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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의 모든 빛을 머금은 태양빛은 다랑논의 고요한 정적을 깨우며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세상의 모든 빛을 머금은 태양빛은 다랑논의 고요한 정적을 깨우며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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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남쪽이란 의미의 윈난성(雲南省). 윈난성은 중국 서남부에 위치한 곳으로 한반도의 1.8배가 되는 광활한 땅에 동쪽으로는 운귀고원(云贵高原), 남쪽으로는 낮은 분지와 협곡, 서북쪽으로는 히말라야 횡단산맥의 끝자락에 속하는 고산지역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지리적 특성으로 베트남과 마주보고 있는 남쪽의 허코우(河口:해발 70m)와 서북단 메리설산(梅里雪山:해발 6740m)간 6600m가 넘는 해발고도 차로 인해 사계절이 동시에 존재하는 입체기후대가 형성되어 있어 사계절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기도 하다. 야자수 가득한 동남아시아의 정취부터 티벳 고원문화까지, 열대우림에서 설산을 감싼 만년빙하까지 다양한 자연경관을 두루 갖춘 여행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또한, 중국의 55개 소수민족중 26개의 소수민족이 이 곳에서 살아가고 있기에 이들만의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는 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 아울러 3개국(베트남, 라오스, 미얀마)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동남아시아 여행의 베이스캠프로 선호되는 인문·자연적 요소를 두루 갖춘 여행자원의 보고이다.

 부드러운 선율속에 빠져드는 듯한 곡선의 미(뤄핑의 유채밭)
 부드러운 선율속에 빠져드는 듯한 곡선의 미(뤄핑의 유채밭)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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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는 봄. 윈난성을 대표하는 대지예술인 웬양(元阳)의 광활한 다랑논과 윈난의 꾸이린(桂林)이라 불리우는 카르스트 지형이 아름다운 푸저헤이(普者黑), 지평선 끝까지 펼쳐지는 유채꽃 바다의 뤄핑(罗平). 한 달도 채 안되는 짧은 순간 펼쳐지는 특별한 봄의 향연속 숨은 매력을 찾아가본다.

윈난성의 수도인 쿤밍(昆明)을 출발한 버스는 변화무쌍한 자연과 기후를 거치며 7시간이나 걸려 홍하(紅河) 강변에 도착했다. 웬양의 신시가지인 난샤(南沙)이다. 남쪽으로 400Km이상을 내려오니 30℃가 넘는 습한 아열대기후가 목을 죄르듯 다가왔지만 다행히도 계단식 논이 있는 구시가지는 다시 구절양장의 길을 올라 1700m의 고원의 시원함이 느껴지는 고원의 끝자락에 있어 무더위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고원위로 올라서면서부터 주변으로 어림잡아 표고차가 1000m는 족히 될만한 산 전체를 덮은 채 가파른 경사를 거슬러 오르며 층층이 자리잡고 있는 광활한 다랑논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동안 자신들의 삶을 위해 만들어진 이 곳은 대지예술의 최고봉, 지상최대 규모의 계단식 논이란 수식어가 붙어 매년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찾아오고 있다.

긴 시간의 힘이 느껴지는 곳. 자연을 이겨낸 이 곳 사람들이 위대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니 자연을 이긴 듯 하지만 자연과 닮아 있는 그들의 삶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아름답고 부드러운 곡선의 논두렁속에 묻어있는 듯 하다. 이 거대한 곳을 살아가는 그들의 힘겨운 일상과 함께….

 천년에 걸친 시간동안 가파른 경사를 거슬러 올라 일구어 놓은 웬양의 다랑논
 천년에 걸친 시간동안 가파른 경사를 거슬러 올라 일구어 놓은 웬양의 다랑논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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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다랑논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일출을 보기위해 동이 트기도 전에 길을 나선다.
어둠속을 한참 달리다보니 그제서야 반대편 산 뒤로 붉그스레 여명이 밝아온다. 고요한 새벽의 정적을 깨고 주변이 밝아오며  산비탈에 족히 수백 명은 될 듯한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건너편 산 위로 아직은 덜 영글은 듯한 태양이 수줍은 듯 고개를 내민다.

태양이 솟아오름과 동시에 깊은 계곡 아래에선 자욱한 안개가 밀려들기 시작한다. 3년간 매번 같은 시기에 찾아왔지만 희망 가득 선물하는 태양의 솟음과 물밀듯 밀려오는 안개의 움직임은 한치 변함이 없다. 이렇듯 자연은 변함없이 그대로 움직이는데 우리만 괜히 급속한 변화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규모와 색상도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선으로 표현되는 부드러움으로 가득한 웬양의 계단식 논을 뒤로하고 윈난의 계림이라 불리는 푸저헤이를 향한 발걸음을 옮긴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내려가 유명한 홍하(紅河)의 물길을 따라 간다. 베트남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 곳은 윈난의 남쪽에 위치한 데다가 해발고도가 200~300m밖에 되질 않아 아열대기후대가 형성되어 있다. 웬양의 해발고도가 1700m였으니 무려 1300m를 올랐다 내려온 셈이다. 구불구불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가는 길이었지만 바로 이게 윈난여행의 매력이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산허리를 돌아가며, 때론 산하나를 넘어가며 완전히 달라진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풍경에 넋을 잃다보니 8시간의 버스 이동도 그렇게 지겹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푸저헤이 풍경구.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낸 물과 볼록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어우러져 윈난의 꾸이린(桂林)이라 불리우는 곳이다. 처음 이 곳을 찾았을 때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나를 휘감았다. 대지의 기운이 있슴을 처음 느끼게 했던 그 편안함은 사뭇 내 자신만의 느낌은 아닌 듯 했다.

함께 여행한 이들에게 물어보면 광활한 다랑논의 풍경도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노란 카펫이 깔린 유채밭도 눈을 휘둥그레 하게할만한 풍경이지만 물과 산이 어우러진 이 곳의 기운은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자신의 잡념과 어깨를 짓누루는 무거운 것들을 내려놓고 한없이 순수하게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문이 열린다고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라고 평한다.

나만의 공간을 다른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비밀스러움을 내 스스로 벗겨내야 하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함께 그 땅이 가진 비밀스러움을 나누며 힘겨운 삶의 속도를 벗어나 서로의 마음을 드나들며 인연의 깊이를 더할 수 있기에 감사하다. 이 곳을 처음 접했던 시간도, 그동안 다녀갔던 많은 인연들에게도….

 자연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자연은 사람을 만든다. 풍요로운 자연속 사람들은 자연만큼이나 아름답다.
 자연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자연은 사람을 만든다. 풍요로운 자연속 사람들은 자연만큼이나 아름답다.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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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를 따라 배를 타고 노를 저어 거슬러 올라가본다. 정결한 대지의 기운을 담은 맑은 물을 따라, 나를 정화시키고 다른 이들의 마음 깊은 곳을 다녀간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은 전혀 다른 세상을 살다 만난 우리들의 어색함과 벽을 넘어 마음과 마음을 이어 주는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준다.

푸저헤이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간 것 말고는 별다르게 한 일은 없지만 지루하지 않다. 창밖을 열면 잔잔한 물결도 많은 이야기가 되어주고, 말은 통하지 않지만 마을속을 거닐며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 웃음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사소한 자유로 표현할 수 있는 여행의 여유. 그 여유가 생기면 그 곳의 바람이 느껴진다.

불어오는 바람엔 평화로움이 가득 배어난다. 이 곳 사람들의 많은 사연들을 속삭여준다. 이런 게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여행이 아닐까? 좋은 풍경을 보는 것도 좋다지만 그 속에 묻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고 나를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속에 때론 함께하는 즐거움을, 때론 홀로 지독한 외로움을 즐길 수 있으니…. 이렇듯 여행의 시간은 바쁘지 않고 느긋해질수록 더욱 많은 의미로 다가온다.

 평화로운 대지가 도화지가 되고, 자연은 그 위에 음양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색깔로 그 위에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한폭의 멋진 그림이 이 곳에 그려진다.
 평화로운 대지가 도화지가 되고, 자연은 그 위에 음양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색깔로 그 위에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한폭의 멋진 그림이 이 곳에 그려진다.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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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거리지 않은 한가로움을 뒤로 하고 지평선 끝까지 펼쳐지는 유채꽃의 향연을 보기위해 뤄핑으로 옮겨간다. 삼천만 평이 넘는 광활한 땅위에 펼쳐지는 유채꽃밭은 2월 중순~3월초 사이에 개화되어 유채꽃 바다(油菜花海)라 불리며 광할한 대지를 뒤덮는다. 뤄핑에 가까워올수록 창밖으로 펼쳐지는 자연의 색은 파란 하늘, 노란 유채꽃밭, 푸르른 산림의 3가지 색으로 압축된다. 단순해지는 자연의 색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차창밖 풍경에 감탄사를 터트리기에 바쁘다.

 광활하면서도 정돈된 간결함. 볼록하게 솟아오른 카르스트 지형속에 수평선 끝까지 펼쳐지는 노란카펫이 깔려있다.
 광활하면서도 정돈된 간결함. 볼록하게 솟아오른 카르스트 지형속에 수평선 끝까지 펼쳐지는 노란카펫이 깔려있다.
ⓒ 변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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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넓으니 모든 것은 우선 규모에서 사람들을 압도한다. 이 곳의 유채꽃밭은 면적만 해도 삼천만 평이 넘을 정도로 광활하다. 카르스트 지형이라 노란 카펫이 깔린 대지위에 엠보싱처럼 볼록하게 솟아오른 봉우리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더한다. 바람이라도 불어대면 대지위엔 노란 물결이 일며 이방인들을 반긴다. 윈난성 특별한 봄은 이렇듯 대지위에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놓고 미치도록 가슴시린 아름다움을 우리들에게 선물한다.

뤄핑의 봄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노란색이다. 드넓은 대지위의 노란 바다를 뒤로하고 층층이 노란색이 드리운 계단식 유채꽃밭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주변의 모든 것은 노란색에 둘러싸여 있는 천상의 화원이 존재한다면 바로 이 곳이 아닐까?

아름다운 색과 부드러운 선으로 표현되는 윈난성의 대지예술. 넓은 계곡이 도화지가 되고, 사람은 붓이 되고, 유채꽃이 물감이 되어 그려진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펼쳐진다. 층층이 개간된 밭이 아름다운 곡선으로 표현되고, 노란색 물결이 층층마다 드리워지는 입체감으로 표현되는 아름다운 그림. 부드러운 선율속에 빠져드는 듯한 곡선의 미. 분명 의도된 연출은 아닐테지만 어떻게 저런 곡선이 나오게 되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들녘의 풍성함은 이방인의 눈을 만족시켜주기도 하지만 저 땅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풍요롭게 해줄테지. 유채뿐만 아니라 수확후 심는 담배농사도 풍년이길 기원하며 내년에도 새로운 인연들과 함께 낯선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추억을 가득 만들 수 있길 소망해본다.


태그:#윈난성, #대지예술, #웬양, #뤄핑, #푸저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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