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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천사모습. 바로 아래는 이충무공을 모시는 충민사가 있다
 석천사모습. 바로 아래는 이충무공을 모시는 충민사가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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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덕충동 1830번지에 자리한 석천사는 충무공 이순신과 연관 깊은 사찰이다. 정유재란이 끝나고 3년 뒤(1600) 임란을 승리로 이끄는데 큰 역할을 한 바 있는 옥형스님과 자운 스님은, 충무공의 전선을 함께 타고 전쟁에 종군한 승장으로서 이 충무공의 인격과 충절을 잊을 수 없어 충민사 곁에 공의 넋을 추모하기 위한 암자를 건립했다. 충민사는 선조가 직접 이름을 짓고 그것을 새긴 현판을 받음으로써 사액서원 1호에 해당하는 사적지다. 

진옥스님은 석천사 주지로 충민사에서 이 충무공 제례를 집전하기도 한다. 여수 도심골프장 1호인 시티파크골프장 건설을 반대한 진옥스님은 2년 전 여수중부교회 성탄절 예배에 참석해 신도들에게 성탄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국가 사적지인 충민사와 가까운 곳에 도심 골프장 2호가 건립예정이어서 의견을 들었다.

 석천사 주지 진옥스님
 석천사 주지 진옥스님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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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래산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계획대로라면 여수에 8개의 골프장이 세워지는데.
"여수에 골프장이 8개요? 모두가 망할 짓입니다. 골프장을 허가해 주는 것은 마인드보다는 삶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죠. 천박한 자본주의, 배금주의가 팽배한 것입니다. 이 세상이 온통 돈 버는 것에만 관심을 가져 자꾸 퇴락해 가고 있어요. 지금의 현상은 중국의 마오이즘 같아요."

- 골프장에 대한 인간들의 자연관에 대해 한 말씀 해주세요.
"수십 수백만년 된 자연을 파괴하고 돈 벌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입니다. 물건을 부수면 또 다시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어요. 자연은 한 번 부수면 돈으로 살 수 없잖아요. 돈만 있으면 이 세상 다 살 것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대통령이나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국민들이 지도자들을 나무라지만 국민들이 뽑았으니까 할말이 없죠. 국민들이 동의한 것 아닙니까?"

- 마래산 골프장은 도시공사가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시공사의 역할과 현재의 골프장 추세는?
"도시 공사는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합니다. 실패하면 시민이 부담해야 합니다. 공사는 공익과 관련된 일을 해야 합니다. 개인이 능력과 자금이나 자본이 부족해 할 수 없는 일이나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시민 전체에 이익이 될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게 맞아요. 현재 도로나 호텔 문제도 깔끔하게 해결 못하고 있습니다. 그럴러면 왜 엑스포를 유치했습니까. 저는 골프장은 부동산 투기라고 봅니다. 주변 땅값도 올리고. 아마 일본처럼 버블로 망할 겁니다."  

- 사적지인 충민사 인근에 골프장이 들어섭니다. 여수 시민들의 성역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시죠.
"충민사는 사액서원 1호입니다. 유지들은 이충무공만 팔아먹지 춘추제례나 탄신기념일에도 와보지도 않아요. 이충무공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정서상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시민들에게 정서, 문화, 신념 부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사공희 책임연구원에 의하면 경사도 25도 이상의 지역이 50%를 상회하고 있어 사업 시행 시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거의 완공된 시티파크골프장(제 1도심골프장)을 보면서 잘 했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여수지역의 산은 전체가 납석입니다. 경사지를 절개하면 엄청난 절벽이 생길 것입니다. 산을 절단하게 되어 있는데 산꼭대기를 날리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요."

 마래산 골프장건설 예정지. 바다와 인접한 평평한 부분은 박람회장이고 산 왼쪽 능선을 넘어가면 충민사와 석천사가 있다
 마래산 골프장건설 예정지. 바다와 인접한 평평한 부분은 박람회장이고 산 왼쪽 능선을 넘어가면 충민사와 석천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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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지역에 사는 골퍼들은 지역에 골프장이 필요하고 지역 돈이 관외로 유출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여수시에도 한두 개의 골프장은 필요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여가와 취미가 다르니까요. 골프장도 개인의 이익과 시의 발전이 연계된다면 괜찮아요. 다만 그것이 대다수 시민의 행복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계획 중인 골프장들이 여수박람회 주제인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자본을 투자할 때는 전체가 불행해지면 안됩니다. 행정하는 사람은 전체의 이익이 되는 쪽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골프장이 고용창출과 세수확보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 이제 세상사는 이야기 좀 하죠. 현대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요즘 사람은 인과를 안 믿는 것 같아요. 행복해지려고 하면서도 행복의 씨앗을 뿌리지도 않고 거저 먹으려듭니다. 예를 들면 술을 먹으면서 건강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술을 팔면서 행복해질 거라는 생각을 해요. 얼마 전 술 안 먹겠다고 사양하는 데도 계속 술을 권하는 사람을 봤어요. 그래서 '당신 저 사람 좋아하죠. 좋아하면서 왜 그렇게 독을 권합니까? 인과를 믿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했습니다."

 제1도심 골프장이랄 수 있는 시티파크골프장. 바로 앞에 아파트단지와 학교가 있다.
 제1도심 골프장이랄 수 있는 시티파크골프장. 바로 앞에 아파트단지와 학교가 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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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식견이 좁아서 그런지 성경에서 깊은 감흥을 못 받고 있습니다.
"그건 잘못입니다. 예수님이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목회자들이 성경을 정확히 해석 못하는 것 같아요. 산상수훈인 '심령이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라는 말씀은 불교의 무소유와 같습니다. 가난하다는 말을 정확히 이해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난하다'는 마음의 번뇌가 없는 상태입니다. 잘못 해석해서 꼭 천국에 가야하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지극히 높은 곳은 지극히 고귀한 곳을 의미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분은 정말 성자입니다. 성자는 모든 생명들을 이익 되게 하는 분입니다. 하나님은 형식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불교다, 기독교다 따지지 않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있는데 원수는 본래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이해관계 때문에 생긴 거죠. 소인배는 이해관계가 생기면 제 부모도 죽입니다. 마태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예수님 말씀이 득도한 선사의 말씀과 하나도 틀리지 않아요.

교회도 타 종교를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틀렸다고 지적하는 것은 좋지만.  좋지 않은 것으로 얻은 것은 좋지 않은 것으로 결말이 납니다. 아프가니스탄도 무력으로 시작했고 결국 부족간에도 대포를 쏘며 무력으로 해결하러듭니다. 티벳은 2백만이 학살당했죠. 내가 달라이라마와 면담하고 있는데 10만 명을 이끄는 티벳 군대의 장군이 '중국에게 테러를 하자'고 건의할 때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안 된다. 우리가 옛날에 중국 사람들에게 원한을 샀는지 모른다'고 말씀하셨어요."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수단을 정당화해서는 안 됩니다. 이상세계는 불교의 본마음을 찾아가면 됩니다. 파라다이스는 공(空)의 세계이며 인식할 수 없는 세계입니다. 교회나 절이나 형식에 관한 차이일 뿐이지 본질은 같습니다"

대화를 마치고 합장하며 뜰에 나서니 어스름한 빛 속에서도 충민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지하에 누워계신 그 분은 뭐라고 할까?  후손들이 벌이는 일을….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골프장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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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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