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서울에서 자출(자전거타기)은 매력적이거나 위험하거나~
ⓒ 이장연

관련영상보기


짧은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 밤을 서강대 도서관 한편에서 지샜습니다. 밤새 모기와 더위(열대야?)에 시달리는 바람에, 편히 잠을 자지 못했고 일찍 일어나 짐을 꾸렸습니다. 어둠이 아직 남아 있는 낯설고 고요한 교정을 빠져나와 한강을 따라 김포로 나아가기 위해 마포대교로 향했습니다. 우선 다리를 건너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고수부지의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참이었습니다.

서강대에서 자전거 여행 마지막 밤을 보냈다.
 서강대에서 자전거 여행 마지막 밤을 보냈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공덕역으로 뻗은 길은 이른 아침이라 한산했습니다. 간간이 아침 운동을 나온 인근 주민도 보였고,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는 여인도, 폐지가 한가득 실린 무거운 짐수레를 끌고 나아가는 노파도 보였습니다. 공덕사거리에 이르러서는 화들짝 놀라게 아침을 깨운 포클레인과 덤프트럭이 나대는 공사현장과 인근의 아파트 건설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넜습니다.

그 길에서 파란불 신호를 보지 못했는지 택시 한 대가 우회전을 하며 치고 들어오더군요. 정말 아찔했습니다. 택시와 부딪치지 않게 자전거 핸들을 '휙' 돌렸기 망정이지 큰일날 뻔 했습니다. 이번 자전거 여행 중 가장 염려스러웠던 교통사고를 여행 마지막날 당할 뻔했습니다.

어둠이 남아있는 낯선 교정
 어둠이 남아있는 낯선 교정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아무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부산스런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나가다보니, 나도 모르게 효창공원역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공덕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마포역을 지나 마포대교로 가야 하는데 그만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이었습니다. 자전거는 재개발이 한창인 언덕 꼭대기에 올라 있어, 그냥 되돌아가기가 뭐해서 내리막길을 내달렸습니다. 언덕에서는 아침 해가 떠오르는 마포 일대를 둘러볼 수도 있었습니다.

원효로2가에서 우회전해 강변북로를 따라가다 한강변으로 내려가는 육교에 접어들었다가 다시 되돌아 나왔습니다. 산책 나온 한 부부를 따라가다 그 길에 들어섰는데, 한강을 건너는 길이 아니라 한강고수부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었습니다. 그 길에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이들도 눈에 띄였습니다. 자출족인지 아침운동(쫄쫄이 복장을 한 것을 보니...)을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강변북로를 따라 마포쪽으로 내려와 어렵사리 마포대교에 올라섰습니다. 괜히 마포 일대를 한바퀴 돌고 나오니, 어느새 차도에는 차량들로 가득했습니다. 아침 출근길을 나선 차량들은 어디론가 정신없이 쏜살같이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차량행렬을 피해 공사중인 마포대교를 힘겹게 건넜습니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무사히 도착했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무사히 도착했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공사판이 벌어진 다리에는 자전거를 이용해 다리를 건너는 이보다 걸어서 오가는 이들이 더 눈에 띄였고,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엇습니다. 걸어서 다리를 건너는 이는 여의도로 출근하는 이처럼 보였습니다(운동복 차림은 아니었다는...).

등짐을 짊어맨 낯선 자전거 여행자를 가로막은 전경과 전경버스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 빠져나와 파란 하늘과 맞닿은 한강과 밤섬을 뒤로 하고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무사히 이르렀습니다. 다리에서 내려와 공원 벤치에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몸통을 이리저리 돌리다보니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역시 서울은 살 곳이 못 된다. 자전거 타기도 이렇게 어려우니...'
'서울에서 자전거 타려면 순간순간 목숨을 내놓고 타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강이 있어 서울은 그나마 사람들이 살 수 있다.
 한강이 있어 서울은 그나마 사람들이 살 수 있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무작정 자출을 권하기보다 자전거를 위한 교통체계 개선부터

요즘 자출족(자전거로 출근하기)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대부분 건강이나 운동, 에너지 절약, 교통체증 해소 등의 이유로 자출을 권장하고 미화하는 듯합니다. 자출에는 이런저런 자전거(대부분 고가다. 어떤 것은 중고차 한대 값...)가 좋다는 둥의 자전거 홍보를 위한 언론기사들도 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자전거 여행 막바지에 실제로 자전거(그냥 일반 접이식 자전거)를 타고 서울 시내를 내달리고 한강까지 건너보니 자출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님을 절감했습니다. 차량 소통이 적은 한적한 새벽길이나 한강변의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이상 그리 여유롭지도 않고 신경쓸 게 참 많았습니다.

마포대교
 마포대교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무엇보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교통흐름을 따라 자전거 주행을 해야 하니 원치 않아도 적잖이 심각하고 돌발적인 위험에 노출됩니다. 시내에서도 자전거도로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고, 자전거도로와 인도가 분리되지 않아 횡단보도에서 골목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러다보니 자출족이나 자전거 이용자들은 자동차들과 경주나 곡예비행을 하듯 차도를 내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전거가 차로 분류되어 차도의 오른쪽 끝으로 오갈 수 있다고는 하나 위험천만입니다. 아무리 헬멧(참고로 저는 헬멧이 없습니다)을 써도 말입니다.

다시 말해 서울에서 일반도로를 이용해 자출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숙달된 자전거 조종능력과 교통흐름을 읽을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고 무턱대고 나섰다가는 고생길이 뻔합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심에서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쉽게 권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이번 짧은 자전거 여행 중 서울 시내를 자전거로 휘젖고 다니면서 깨달은 교훈 중 하나입니다.

한강변의 자전거도로가 있어 자출이 가능하다.
 한강변의 자전거도로가 있어 자출이 가능하다.
ⓒ 이장연

관련사진보기


그렇다고 그냥 얌전히 안전하게 자가용을 이용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정말 자출족과 자전거 이용문화를 확산시키려 한다면, 자전거를 고려한 교통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교통체증이나 석유소비에 따른 에너지문제, 도로건설과 유지보수의 문제 그리고 차량 이용 감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되면 누구나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시장에 장을 보러다니고 학교를 오가고 안전하게 여행도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자전거를 이용한 출퇴근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생활화하는 길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일본이나 유럽처럼 말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 지난 7월 일터를 그만둔 뒤에는 차를 한번도 타지 않았습니다. 산고개를 넘어 오갈 때도 자전거가 발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태그:#자전거여행, #자전거, #자출족, #서울, #마포대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