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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손님이 있어서..."

 가운데 흰색 건물이 블레어 하우스
 가운데 흰색 건물이 블레어 하우스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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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하와이에서 12일간의 휴가를 즐기고 워싱턴 DC로 돌아온 오바마 가족. 취임식 5일 전인 1월 15일까지 오바마 가족이 머무르게 된 곳은 의아하게도 블레어 하우스가 아닌 헤이 아담스 호텔이었다.

1826년에 건립된 블레어 하우스는 1942년부터 미국 대통령이 국내외 귀빈을 영접하기 위한 공식 영빈관으로 이용해왔고 지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에도 이틀간 사용되었었다.

미 국무부 휘하 건물로 차기 대통령과 그 가족들이 취임식을 앞두고 사용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엔 작아 보이지만 7만 스퀘어 핏(약 1967평)의 면적에 119개의 방으로 이뤄져있으며, 국가 원수급 경호를 위한 보안 시설이 완비된 건물이다.  

통상적으로 이곳은 1월 15일부터 20일까지는 후임 대통령 가족을 위해서 예약이 되어있지만 오바마의 경우엔 두 딸의 학교가 1월 5일부터 시작하는 관계로 블레어 하우스를 4일부터 사용할 수 있는지 백악관 측에 요청한 바 있었다.

그러나 영부인 로라 부시의 비서는 이 곳이 미리 예약되어있다는 이유로 오바마 가족의 요청을 거절했다. 할 수 없이 오바마 가족은 인근 헤이 아담스 호텔로 1차 숙소를 잡은 후, 15일 다시 블레어 하우스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단지 불편함만이 문제라면, 차기 대통령의 권위가 아무리 대단하다 한들, 오바마 가족의 '특별한 요청'이 퇴짜를 맞은 게 무슨 대수일까? 얼마나 '대단한' 손님인지는 알 수 없지만 블레어 하우스에 미리 예약된 손님이 있다는데 말이다.

그 대단한 손님은 바로...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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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워싱턴 포스트>는 이 블레어 하우스의 '미스터리'를 드디어 밝혀냈다며, 그 '대단한' 손님의 정체를 알렸다. 그는 바로 전 호주 총리인 존 하워드였다.

로라 부시의 대변인인 셀리 멕도너가 밝힌 것에 따르면, 하워드 전 총리는 그의 수행원들과 함께 1월 12일 단 하룻밤을 블레어 하우스에서 묵기로 되어 있다. 13일 백악관에서 부시가 줄 '자유훈장'(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받기 위해서다. 이 날 시상식에서는 하워드 전 총리와 더불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콜롬비아의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도 자유 훈장을 수여받게 되어 있다.

이 세 명은 부시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우군이었으며, 특히 하워드 전 수상과 블레어 전 수상은 부시의 이라크 수행에 매우 중요한 동지가 되었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블레어 전 총리는 전통적으로 영국 대사관을 이용해왔기 때문에, 우리베 대통령은 다른 숙박 시설을 이용하겠다는 이유로 모두 블레어 하우스에 머무르라는 부시 대통령의 초대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멕도너는 6일 현재부터 15일까지 하워드 전 총리를 제외한 어떠한 인사도 투숙을 위한 목적으로 블레어 하우스를 예약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7일에는 로라 부시가 '글로벌 컬추럴 이니시에이티브'(Global Cultural Initiative) 회원들을 위한 사적인 리셉션을 열 예정이고, 기타 몇 개의 파티가 계획되어 있다고 밝혔다.

처음엔 '대단한 손님' 정체 밝히기 거부

그러나 이 로라 부시의 대변인은 '미스터리'가 불거진 12월 12일에는 그 '대단한' 손님의 정체를 밝히는 것에 완강히 거부를 보인 바 있었다. 12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셀리 멕도너는 이렇게 말했다.

"사전에 예약된 이벤트가 있고, 초대된 손님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불가하다. (사전 예약된 일이) 공식 일정은 아니다. (예약된 인물이) 오바마 가족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다. 1월 15일부터는 그들(오바마 가족)이 사용할 수 있다. 당신들(기자들)은 얘기 같지도 않은 것으로 얘기를 꾸며내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사람들은 과연 변변한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일반 호텔로 옮겨야 하는 오바마 가족을 두고 공식 영빈관 사용처에 대한 부시 백악관의 태도가 타당한지를 따져 묻기 시작했다.

가령, 후임 대통령 가족의 대통령 공식 영빈관 사용을 거절하도록 결정한 부시 행정부의 관리는 과연 누구일까? 후임 대통령의 조기 투숙을 불가하게 만들 만큼 이 곳을 사전 예약한 대단한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12월 12일 <뉴욕타임스>는 블레어 하우스를 관리하는 국무부의 관리도 그 '대단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모르고 있다고 보도한 바가 있다. 

결국 밝혀진 것처럼 사적인 리셉션을 위해서 블레어 하우스를 사용하는 것이라면, 백악관 안에 132개에 달하는 방 중 하나를 선택하면 안되는 것일까? 아니면, 국무부 건물이나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 있는 수백개의 리셉션 홀을 사용하면 안되는 것일까? 

이미 경호 시설이 완비되어 있는 블레어 홀이 아닌 헤이 아담스 호텔을 사용함으로써 차기 대통령 가족을 위한 경호 비용에는 또 얼마나 막대한 양의 세금이 쓰여지게 될까? 특히 경제 침체와 수조 달러에 달하는 정부 적자로 허덕이고 있는 이 때에 말이다.

백악관과 지척에 있는 블레어 하우스가 아니라 라파엣 스퀘어를 지나 건너편에 있는 호텔을 사용함으로써 주변에 마련될 각종 경호용 설치물로 불편을 겪게 될 일반 시민들의 고충은 얼마나 클까? 무엇보다 블레어 하우스에서만큼 오바마 가족들은 이 일반 호텔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도 지적되어야 할 문제다.


#블레어 하우스#부시 대통령#오바마#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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