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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매장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 시세판을 보고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매장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 시세판을 보고 있다.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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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고점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주식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어둡다. 그저 "투자 잘못해 똥 한번 밟았다" 하고 웃어넘길 일은 아닌 것 같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증권사 직원으로 주식을 주식(主食) 삼아 현장에 있던 나는, 최근 시장을 바라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하루 만에 월급쟁이 월급보다 더 벌던 시절

98년 IMF 당시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바닥이 없었다. 그러다가 구제금융 신청을 하면서 가파르게 치솟던 주식시장.

2000년 1월 4일 종합주가지수가 다시 1000포인트를 넘어서던 날, 나는 광복의 그 날처럼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 이렇게 쉬운 돈벌이가 또 어디 있는가. 눈 감고 전광판에 돌멩이 던져 걸리는 아무 종목이나 사도 하루 만에 보통 월급쟁이 월급보다 더 번다던 시절이었다.

"이 세상에 주식 없으면 무슨 재미로, 잘 살아도 주식, 못 살아도 주식, 주식이 최고야 ♬"

다들 이렇게 콧노래 부르며 적금통장 깨고, 집 담보잡혀가며, 증권사 객장으로 몰려들던 그 시절 그 현장에 나도 있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 이 세상에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처럼 영롱한 연탄은 없다. 추락하는 건 날개가 없다. 그러니까 추락하는 것이다. 떨어지다가 어느 나뭇가지에라도 걸리면 죽지는 않을 텐데 그냥 바닥에 틱 하고 떨어지면 나도 몰래 깡통차고 지하실 파게 된다.

증권사 객장에서는 "엄마 등에 업힌 애가 우는 소리가 들리면 그 때가 주식이 고점"이라는 말이 있다. 코스닥 거품과 함께 무너지기 시작한 주식시장으로 인해 나 또한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엄청난 손실을 입은 나는 "마지막"이라며 집 장만을 하려고 모아둔 돈마저 마누라 몰래 빼내 급기야는 작전(?) 종목에까지 손을 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귀신이 내 눈에 명태 껍질이라도 씌운 모양이다.

"다른 놈 같았으면 넌 벌써 죽었어"

"허참 희한하네…."
"뭐가 희한하다는 말씀이신지요?"
"자네 2000년부터 2003년 동안 돈 무지하게 갖다 버렸군."
"…"
"희한해, 희한해. 내 눈엔 지금의 네가  안 보여."
"안 보인다는 게 무슨 말씀이신지…."

2005년 증권사를 그만두고 무언가 새롭게 시작해야 했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찾아간 점집에서 오간 이야기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리 했을까마는 이런 내 마음과는 아랑곳 없이 도사(?)의 첫 마디는 심상치 않았다.

"너, 다른 놈 같았으면 벌써 죽었어. 그런데 내 앞에 떡 앉아있으니 희한하다는 거지."

당시 난 산 놈이 아니었단다. 소나무에 새끼줄을 맸어도 열 두번은 더 맸을텐데 어찌 안 죽고 내 앞에 앉아 있느냐는 말씀이다. 하긴 내가 그 당시 열 두번은 더 죽고 싶은 심정이었으니까 지금의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진짜로 귀신에 씌었는지, 증권사에서 밥술 먹고 산다는 놈이 무식하게 '묻지마' 투자와 소위 말하는 '몰빵' 매매를 서슴없이 했으니 참으로 한심하고 창피해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할 수 없었다.

이제 와서 그 때를 돌아보면 참으로 회한이 많다. 아무리 요즘 주식시장이 어렵기로소니 당시 나처럼 그리 매매하는 분들은 없으리라.

최근 주가가 떨어지면서 매매 시점을 놓친 일반 투자자들이 많은 것 같다. 수익률이 10% 이상 하락하면 내 경험상 대다수 개미 투자자들은 손을 놓게 된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가 마이너스 10%가 20%·30%까지 되면 공황 상태가 된다. 이럴 때 증권사 직원 붙들고 물어봐도 누구 하나 속시원히 대답해 주는 사람 없다. 모든 것은 내 탓이 된다.

'최근의 주가하락은 경기침체, 실적 하향조정 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악화된 개인투자자의 매물 때문인 것으로 판단됨. 아울러 개인투자자들의 과잉반응에 기관투자가의 손절매 물량이 가세하면서 국내증시가 추가 하락하였음.'

이런 시황분석을 듣고 있을라치면 더 열받는다. 머리에서 스팀 올라온다. 그렇게 잘 알면 진작 알려주지…. 그러다가도 '언젠가는 올라 가겠지'하고 면벽하고 도 닦는 심정으로 앉아 있어 본다. 하지만 올라오던 스팀이 쉽게 식지 않는다.

내가 만일 다시 주식을 한다면?

지금의 나는 주식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행복하다? 아니다. 강 건너 불 구경? 더더욱 아니다. 그래도 한때 나도 주식시장에 발 담그던 사람 아니던가. 돌아서 눈 감으면 잊을 것 같아도 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만일 다시 주식을 한다면 어떻게 할까? 주식에 왕도는 없다. 기술 분석, 차트 분석 등 이론 공부도 다시 하겠지만, 우선 이것 하나만은 꼭 지킬 것이다. '막연하게 좋을 것이다, 그 종목 간다더라, 어느 세력이 붙었다더라'는 이야기에 부화뇌동하지 않을 것이다.

냉장고 하나 살 때도 백화점서부터 할인매장까지 다 돌아다닌다. 매장 아가씨가 눈총을 주든 말든 쾅쾅 소리나게 문짝 열었다 닫아본다. '싸네, 비싸네' 흥정을 하다가도 정작 사기는 다른 곳에 가서 사기도 한다.

그런데 주식을 살 때는?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대다수 초보자나 일반 개미들은 그냥, 얼떨결에 가격 불문하고 사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남이 좋다니까, 가는 종목이라니까…. 세력이 붙어 잉걸 같은 종목이라니까 친구따라 거름 지고 장에 가서도 사는 경우를 많이 봤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주식 투자할 때 '부화뇌동'하지 말자. 정석이 최고다.


#얼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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