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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언론특보를 지낸 김인규(59)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이 24일 KBS 새 사장 임명장을 들고 첫 출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노동조합은 물론 야당, 언론단체들까지 합세해 퇴진운동에 적극 나설 뜻을 천명했다. 결국 KBS가 제2의 YTN이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언론특보 출신이 공영방송인 KBS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언론의 정치독립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일고 있으나, 정작 김 회장은 대통령의 특보 출신이라는 게 왜 사장 선임의 걸림돌이 되느냐는 식으로 맞서고 있어 적지 않은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김 회장은 취임 이후 TV수신료 인상을 주요 정책과제로 표명하고 있어 국민적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KBS 노동조합(위원장 강동구) 관계자들은 일요일인 22일 서울 여의도 본사로 출근해 사옥 외벽에 '근조 공영방송 KBS' 포스터와 특보를 붙이며 '김인규 사장 퇴진투쟁'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이병순 현 KBS 사장의 임기가 종료되는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아침 선전전과 사내 홍보전을 벌일 계획이다.

 

또한 이들은 23일 오후 2시부터 노조 집행부와 중앙위원, 시도지부장 등 53인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총력투쟁 방침을 선언할 방침이다. 이날부터 총파업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에 돌입할 예정이며, 김 사장 제청자의 첫 출근에 대비해 밤샘 철야농성도 벌일 계획이다. 그의 첫 출근을 막겠다고 벼르고 있는 KBS 노조는 24일 아침 7시부터 사장이 출입하는 공식 출구와 주차장 등을 봉쇄하고 출근저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전 10시에는 취임식 저지투쟁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김인규 사장 출근 및 취임 저지 로드맵'을 정한 셈이다.

 

최성원 KBS 노조 공정방송실장은 "우리는 MB의 언론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 퇴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해 싸울 방침"이라며 "김인규 사장 선임으로 KBS는 정치폭풍의 한 가운데 서게 됐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또 "김인규 사장선임으로 KBS는 무엇을 다뤄도 정치적 오해를 받게 됐다"며 "낙하산 사장 때문에 KBS는 우편향 논란의 중심에 서서 국민적 비판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동조합은 물론 시민단체들이 모두 MB 특보 출신 사장을 비판하고 있으니, 김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하는 "의로운 선택"을 하라고 촉구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도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사수투쟁의 제2막이 올랐다"며 "정치 특보라는 꼬리표를 단 김인규씨가 이제 막 KBS 사장으로 입성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군사정권이 물러간 이래 정치권에 몸담으며 대통령 집권에 공을 세운 측근 인사가 사장으로 들어와 KBS에 안착한 사례는 없다"며 "그 어떤 수사로도 대통령 정치 특보가 KBS 사장이 되는 일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이들은 "대통령 측근 인사가 결코 방송 언론의 수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지난한 투쟁 끝에 결국 낙하산 구본홍 사장을 권좌에서 몰아낸 YTN의 사례가 웅변하고 있다"며 "대통령 정치 특보 김인규씨가 KBS 사장으로 취임하는 순간 KBS는 이명박 대통령 특보방송, 청와대 사내 방송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비통해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반발에 동참했다. 미디어행동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 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선임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이명박 정권은 머리가 나쁘고 무능한 정권"이라며 "지난해 YTN에 특보출신 사장을 보내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도 또다시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대표는 "KBS는 YTN보다 지켜야 할 공영성이 훨씬 큰 조직"이라며 "구성원과 시민사회의 반발로 이명박 정권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몰락을 재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KBS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반발과 달리 김인규 사장 후보는 특보출신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투로 일관하고 있다. 고영신 KBS이사회 대변인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KBS 사장후보들의 면접 후일담을 들려주었다.

 

고 이사는 "김인규 제청자는 정치적 흠결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이 없었다"며 "면접시간 1시간 동안 이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고 전했다. KBS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해 박권상 사장시절처럼 정치적 독립성을 분명히 지키겠다고 했다는 것.

 

고 이사는 김 제청자가 "오히려 (정치편향) 문제가 있는 만큼 더욱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KBS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확실한 신념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박권상 사장만큼은 정치적 외풍을 막겠다고 나섰다는 게다.

 

또한 고 이사에 따르면, 김 제청자는 이날 면접에서 "KBS2TV 광고 비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며 "60%는 TV수신료, 20%는 광고, 20%는 기타수입 등 6 : 2 : 2의 구도로 수입계획을 짤 방침"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고 이사는 김 제청자가 적정 수신료는 5000원선이며, KBS-EBS 통합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김 제청자의 이 같은 정책노선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나리오와 닮아 있다. KBS2TV의 광고를 떼어내고 빈 자리는 TV수신료 인상으로 메우고, 기존 KBS2TV에 들어오던 광고는 새로 출범하게 되는 종합편성채널에 돌린다는 계획이 이미 흘러나온 바 있다.

 

미디어법에 이어 공영방송법을 만들어 전격 KBS 수신료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나리오의 단계별 전략을 추진해갈 수장으로 김인규 제청자가 선정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그래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김 제청자가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TV수신료 인상 등을 밀어붙일 때 사회적 반발은 더욱 거셀 것이며 노조와 갈등 등 내부반발도 쉽게 누그러들지 않는다면 KBS의 파행은 올 겨울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BS의 공영방송 투쟁 제2라운드가 본격화하고 있는 국면이다. 


태그:#김인규 KBS 사장, #시청료 인상, #KBS노동조합, #미디어행동, #공영방송 쟁취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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