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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막골 가는 길 웰컴투 동막골 촬영장 가는 알림판
▲ 동막골 가는 길 웰컴투 동막골 촬영장 가는 알림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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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막골 가는 길로 들어선다. 오늘 만큼은 나도 강원도 두메산골마을에서 남과북의 청년들이 얼어붙은 마음을 풀고 뜨겁게 손을 맞잡았던 동화같은 영화 속으로 푹 빠져 보리라.

동막골 정자목 웰컴투 동막골 영화 동선의 중심이다.
▲ 동막골 정자목 웰컴투 동막골 영화 동선의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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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서 본 정자목 영화를 위해 기둥을 세우고 나뭇잎을 붙인 가짜나무다.
▲ 가까이서 본 정자목 영화를 위해 기둥을 세우고 나뭇잎을 붙인 가짜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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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막골 정자나무는 살아있는 나무일까? 여전히 숨을 쉬는 오래된 고목 같지만 유난히 두텁고 반짝이는 잎사귀들이 희끄무레한 몸통과 잘 어울리지 않고 왠지 어색하다. 가까이서 살펴 보니 영화제작을 위해 만든 소품이다.

사람들은 잔치며 초상같은 마을 큰 일을 치를 때나, 해마다 돌아오는 절기며, 명절에 춤추고 떡을 나누고 풍물을 잡힐 때도 고목나무 곁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을 나누고 세상살이에 지친 마을을 앙버티어 준 것이 정자나무였기에 소품으로나마 마을 한 가운데를 차지했을 터.

삶터를 잠시 벗어나자고 훌쩍 떠난 여행길에서 현실을 떠올리는 생각의 타래는 환영받지 못할 객꾼이다. 아뿔싸! 이 깊은 산골까지 쫓아오다니... "2009년 내가 사는 서울의 정자목은 살았나 죽었나? 서울에 정자나무가 있기는 한 걸까?"

인터넷이 삶의 절반을 차지한 오늘날 -사이버 세상-은 수많은 사람이 찾는 누리꾼의 정자나무다. 일이 터질 때마다 일손을 놓고 몰려나와 권력의 어리석음을 질타하고 갈길을 일러주는 -시청과 광화문 앞 드넓은 광장-은 신명과 지혜의 그늘을 드리워주는 서울시민의 정자나무이리라.

하지만 재갈이 물린 사이버세상, 경찰버스와 방패에 막힌 시청광장이니, 서울의 정자나무가 싱싱하게 살아있을 수 있겠나? 오가는 발길이 아무리 많은들 '말'이 끊기고 '신명'이 사라졌으니 영화 속 소품과 다를 바 없다.

웰컴투 동막골에 나오는 촌장집 들마루에 앉은 마을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국군과 인민군이 총을 겨누는 장면이 나온다.
▲ 웰컴투 동막골에 나오는 촌장집 들마루에 앉은 마을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국군과 인민군이 총을 겨누는 장면이 나온다.
ⓒ 김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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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촬영현장이나 돌아보자"...머리를 흔들어 서울로 치달리는 생각의 실타래를 끊는다.

정자나무에서 바라보니 한 일(一)자로 마주한 곳에 촌장집이 보인다. 촌장집 마당에 올라  들마루에 앉으니 정자나무 주변을 낱낱이 볼 수 있고, 나무 아래서 두런거리는 사람들 말소리까지 또렷하게 들리니 마을의 하루조차 손에 잡을 수 있을 것같다.

촌장집 앞 들마루에서 본 정자목 주변 풍경 촌장집에서 보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 촌장집 앞 들마루에서 본 정자목 주변 풍경 촌장집에서 보면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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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촌장이 떠오른다. 그 이는 조용하지만 잠시도 쉬는 법이 없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재재거릴 때, 마을 사람들끼리 말싸움이 붙었을 때도, 마을에 들어온 국군과 인민군이 마을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총부리를 겨누었을 때조차, 웃음 띤 얼굴로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다. 상대를 인정하는 아량과 잘못을 아는 순간 서슴없이 자신을 비우고 행동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참다운 '듣기'능력을 지닌 촌장과 이런 사람을 뽑은 산골, 동막골은 ... 정녕 아름답고 부러운지고!

"지금 서울을 어떨까?" 정자나무 아래 떼어놓았던 객꾼이 어느새 끼어든다... "광화문 광장과 일직선에 놓인 청와대는? 이야기를 듣기는 하는거야?"

'국민의 말을 겸허히 듣겠다''국민이 반대하면 4대강 운하는 하지 않겠다'며 여론을 듣는 흉내라도 내던 때가 잠시 있었을 뿐. 이제는 막무가내다. 말만 하면 입을 틀어막고, 모이면 잡아가는 형편이니 동막골 촌장님의 '들어주는'리더십은 둘째이고, '들어주는 척'하는 쇼맨십이라도 그리운 판이다.

청와대와 촌장집의 배치는 희한하게 닮았지만 집주인의 행동은 딴판이다.

청와대도 서울의 정자나무인 광화문 광장과 시청광장을 한 눈에 굽어보는 곳에 있지만 주인은 귀를 여는 대신 입만 연다. 듣지 않고 보지 않으니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느냐?"니 "죽창시위가 나라를 깎아내렸다"는 따위 뾰족한 말만 골라서 한다.

"저 많은 국화는 누구돈으로 샀느냐?"는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하나? 

마을 뒷산에 추락한 미군 비행기 미군 장교 스미스가 동막골에 합류함으로써 전쟁의 당사자들이 마을에 다 모인다.
▲ 마을 뒷산에 추락한 미군 비행기 미군 장교 스미스가 동막골에 합류함으로써 전쟁의 당사자들이 마을에 다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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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광장과 아고라를 비롯한 -정자나무는 시민들이 노닐며 이명박정부의 항로를 일러주는 여론의 관제탑이다. 비행을 끝내면 땅에 내려 앉아야하는 것이 비행기와 조종사의 운명이 듯 임기가 끝나면 청와대를 걸어나와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정해진 길이기에.

사진 속 비행기처럼 추락하지 않으려면 시청광장과 아고라는 베어내기는커녕 푸르게 푸르게 가꾸어도 오히려 부족할 소중한 정자나무다. 

들으려는 생각이 없고, 들을 능력도 없으니 시청광장을 버스로 틀어막고, 아고라에 빗장을 지르는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시민들이 지금 시청앞 정자나무로, 사이버세상 정자나무로 몰려들지 않는가? 전임 대통령이 죽음으로 남긴 마지막 선물을 겁내지말고 흔쾌히 받으라.

정자나무를 틀어막은 길을 열고, 지른 빗장을 풀고 갈 길을 물어볼 때다.  실력이 없으면 겸손이라도 해야지... 이거야 원. 산골까지 따라온 객꾼은 끊임없이 여행객을 괴롭힌다.


#동막골 여행#강원도 평창#촌장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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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숲 그리고 조경일을 배웁니다. 1인가구 외로움 청소업체 '편지'를 준비 중이고요. 한 사람 삶을 기록하는 일과 청소노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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