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달 30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민주당 대표가 선거상황판의 당선자 이름 옆에 장미를 꽂고 있다.
 지난달 30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민주당 대표가 선거상황판의 당선자 이름 옆에 장미를 꽂고 있다.
ⓒ 연합=EPA

관련사진보기


일본 자민당 지배의 '55년 체제'가 무너진 것은 지난 2003년부터 도입된 '매니페스토'(Manifesto, 정권공약)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3일 발간한 <일본의 정권교체 그 의미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서 "1994년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 병립제로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2003년 정당 매니페스토가 도입되어 정책중심의 정당대결이 본격화되었다"며 "이번 선거는 정당의 공약이 실질적으로 투표의 향방을 결정한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1994년 선거제도가 개편되기까지 일본의 선거는 개인 후원회를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졌다. '정당'보다는 '개인' 중심의 선거가 치러진 셈이다. 보고서가 지적한 것처럼 "정당의 정책을 둘러싼 선거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1994년 선거제도가 개편되고, 꾸준한 정책선거 논의를 거쳐 2003년 '정당 매니페스토'가 도입되면서 '정책중심의 정당대결'이 가능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민주당이 '생활을 지키는 정치'를 내걸어 308석의 승리를 일구어냈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매니페스토 선거는 선거 이후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식공격성 이전투구와는 크게 구별된다"며 "구체적 매니페스토와 필요한 재원을 선거 전에 미리 유권자에게 밝히고 있기 때문에 집권 후에 국회 정책심의 과정에서 극단적 대립은 상정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우호정책 내걸었지만 역사교과서-영토 문제는 마찰 가능성 상존"

또한 보고서는 "하토야마가 아시아 공동체와의 근린 우호정책을 강조했기 때문에 야스쿠니 신사참배문제와 같은 과거사에 대한 인식 문제는 해소되어 과거와 같은 소모적 갈등은 약화될 것"이라며 "하지만 역사교과서 문제와 영토 문제는 마찰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하토야마 정권의 등장에 맞춰 새로운 의원외교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존의 자민당 중심 의원외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보고서는 "기존 자민당 중심의 의원외교 채널에 있던 실세 정치인이 대거 퇴장함에 따라 민주당 중심의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의원외교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하토야마의 아시아공동체 구상과 접목시켜 우리의 의원외교를 강화하여 이를 새로운 경제협력의 채널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고서는 하토야마 정권이 기존의 '대미중심 외교'에서 '친아시아 외교'로 전환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자민당 정권의 붕괴와 함께 민주당이 추진 중인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역사인식에 대한 양보 속에 안전보장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경제적 실리를 아시아에서 구하겠다는 구상"이라며 "이러한 배경 속에서 한국의 경우에도 동아시아에서의 역내 통합에 주도권을 놓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 차원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민주당 정권은 금융·경제위기 극복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한일 자유무역협정에 적극 나서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보고서는 "과거 자민당이 농촌에 지지기반을 두어 농업분야의 대외개방에 소극적이었던 것처럼 민주당도 이번 선거에서 과거와 달리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에도 지지기반을 확대하였기 때문에 이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며 FTA 추진에 나설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한일FTA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12월 협상을 시작했지만, 2004년 12월 제6차 협상과 2008년 6·12월 실무협의 이후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 농업분야 개방도의 차이(90% 이상 대 56%) ▲ 독도 영토 표기여부 등이 협상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전해졌다.

끝으로 보고서는 "하토야마의 민주당은 불요불급한 대형국책사업의 재검토, 낭비성·중복성 예산 축소 등을 통해 9조1000억 엔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이들 사업이 각 지역구 숙원사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실천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온정적 복지예산의 지출과 재원확보 문제는 한국의 향후 정책방향 수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태그:#일본 정권교체, #하토야마, #국회입법조사처, #매니페스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