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피(프리미엄·웃돈)가 안 붙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죠?"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갈월동의 '용산 신계 e-편한세상'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을 둘러보던 한 50대 여성이 기자에게 말을 걸어왔다. 기자를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 업주로 안 모양이었다.

 

"앞서 만난 떴다방 업주들이 '얼마 붙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그에게 전하자 "사고 싶은데, 불안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떴다방 업주들은 "지금 상황은 안 좋지만, 분명히 오른다"며 "돈 벌려면 지금 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밤 발표된 1순위 청약 접수 경쟁률은 1.52대 1을 기록했다. 일반분양 241세대 모집에 368명이 청약했다. 2004년 청약경쟁률 최고 698대 1을 기록한 용산 시티파크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현재 침체된 아파트 분양 시장에 비춰보면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세대를 모집한 186㎡(56평)에 단 7명이 청약하는 등 대형평수는 미달됐지만, 7.6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82㎡(24평) 등 소형 평수에 청약자들이 몰렸다. 10월 분양된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가 86∼87㎡ 1순위에서 0.75대 1의 경쟁률을 보인 것과 비교된다.

 

대림산업은 "종합부동산세 완화, 11·3대책으로 인한 각종 규제 완화 등으로 효과를 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날 견본주택 휴게실을 채운 '떴다방' 업주들의 모습에서 청약에 투기 수요가 있었음을 예상케했다. 실제 대림산업 관계자도 "상담 결과, 실수요자 60%, 투자자가 40%"라고 밝혔다.

 

강남 뒤쫓는 용산... "금융위기만 아니었어도 분양열기 대단했을 것"

 

대림산업이 서울 용산구 신계동에 분양하는 'e-편한세상'은 지상 14~25층 아파트 13개동 867세대로 이뤄졌다. 이중 241세대가 일반분양(특별분양 21세대 제외) 물량이고, 나머지는 조합원 물량이다. 81㎡부터 186㎡까지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분양가격의 경우, 81㎡는 5억 5100만원, 186㎡은 14억 600만원이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2200만원. 대형의 경우, 2500만원까지 치솟는다. 이에 대해 박노성 분양상담 차장은 "2007년 6월 입주한 인근 아파트는 2500~2700만원"이라며 "비싼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미 서울 용산구의 가구당 평균 아파트값(9억 8782만원)은 강남구(11억 1467만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비싸다. 이는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전국 612만가구의 아파트값을 조사한 결과로, 지난해 1월 이후 각종 개발 호재로 급격히 상승한 용산구 아파트값은 강남3구의 서초구, 송파구를 넘어선 터다.  

 

그는 "용산국제업무단지, 용산민족공원, 한강르네상스 등 개발 호재가 많아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우리 아파트도 글로벌 금융위기만 아니었으면 분양 열기가 대단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차장은 11·3 대책에 따른 규제 완화로 분양이 잘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2009년 3월부터 3개월 동안 중도금(분양가의 60%)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자후불제에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60%로 완화됐고, 분양권 전매 제한이 완화돼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도 이를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견본주택 곳곳에서는 '종부세 세대별 합산부과 위헌', '서울·수도권 분양권 전매제한 주목' 등 기사가 배치됐다. 분양상담 코너 뒤편에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 효과 등을 설명하는 광고판이 내걸렸다. 

 

마지막으로 박 차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집값은 오르기 마련"이라며 "향후 전망을 봤을 때, 투자할 만하다"고 전했다.

 

실수요자 "분양가 비싸다" - 투자자 "불안하긴 한데..."

 

하지만 이날 만난 실수요자들은 박 차장과는 다른 생각을 내보였다. 그들은 대체로 "분양가는 비싸고, 앞으로 집값이 오르긴 힘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미진(가명·59)씨는 "인근 9억원짜리 주상복합아파트에서 살고 있는데, 일반 아파트 34평으로 이사할 생각이어서 이곳에 나왔다"면서 "분양가가 (3.3㎡당) 최대 2500만원인 건 너무 비싸다. 경기가 안 좋으니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아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60대 여성은 "(3.3㎡당) 2500만원에 용산에 살 거라면 차라리 조금 돈을 주더라도 잠실 재건축 아파트 급매물을 사는 게 훨씬 좋다"며 "나중에 개발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면 지금 당장은 별로"라고 전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최미자(가명·58)씨는 서울 양천구 목동,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집에 전세를 들이고, 현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살고 있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그는 견본주택을 둘러본 끝에 청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피가 많아야 1000만원 붙을 것 같다. 분양가가 세고,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분양권을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을 게다. 분양 시점의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현진(가명·39)씨는 "분양가가 좀 비싼 것 같지만, 앞으로 크게 오를 것 같다"며 "종부세 과세 기준 가격이 올라가고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니 얼마나 좋으냐"고 밝혔다.

 

용산 'e-편한세상'의 앞날은?

 

견본주택 3층 휴게실에는 많은 이들이 둘러 앉아 분양가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견본주택을 둘러보는 사람들과는 달리 자리를 뜰 생각이 없어 보였다. '떴다방' 업주들이었다. 견본 주택 앞 줄지어 늘어선 천막도 이들의 것이었다.

 

'떴다방' 업자 중 한 명에게 "피가 어느 정도냐?"고 묻자 그는 "많아야 500만원 정도"라며 "금융위기 전이라면 1억원 가까이 되고, 특별공급 청약 끝나면 난리 나는데, 거래가 한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떴다방' 업자들에게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피가 없지 않으니 분양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 : 시장 상황이 어떤가?

A씨 : 매수자들이 있긴 한데, 발을 빼고 있다. 향후 시장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어제도 청약자 중에서 넌지시 피 500만~1000만원을 받고 팔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B씨 : 지방 분양시장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서울 올라왔는데, 별로 재미를 못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가 바닥이다. 앞으로, 분양시장은 뜨거워질 것이다.

 

C씨는 "어제 만난 한 조합원은 일반분양가가 7억 9천만원인 109㎡를 8억 4천만원에 팔라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며 "몇 달 전 9억원에서 떨어진 것이다. 앞으로 일반 분양가보다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C씨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하반기 서울 강남 분양 시장의 풍향계 역할을 했던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의 경우, 분양가보다 싼 조합원 물량이 나올 정도로 실패한 분양이 됐다. 또한 최고 224대 1의 경쟁률이 보였던 광교신도시 첫 분양 아파트인 울트라 참누리는 계약률이 70%에 그쳤다.

 

투기수요를 장착한 '용산 신계 e-편한세상'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다음달 3일이 계약일이다. 많은 이들이 그날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주요 기사]
☞ [르포-GM대우 부평공장] "한 달 휴업은 20년 만에 처음 겪는 일"
☞ 방북 강기갑 "북쪽 강경 분위기에 우리도 놀랐다"
☞ "네이버 프리미엄에 생존권 흔들린다"
☞ 심상정 "노무현이 비판한 신자유주의가 바로 한미FTA"


#분양#용산#대림산업#아파트#떴다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