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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세종대왕.

 

이 두 인물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가? 예술가·과학자인 다 빈치와 한 나라의 군주였던 세종대왕의 공통분모를 찾기 힘들 터다. '그들이 없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그 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

 

쉬운 상상이 아니다. 500여 년 전 비행기와 낙하산을 '디자인'했던 다빈치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비행기를 탈 수 있었을까? 또한 세계에서 가장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문자라는 한글을 '디자인'한 세종대왕이 없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그렇다! 이들의 공통점은 디자이너다. 현대 사회로 친다면, 다 빈치는 제품 디자이너, 세종대왕은 시각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다. 그 디자인의 원천은 '이매진(Imagine·상상력)'이다. 오늘날 이들의 가졌던 '이매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어떨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는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다. 최근 <이매지너(Imaginer)>를 출간한 그는 "이매진 능력을 갖춘 이매지너들이 다음 세대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7일 알라딘·랜덤하우스 주최로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이매지너가 되는 '비법'을 내놓았다.

 

정보화 시대를 넘어선 감성 시대, 누가 지배할 것인가?

 

김영세 대표는 디자인계의 '미다스 손'이라고 불린다. 삼성 애니콜 '가로 본능' 휴대전화,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 등 그가 디자인한 제품들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쳤다. 그가 지난 198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설립한 이노디자인은 서울과 베이징에 진출하는 등 세계적인 디자인 회사로 발돋움했다.

 

그가 내놓은 혁신적인 디자인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는 창조력과 상상력, 즉 '이매진'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노디자인은 지난 6월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계열 출판·컨설팅사인 닛케이BP로부터 창조적 디자인 방법론을 소유한 세계 10대 디자인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이노디자인은 제품생산자의 요구에 의해 디자인하기보다는,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고 디자인을 해 그에 맞춰 제품 생산자가 생산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 산업화·정보화 시대의 디자인을 넘어서는 감성시대에 맞는 디자인 방법"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현재는 정보화 시대를 넘어 감성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확신한다. 지난 2007년 정보화 시대의 상징인 미국 시애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도 같은 내용의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정보화 시대에서 정보 수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 값어치가 크지 않다.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바로 이매진이다. 정보화 시대에는 디지털 기초공사를 한 것이고, 그 토대 위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로 전 세계에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틀을 깨야 한다. 틀을 깨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고 이매진이다."

 

존 레논, 마이클 잭슨, 조앤 롤링... 이매지너가 지배하는 세상

 

김 대표는 "디자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좋아한다. 스스로 던진 질문에서 그는 첫 번째로 '사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카드를 보낸 적이 있는데, 여기서 디자인은 사랑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디자인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듯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 뒤로, '가로 본능' 휴대전화 등 대박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매킨지 등 많은 컨설팅·디자인 회사들은 디자인 선호에 대한 평균치를 만들어 디자인한다, 유행만 좇고 개성을 찾기 힘들다"며 "이제는 데이터·정보·숫자에 의존하는 디자인보다는 창의성을 이용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최고의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감성 시대에는 디자이너를 넘어서는 이매지너가 필요하다"며 "디자인이 아닌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그가 말하는 이매지너란, 강력한 상상의 힘으로 미래의 가치를 현실성의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창조적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예를 들어, 한 건축가가 있다고 하자. 자신을 도면을 그리는 건축가라고 생각하다가, 어느 날 생각을 바꿔 도시디자인을 하는 창조자가 된다고 하자. 그러면 그 부가가치는 천 배 이상 뛸 것이다. 가수 존 레논, 마이클 잭슨이나 <해리 포터>를 쓴 조앤 롤링을 보라.

 

내가 디자인해 곧 출시하는 두 번 접히는 노트북도 내가 창조하지 않았다면, 세상에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것이 세상이 나타날 때 그 값어치는 극대화된다.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 이매지너가 필요한 세상이다."

 

이매지너가 되려면 '왜?' '어떻게?' '왜 안돼?'라고 질문해야 

 

그렇다면, 이매지너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김 대표는 "아름다운 겉모습을 위해 보디빌딩을 하듯이 창조적 능력이 깃든 정신과 마음을 기르기 위해 이매지닝을 해야 한다"며 "단순히 배우고 암기하고 반복학습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매지닝을 통해 상상력이 단순히 몽상이나 꿈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략적으로 현실이 돼 생산에 이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항상 '왜(why)?', ' 어떻게(How)?', '왜 안 돼(why not)?' 등의 질문을 던지며 삐딱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해서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가 하늘을 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다르다. 그는 "'차가 날면 왜 안 돼?' 이런 질문이 이매진 정신"이라며 "이런 상상의 날개를 통해서 뭔가 할 수 있다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도 이매지닝이 어렵다면, 김 대표가 만든 '디자인 2.0'이란 사이트를 방문해보라. 이곳에서 그는 '5분 컨설팅'이라는 코너를 통해 이매지너가 되고픈 이들의 멘토가 되어준단다. '디자인은 사랑'이라는 그의 자문자답은 '디자인은 나누는 것'이라는 말에 내려 앉는다.


#이매지너#김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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