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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단군왕검이 있었다. 그는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새로 나라를 세워 나라 이름을 조선(朝鮮)이라고 불렀다. 이 시기는 요임금과 같은 때였다"

 

이 글은 중국의 역사책인 <위서 魏書>에 씌여진 기록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단군의 이야길 단순한 신화로 인식해왔고 배워왔다. 삼국유사에 실려 있는 모두 알고 있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 때문이다.

 

옛날에 천제인 환인의 서자 환웅桓雄이 인간 세상에 뜻을 두자 환인이 환웅에게 천부인 세 개를 주며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라며 내려보냈다. 이에 환웅은 우사 운사 풍백과 무리 3천 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도읍을 정하고 '신시神市'라고 이름을 정했고 사람들을 그를 환웅천왕이라 부르며 숭배했다.

 

환웅이 나라를 다스릴 물렵 범과 곰 한 마리가 환웅을 찾아 인간이 되고자 하기에 쑥 한 줌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백 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범은 참지 못하고 굴을 뛰쳐나갔으나 곰은 스무하루 동안 굴속에서 지내 아리따운 여자가 되어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왕검을 낳았다.

 

여기서 사람들은 단군이라는 실존적 인물을 신화라는 인물로 국한하는 것은 곰이 사람이 되었다는 내용 때문이다. 어떻게 곰이 사람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쑥과 마늘만 먹고 말이다. 이러한 사고는 종교적 갈등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몇 년 전이다. 일부 종교 단체의 몇 몇 인물들이 초등학교에 세워진 단군상의 목을 자르는 한심한 작태까지 벌어진 일이 있었다. 우상숭배라는 미명하에 말이다.

 

사실 우리 민족에게 단군왕검은 뿌리이고 줄기이고 나뭇잎이다. 그로부터 줄기가 나왔고 잎이 나왔다. 그러나 우리는 한동안 잊고 있었다. 아니 잊고 있었다기 보단 그저 신화 속의 인물로 가두어놓고 있었다. 단군이란 존재를 가두어버림으로써 우리는 단군의 큰 사상까지 놓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지금도 그 우는 계속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는 서양이나 중국의 역사나 신화적 역사는 재미있게 읽고 알면서도 우리의 것은 도외시해왔다. 외면당해왔다.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신화나 역사 관련 책이나 만화를 많이 접한다. 여러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들도 보곤 한다. 그때마다 아쉬움을 느끼곤 했다. 우리의 역사나 신화, 인물들에 글보단 그리스로마나 중국의 신화와 역사적 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즈음에 참으로 흥미 있고 의미 있는 책 한 권이 나왔다. 소설 <단군왕검>이다.

 

소설 <단군왕검>을 쓴 작가 정호일은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단군조선과 고구려사 등 고대사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그는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소설 <광개토대왕>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런 그가 이번에 단군의 혼을 온몸으로 불러내 <단군왕검>이란 소설을 세상에 내놓았다.

 

단군왕검(檀君王儉)! 단군 할아버지! 정호일은 이 단군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벅차오른다고 한다. 또 그는 지금 우리가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처해있는 원인 중의 하나가 단군조선이라는 뿌리를 잃고 민족의 정신을 망각한 채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 우리의 모든 관점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에만 맞춰져 있다. 그러다보니 민족의 정신이나 문화마저 다란 나라의 것을 가져다 쓰고 그걸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단군도 환웅 시대를 마감하고 아사달에 새로운 세상을 열 때도 잘 먹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들었고 세상에 그걸 전파했다. 그러다보니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권력자들은 백성들을 못살게 굴게 되고, 도둑이 생겨났다. 이런 현실을 보고 단군이 내세운 것은 인간의 존엄성이다.

 

단군은 백성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서 사랑을 전파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전파했다. 백성들이 고난 속에 있을 땐 그들과 함께 했고, 새로운 세상의 의미를 설파했다. 단군이 말한 세로운 세상이란 홍익인간과 재세이화다.

 

지금으로부터 4300여 년 전에 나라를 건설하고 건국이념을 선포하면서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강령을 가지고 나라를 세운 이가 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단군이 나라를 열 때 중국에선 우나 순 임금이 즉위할 때고, 역사서엔 요임금 때라 일컫고 있지만 그 어느 곳에서 모든 인간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화평하게 한다는 이념은 없다. 단군만이 그러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포했고 실지로 그런 세상을 만들었다.

 

소설 <단군왕검>은  환웅 거불단의 아들로 태어나서 환웅의 자리를 이어받지 아니하고 아사달에 새로운 세상인 조선(朝鮮)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역사적 사실 바탕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쓴 소설이다. 혹 책의 제목만 본 독자들은 '이거 판타지 소설 아니야?'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건 판타지가 아니다. 고조선의 역사가 퍼즐 조각을 하나하나 맞추듯 어떤 소설보다 재미있게 그리고 무게 있게 그리고 깊은 생각을 주면서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작가 정호일은 두 권으로 된 소설 <단군왕검>을 통해 신화로서의 단군을 역사로서의 단군으로 완벽하게 재현해 놓고 있다. 그래서 소설 한 장 한 장을 읽다보면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오늘의 현실과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이, 이 나라의 위정자들이 세상을 어떻게 다스리고 백성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반성하게 하기도 한다.

 

1910년 한일병합이 되자 마자 일제는 조선총독부에 '취조국'이라는 부서를 두어 1년 동안에 단군 관련 고대사를 중심으로 20만 권을 수거해 없애버렸다 한다. 1년에 20만 권을 수거해 없애거나 자국으로 가져갔는데 36년 동안 그들이 우리 역사의 뿌리를 없애기 위해 얼마나 많은 책들을 수거했는가는 말하나 마나일 것이다. 일제가 왜 유독 단군 관련 고대사를 중심으로 역사책을 수거하고 단군을 신화로 왜곡했을까는 자명하다. 민족의 정신을 말살시키기 위해서이다.

 

한 권의 소설이 어떤 역사서보다 정확하고 사실성이 있다는 말이 있다. 정호일의 소설 <단군왕검>이 그렇다. 이 소설은 어떤 역사서보다 사실성이 있다. 따라서 소설도 단순한 허구라기 보단 사료와 유물에 근거해 단군의 역사를 재현해 놨다. 독자들은 소설을 읽는 내내 단군왕검의 시대를 거닐고 있을 것이고, 그의 말과 사상과 행동에 공감하며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단숨에 읽어내려 갈 것이다. 그만큼 어떤 소설보다 역동성을 띠고 있다. 무더워지는 여름 <단군왕검>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었던 단군 할아버지의 뜻을 새겨보는 것도 하나의 여름나기일 성싶다.

덧붙이는 글 | 소설 <단군왕검> 정호일 지음 / 리베르 / 각 11,800원


단군왕검 2

정호일 지음, 리베르(2009)


단군왕검 1

정호일 지음, 리베르(2009)


#단군왕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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