을 손톱에 붙이고 헝겊이나 비닐 조각으로 싸매고 하루 정도 지나면 된다고.

봉숭아 물 들이기 재료 가운데 괭이밥풀 잎에는 수산(蓚酸) 성분이 포함돼 있어 손톱의 형질을 물렁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소금은 매염제(媒染劑)가 돼 물이 잘 들게 해준다. 백반과 숯은 착색을 도와주고, 봉숭아와 맨드라미 잎은 빛깔을 곱게 해준다.

전남농업박물관은 봉숭아물을 들이는 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다 준비해 놓고 체험객을 맞는다. 참가자들은 봉숭아꽃을 따서 절구에 넣고 찧어 물만 들이면 된다.
 전남농업박물관은 봉숭아물을 들이는 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다 준비해 놓고 체험객을 맞는다. 참가자들은 봉숭아꽃을 따서 절구에 넣고 찧어 물만 들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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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여름방학에 봉숭아물 들이기 체험행사를 마련하고 있는 전남농업박물관은 전라남도가 지난 1993년 세웠다. 점차 사라져 가는 전통 농경문화의 유산을 보존해서 우리 삶의 옛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취지가 있다.

전통 농경문화의 유산을 볼 수 있는 전시실이 있고 앞뜰과 뒤뜰은 정겨운 집들과 농사기구로 꾸며져 있다. 박물관 뜰에 들어서면 목장승, 허수아비, 솟대, 돌탑, 원두막, 물레방아, 디딜방아, 뒤주, 장독, 절구, 맷돌 등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마치 30∼40년 전 고향집처럼 정겨운 느낌을 준다.

전시실은 선사·역사시대의 농경과 봄 농사와 여름농사를 주제로 한 갖가지 도구와 유물, 그림, 모형 등을 배치해 놓은 제1전시실과 가을 농사와 겨우살이 모습, 농산제조 도구 등이 전시돼 있는 제2전시실 그리고 조상들의 손때 묻은 정겨운 민속자료 300여 점을 볼 수 있는 생활용품전시실로 나눠져 있다.

전남농업박물관은 언제 봐도 옛날 고향집처럼 정겹다. 목장승과 솟대, 돌탑, 원두막, 물레방아, 디딜방아, 뒤주, 장독, 절구, 맷돌 등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전남농업박물관은 언제 봐도 옛날 고향집처럼 정겹다. 목장승과 솟대, 돌탑, 원두막, 물레방아, 디딜방아, 뒤주, 장독, 절구, 맷돌 등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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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전남농업박물관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목포 나들목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있다. 2번국도(강진·장흥 방면)를 타고 영산호 하구둑을 건너면 바로 왼편에 자리하고 있다.

※ 문의 - 전남농업박물관 학예연구실(☎ 061-462-2796)



태그:#봉숭아물들이기, #전남농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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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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